기자수첩/조작이나 은폐나 매한가지
기자수첩/조작이나 은폐나 매한가지
  • 유상기 기자
  • 승인 2007.05.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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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가 한창인 요즘 한미 FTA 협정문이 공개되면서 하게 되는 생각이란 정부의 정보공개가 미진하다는 상투적인 것이라기보다 능동적으로 과오를 저지르는 작위와 태만이 부르는 과오의 부작위를 혼동하는 이들이 있다는 안타까움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제2의 개항이라는 한미 FTA에서는 두 가지 모두 용서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모두 핫이슈의 중심에서 아직도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구태의연함이 되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독소조항으로 지적 받는 것에 대해 왜 떳떳하게 공개를 못했을까. 그들은 협정문이 공개되기 이전 여론몰이에 이것들을 끼워 넣어야만 했다. 설마 끼워 넣어야 되는지 조차 판단이 안 섰을까 하는 생각은 하기도 싫다.

그것은 혹시나 문제 될게 없겠다 싶은 생각 때문 있었을까 아니면 늘 외치는 ‘대의(大義)’를 위한 희생 차원의 고도의 전략이었을까. 독소조항으로 지목받게 될 것이 당연했을 터인데 이를 도마 위에 올리지 못한 것은 설령 부작위에 의한 과오라 할지라도 조작과 같은 은폐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런 이유로 근래 논의되고 있는 재협상은 일의 순서가 바뀌어도 교묘하게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논쟁이 붙은 독소조항이 과연 득이냐 실이냐가 아닌, 은폐를 했느냐 아니면 부작위 과오를 저질렀느냐 부터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기억이 선명한 요 근래에 ‘재협상은 절대 없다’고 자화자찬을 늘어 놨었다. 헌데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재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들 한다. 허나 상황이 어찌됐건 재협상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은폐돼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다.

재협상은 미국이 요청해 우리가 승낙한 사안이나 우리가 요청해 미국이 승낙한 사안에 대해 진행된다. 은폐돼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재협상을 요구해야 된다. 미국은 현재 가까스로 어렵사리 협정을 성사시켜 우리가 요청하는 재협상 사안에 대해 대부분 거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6월 말에 있을 본 서명을 포기하고 원천무효를 꽤하는 게 순리 아니겠는가.

절차는 무섭다. 실체적 진리를 손에 쥐고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절차다. 제1의 개항이 국제정세를 몰라 불평등하게 이뤄져 부끄러웠다면 제2의 개항은 은폐로 얼룩져 불평등하게 될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