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감금의 상상력과 통찰을 펼친 수인 출신 저자들
문화칼럼 -감금의 상상력과 통찰을 펼친 수인 출신 저자들
  • 김도언
  • 승인 2007.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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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금된 자는 ‘감시’와 ‘통제’를 받기 마련이다. 특정한 존재를 분명한 구속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감시’와 ‘통제’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말살하고 상상력을 봉쇄한다. 감금된 자는 이때 자연스럽게 자신의 영혼으로부터 해방의 상상력을 불러낸다. 우리는 이 상상력를 가리켜 ‘감금의 상상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감금의 상상력에 관심을 두고 이를 국가권력과 개인의 관계라는 층위에서 해명을 시도했던 사람은 미셸 푸코다. 미셸 푸코는 자신의 책 《광기의 역사》에서 고전주의 시대가 감금시킨 것은 광인, 난봉꾼, 병자, 죄인들을 모두 포함하는 추상적인 비이성과 거대한 환상이었다고 지적한다. 푸코에 의하면 광인, 이를테면 감금된 자의 지혜가 예견하는 것은 금지된 지식이다. 감금된 자는 금지된 지식을 상상력으로 간파하면서 삶과 존재에 대한 특유의 선지적 통찰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감금된 자, 수인囚人은 자기 자신과 매우 극적으로 대면할 기회를 갖는다. 혹독한 고독과 체념 속에서 내면의 울림에, 내면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존재와 삶에 대한 초인적인 투시를 한다. 감금의 상상력 속에, 범상한 속인은 흉내낼 수 없는 보석 같은 지혜와 통찰이 숨어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감금의 상상력을 통해 주옥같은 저작을 남긴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성애문학의 신화적 인물인 사드 백작, 미치광이 시인으로 알려진 휠더린, 《옥중기》를 남긴 오스카 와일드, 그리고 본명이 윌리엄 시드니 포터인 오헨리, 《옥중서신》을 남긴 종교지도자 본 회퍼, 러시아의 대문호도 스토예프스키와 개성적인 시편들을 선보인 프랑스 시인 장주네 등이 모두 감옥과 정신병원 등에 수용됐던 작가들이다.

물론 이들의 모든 저술이 감금의 상상력의 소산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남긴 작품의 밑바탕에는, 자유를 상실한 채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갈망했던 삶에의 의지와 세계에 대한 비범한 통찰이 드리워져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