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과 자연을 잇는 건축적 실험
인간 본성과 자연을 잇는 건축적 실험
  • 박광윤 기자
  • 승인 2012.12.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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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진시의 ‘버그 돔’ Bug Dome, China

▲ 자연의 개입을 최대한 허용하기 위해 건축적인 장치들은 포기했다. ‘약한’ 건축은 인간 본성과 자연 사이의 중재자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대만 건축그룹 ‘The WEAK!’이 조성한 건축물로, 중국 선전시청과 불법 노동자 캠프 사이 폐허가 된 건축 부지의 아무 것도 없는 불모지 위에 세워졌다. 디자인은 ‘곤충’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으며, 대나무 시공법은 이주건설노동자가 도시로 이동하면서 형성된 시골 인맥의 현지성에 기반하고 있다.

이 공간은 SZHK 비엔날레가 열리는 동안 언더그라운드 밴드, 시 낭독, 토론, 노래방 등의 용도로 인접 캠프의 불법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실로 사용됐으며, 그늘과 무대, 모닥불이 제공됐다. 비엔날레가 끝난 후에는 이 ‘버그 돔 Bug Dome’이 중국 변두리 지역에서 온 불법 노동자들을 위한 공인되지 않은 사회적 모임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 디자이너 스케치

건물은 대상지의 특수한 상황에 맞게 약하면서 유연하고 즉흥적으로 지어졌으며, 폐허 속에서 점차 성장해 나가는 것을 컨셉으로 잡았다. 자연의 개입을 최대한 허용하기 위해 건축적인 장치들은 포기했다. ‘약한’ 건축은 인간 본성과 자연 사이의 중재자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디자이너, 시공자, 현지 인맥들의 참여 계획을 통한 결과물이다.

이 곤충고치(집의 모양이 애벌레 고치와 유사)는 급격하게 확장되고 있는 선전시의 도시화로부터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도피할 수 있는 허약한 도피처며, 비자연적인 요소들로부터 산업 곤충들을 보호하는 보호소다.

▲ 디자인의 모티브는 ‘곤충’이다

계획된 모든 것을 실현시키자. 그들이 믿도록 하자. 그리고 그들이 그들의 열정을 비웃도록 하자. 왜냐면 그들의 열정은 사실 어떤 감성적 에너지가 아니라 그저 그들의 영혼과 바깥 세상 사이에 일어나는 마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믿도록 하자. 그들을 마치 아이처럼 무력하게 만들자. 왜냐면 약함은 위대한 것이고 강함은 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 ‘스토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글 : Architecture of the WEAK(bugdome.blogspot.kr)
 번역·정리 : 박광윤 기자 pky@imwood.co.kr
 

▲ 이 곤충고치는 급격하게 확장되고 있는 중국 선전시의 도시화로부터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도피할 수 있는 허약한 도피처다

The building is realized on a wasteland of a ruined building site in-between the Shenzhen City Hall and an illegal workers camp. The design is inspired by insects. The bamboo construction methods are based on local knowledge from rural Guanxi brought into the city by the migrating construction workers.
The space is used during the SZHK Biennale for underground bands, poetry reading, discussions, karaoke and as a lounge for the illegal workers from the neighboring camp. The building offers a shade, a stage and a fireplace. After the Biennale the Bug Dome will act as an un-official social club for illegal workers from the Chinese countryside.
The building is weak, flexible and improvised to meet the site-specific conditions. It is growing from a ruin. The architectural control has been given up in order to let the nature step in. The weak architecture is a mediator between the human nature and nature. The construction is a result of participatory planning between the designers, construction workers and local knowledge.
The cocoon is a weak retreat for the modern man to escape from the strength of the exploding urbanism in the heart of Shenzhen. It is a shelter to protect the industrial insects from the elements of un-nature.
Let everything that has been planned come true.
Let them believe. And let them have a laugh at their passions. Because what they call passion actually is not some emotional energy but just a friction between their souls and the outside world.
And most important: let them believe in themselves. Let them be helpless like children, because: weakness is a great thing and strength is nothing.
- “Stalker”, Andrei Tarkovsky

▲ 야경

Architects : Hsieh Ying-chun(謝英俊), Marco Casagrande(馬可·薩格蘭), Roan Ching-yueh(阮慶岳)
Project Manager : Nikita Wu
Location : Shenzhen, China
Site : 3000㎡ wasteland, ruined building site
Building footprint : 120㎡
Biennale Cordinator : Ya-Zhu Xu
Curator : Ou-Ning
Construction Work : Chen, Jiang Zhou, Leo Cheng, Marco Casagrande, Nikita Wu, Shao Lei, Wei Jia-kuan, Wei Jing-Ke
Design Assistant : Frank Chen
Local Knowledge : Wei Jia-kuan, Wei Jing-Ke
Materials: bamboo, wood, gravel, recycled concrete
Completed: 2009
Photos : Marco Casagrande, Nikita Wu

▲ SZHK 비엔날레가 열리는 동안 언더그라운드 밴드, 시 낭독, 토론, 노래방 등의 용도로 인접 캠프의 불법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실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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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그룹 WEAK!

‘버그 돔’은 마르코 카사그란데, 씨에잉준(謝英俊), 루안칭유에(阮慶岳) 세 사람이 토론을 통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그들은 모두 WEAK! 건축 그룹으로, 스스로를 ‘산업적 곤충들’이라 말한다.

디자인 과정은 무척 고통스러웠다. 디자인을 모두 세 개의 방향으로 갈기갈기 찢다가 결국엔 모두 포기했다. 그리곤 ‘디자인’이 모두의 두목이 됐고, 그들은 듣는 것을 배우게 됐다. 건축은 명령을 하고 건축가는 듣는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디자인을 하는 것은 적합한 일이 아니다. 디자인이 현실을 대체해서는 안된다. 건물은 그 부지에서부터 성장해야 한다. 주변 환경에 반응해야 하고, 삶을 반영해야 하며,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체 같이 그 자체여야 한다. 건축적 장치는 자연을 거부하고, 또한 자연은 건축을 거부한다. 인간 환경 시설은 인간 본성과 자연 사이의 중재자적 역할을 한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기에 분명 약한 존재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