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태산에 걸려 넘어지는 법은 없다
[사설]태산에 걸려 넘어지는 법은 없다
  • 나무신문
  • 승인 2012.11.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 목재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해묵은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장기화되는 경기침체라는 불쏘시개까지 겹치면서 논란은 점점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KCC나 LG 등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건자재 생산 대기업들이 직영매장을 확대하면서 지역 소매상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직영매장 확대가 오히려 중소업체들과의 새로운 상생협력 모델이며, 무엇보다 소비자들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중소 소매업자들은 이러한 대기업들의 생각과는 사뭇 다른 시각으로 직영매장을 체감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직영매장이 건자재 소매는 물론 심한 경우 시공에 이르는 일감을 싹쓸이 하고 있다고 하소연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골목상권 분쟁은 이들 건자재 업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목재산업계 전체에 이미 뿌리 깊게 박힌 고질병 수준으로 번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큰집으로 불리는 대형 유통사들이 도매 위주에서 소매까지 그 업역을 확대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은집으로 불리는 중도매 및 소매업자들보다 더 저렴한 큰집의 가격이, 문자 메시지나 팩스 전송문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날아다닌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인천의 목재제품 수입상들도 낱장 판매가 일반화된 지 오래다. 수입규모로 봤을 때 굳이 다섯 손가락까지 동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큰 대형 업체들도 합판 한 장, 집성판재 한 장을 소매 판매하는 지경이다.

건자재 업계는 물론 목재산업계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현상을 과연 시대적 흐름으로 치부해 간과해도 되는 지 곱씹어 봐야 한다. 큰집은 큰집대로 작은집은 작은집대로 그 역할이 있고 본분이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뇌졸중을 유발하고 팔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사태를 만드는 건 실핏줄 하나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건자재 및 목재시장에서 골목 소매상들이 활기 있게 보호돼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