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는 이름의 행복한 소풍
나무라는 이름의 행복한 소풍
  • 박광윤 기자
  • 승인 201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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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떠나는 목공 소풍 2012

지난 10월20일 토요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에 위치한 ‘가구카페 소풍’에서는 ‘나무로 만드는 행복한 소풍’이라는 주제로 한국조형예술원(KIAD), 한국목가구조형협회, 힐스테이트 갤러리가 주최하는 ‘가족과 함께 떠나는 목공 소풍 2012’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힐스테이트 입주민 10가족 35명이 참여해 목공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숲의 산물인 목재와 친해지고, 가을 야외 정취도 느끼며, 가족애를 더욱 돈독히 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아침 10시 서울 도곡동 ‘힐스테이트 갤러리’에 모인 참가자들은 우선 버스를 타고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행사장인 ‘가구카페 소풍’의 정원에 모여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자연의 정취 속에서 삼삼오오 둘러앉아 소풍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도시락을 나눠먹었다.

▲ 한국조형예술원 김성수 원장이 ‘목재와 생활’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식사 후에는 한국조형예술원 김성수 원장의 진행으로 ‘목재와 생활’을 주제로 한 강연과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목재에 대한 오해에서부터 일상 속 목재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특히 참가자들의 관심이 높은 ‘목조건축’에 대해 장점과 비용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일반적인 궁금증을 다소 해결하는 시간이 됐다.

▲ 가구작가 박상길 씨가 ‘목공 DIY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이어 가구작가 박상길 씨의 진행으로 ‘목공 작업실 탐방’ 행사가 진행됐다. 박상길 작가는 직접 작업실을 안내하며 공방에서 사용되는 목공용 기계 및 공구 사용법, DIY에서 자주 사용되는 목재의 종류와 특성 등을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나무 향이 은근한 작업실에서 실제 목재와 도구들을 보고 만지며 목재를 더욱 친근하게 느끼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작업실을 모두 둘러본 뒤에는 가족 단위로 ‘목공 DIY 체험’ 행사가 이어졌는데, 미리 준비해 놓은 스탠드의 표면 마감 작업을 직접 해보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나무의 결을 따라 손수 작업을 하며 목재 생활소품의 멋을 한껏 느끼는 계기도 됐지만, 무엇보다 협업을 통해 가족애를 확인하는 기회로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야외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사를 즐기는 팀도 있고, 간단하게 음주를 나누며 그간 몰랐던 이웃과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아이들은 이미 서로 친구가 돼 시간이 가는 줄 몰랐고, 오랜만에 추억의 소풍 길에 나선 어른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됐다.

▲ 목공 체험 행사에 참가한 가족들이 ‘목공DIY 체험’을 하고 있다.

KIAD 환경디자인연구센터가 주관하고 나무신문, 한국조형예술신문, 가구카페 소풍의 후원으로 이뤄진 이번 행사는 우리 이웃에게 ‘소풍의 즐거움’과 ‘목재의 소중함’을 동시에 안겨준 행사로 ‘목재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매우 가치 있는 기획이었다.

김성수 원장은 이번 행사가 목재의 활용을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를 늦추는 생활재로서의 목재 사용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런 대중적인 행사가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한 재능 기부가 이루어지고, 관련 기관의 행정적 지원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페 이야기 / 가구카페 소풍

 

가구작가 박상길, 바리스타 김미자 부부의 소풍

   
 
 
 
‘가족과 함께 떠나는 목공 소풍 2012’ 행사가 열린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 117-5번지에 위치한 ‘가구카페 소풍’은 매우 특별한 장소로 기억된다. 산 비탈면에 위치해 있으면서 단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축적 지혜도 빛났고, 카페를 온통 채우고 있던 아기자기하고 예쁜 목재 가구들도 예사롭지 않았으며, 카페와 공방의 주인장인 가구작가 박상길 씨, 바리스타 김미자 씨가 부부라는 사연도 흥미로웠다.

이곳은 상단의 카페, 하단의 공방과 주택 등 세 개의 건물이 회랑과 계단을 통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으며, 회랑이 감싸고 있는 중정에는 열린 시야를 차단하는 가벽을 세워 사적 정원의 느낌을 강화했다. 건물간 동선과 외부 활동 영역의 강조가 매우 조화로운 공간 구조를 이뤄 오히려 경사지형의 불리함을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첫 방문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회랑과 동선도 재밌지만, 건축적 미를 배가하는 카페 야외 정원은 두 부부가 설계와 재료 선정 등 모든 것을 직접 조성한 공간으로 의미가 깊다.

카페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테이블, 의자, 책꽂이 등 목재 가구들은 모두 박상길 작가의 작품들이다. 이곳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려면 오랫동안 머물러야 한다는 김미자 씨의 조언이다. 눈에 쉽게 보이는 카페 가구들은 물론이고, 좀 더 꼼꼼히 살펴보면 놀랄만한 아기자기한 가구들과 장난감들을 공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예전 손님들이 다시 올 때마다 달라졌다는 말을 많이 해요” 그냥 훑어보기만 해서는 지나치게 되는 것들이 많아서 새삼 전부터 있었던 물건인가 싶은 것들이 많아서다. 거의 대부분의 카페 소품들은 바리스타 김미자 씨가 기존의 소품들을 리폼해서 만들었다.


대학시절부터 커플이었던 부부는 오랜 전원생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과감히 포기했다. 남편인 박상길 작가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조형예술원 가람가구학교에서 목공일을 배우며 새 삶을 시작했고, 힐스테이트 초대시즌 기획전에 작품을 출품시키면서 ‘가구디자이너’로서의 새 인생을 살고 있다. 아내인 김미자 씨도 부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바리스타 교육 과정을 새롭게 배웠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꿈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아들들에게 ‘스키캠프 1년에 몇 회 보내준다’는 등의 공약을 내걸고 도시를 떠나왔다. 물론 지금의 꿈을 이루게 된 것은 가족들의 진심있는 배려 때문이라는 것을 부부는 잘 알고 있다.

“특별한 사람과 특별한 곳을 찾고 싶다면 나무 향기 가득한 카페로 지금 ‘소풍’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 박광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