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2.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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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9월 성수기 실종, 왜?

“7,8월 침체는 계절적 요인 아니라 경기 자체가 없었던 것”
8월보다 안 좋은 9월 경기…“내년 봄까지 이대로 갈 것”

지난 7월과 8월은 휴가철이라는 계절적 비수기와 사상 유래 없는 무더위가 겹치면서 목재산업 경기 또한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바닥을 경험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휴가가 끝나고 무더위가 물러나는 9월부터는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했다.

9월은 전통적으로 계절적 성수기로 접어드는 관문으로, 특히 올해는 7,8월에 밀린 공사까지 한꺼번에 ‘터질’ 것이라는 낙관이 업계를 지배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9월은 이와 같은 업계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고 ‘예년의 반토막’이라는 암울한 결과를 낳았다. 단순한 계절적 요인이 아니라 경기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이와 같은 추세는 올 겨울을 넘어 내년 봄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분석이다. 내년 봄 경기에 대한 기대 또한 ‘올 겨울에 살아남기 위한 골머리’에 가려 싹도 틔우지 못 할 위기에 봉착해 있다.

케이원목재 정봉섭 이사는 “추석이 중순에만 걸려도 장사가 안 되지만, 올해는 추석이 9월 말에 걸려서 장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명절 전에 마감이 끝나야 대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서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면서 “그러나 막상 9월이 열리고 나니 경기가 전혀 없었다. 이는 이전에 시작된 공사가 없었다는 얘기다. 9월에 마감이 들어가려고 하면 큰 공사는 3월에서 4월, 작은 공사는 7월이나 8월에 시작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또 “9월 경기는 8월에 비해서 조금 나은 정도였다. 그러나 8월 자체가 예년의 70~80% 수준이었다”며 “올해 여름은 너무 더웠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었다. 이때 밀린 것이 9월에 시작될 것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9월 장사는 예년대비 60% 정도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현장이 없다
조경재와 내외장 마감재를 생산하고 있는 상아목재 유만길 대표는 9월 경기에 대해 예년대비 20~3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8월보다는 20~30% 나아졌다는 평가다.

유 대표는 “기존에 아파트 짓던 것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것이 없다. 아파트 정원은 건축이 끝나갈 무렵에 들어가니까 앞으로 2년 정도는 계속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월초에는 수요가 늘어나는 게 보통인데, 10월 들어서는 월초 움직임도 없다. 이대로 월말까지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인테리어재를 비롯한 문틀재, 산업재, 표구재 등을 생산하고 있는 강문특수목재 강명환 대표는 9월은 원래 살아나는 기간이지만, 올해는 7,8월과 거의 같았다고 전했다.

 

좋았을 때 대비 반토막
강 대표는 “예년 좋았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반토막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10월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예년에 보면 명절 지나서 작은 인테리어 현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곤 했다. 그 뒤로 큰 현장들이 움직였는데, 올해 10월은 작은 것부터가 움직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내장재용 각재 전문 제재업체 ‘한치각 박사’ 가림목재 김기용 대표는 9월이 8월보다 오히려 안 좋았으며, 태풍 오고 바로 추석으로 이어지면서 경기가 더욱 꺾였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예년에 비한다면 20%는 꺾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상일 수도 있다. 한치각이 안 나간다는 것은 내장공사가 없다는 얘기다. 그만큼 주택경기가 안 좋은 것”이라며 “예전에는 경기가 안 좋아도 인테리어는 새로 했었는데 지금은 약간 보수만 해서 그대로 쓰는 추세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월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예년에는 명절 뒤에 바빴다. 올해에는 특히 월초와 연결되면서 기대를 했었지만, 기대 이하다. 겨울에도 일이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머리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럴때일수록 단가 고수해야
남양재 및 하드우드 원목 주문제재업체 조광목재 조광덕 대표는 “9월은 예년대비 40%하락해 8월과 같은 수준이었다”며 “이는 휴가나 더위, 태풍 등 계절이나 기후 요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경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내년까지는 이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조 대표는 또 “이럴 때일수록 서로 단가를 고수해야 하는데, 그렇질 못하다”며 “가격 내린다고 더 쓰는 것도 아닌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동안 공급이 원활치 않던 PNG산 부켈라 원목이 최근 다시 국내 공급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수종을 이용한 품목에 한해서는 경기가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조 대표는 내다봤다.

인테리어 및 가구용 집성판재 전문 수입업체 우드플러스 지철구 대표는 9월까지는 전년과 비슷할 정도로 어느 정도 선전했지만, 문제는 마진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 대표는 “경기는 안 좋고 물건은 안 나가고 결재도 안 좋으니 가격을 싸게 파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거래처에서 다른 곳에서 팩스가(견적서)가 왔는데 ‘이 가격이 맞나?’라고 내려간 가격을 제시하면 알아서 깎아주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기존 가격도 결코 많이 남는 게 아니다. 어떨 때는 내가 수입하는 가격보다 싸게 나오는 물건들도 있다. 그걸 가져다 놓으면 마진이 더 좋다고 전했다.

그는 또 ‘비교적 선전한 이유’에 대해 “가구나 인테리어쪽 수요 패턴이 그동안 공방 중심에서 직접 소비자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이런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월 우드플러스는 첫주 쉬고 연휴 뒤 반짝했지만 그 뒤로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금융권도 목재산업 ‘부정적’
은성목재 이기엽 대표는 “9월이 8월보다 안 좋았으며 예년 대비 30%는 떨어졌다”며 “이유는 간단하다. 집을 안 짓는 것이다. 집이 안 팔리니 건설사에서 집을 안 짓고, 나무 들어갈 곳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연데크 등 남양재 제품 수입업체 경림목재 이정복 대표는 “돈도 안 돌고 현장도 없다. 특히 남양재는 이전에 가격이 많이 올라서 다른 소재로 대체가 많이 된 상태다. 또 남양재는 라왕 등 다른 품목을 하던 집들이 이 시장에 많이 뛰어들어서 수입된 재고량도 많은 상황이다. 올 겨울 이 부분이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금융권 역시 목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은행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97년부터 이 사업을 했는데 올해가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스테인 수입업체 한 관계자는 9월은 휴가철과 더위가 겹친 8월보다는 나았지만 예년대비 20~30% 가량 매출이 떨어졌으며, 10월은 예년과 비슷하며 9월보다는 좋다는 분석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9월에는 명절 전에 자금을 모으려고 유통사들이 발주를 안 했다가 이것들을 다 쓰고 10월에 발주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세금내면 남는 게 없다
목조주택 자재 타이거우드 최성주 대표는 “9월은 예년대비 반토막이다. 추석이 월말이어서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7,8월은 원래 잘 안 되는 달이다. 결과적으로 7월에서 9월까지 쭉 안 좋았다”면서 “이제 장사 할 수 있는 기간은 10월부터 12월 크리스마스 전까지다.

이때 넘어가면 내년 2월까지는 일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또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장 가격이 서지 않는 것이다. 매출 늘어봐야 세금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가격을 못 올리기 때문에 부가율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서원상협 박인서 대표는 9월에 예년만큼은 했지만 10월은 작년보다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특히 마진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

한편 두일상사 변희철 대표는 “9월은 양호한 편이었다. 예년 정도는 했다. 특히 명절 이후에 바빠지고 있다”며 “나가는 품목도 고루고루 나가고 있으며, 특히 인테리어 자재가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