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124 - Spicebush
나무와 꽃이 있는 창 124 - Spicebush
  • 나무신문
  • 승인 2025.10.2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고국의 산에서 봄이면 흔하게 만나서 은은한 향기를 안겨주던 노란 생강나무 꽃은 안 잊힌다. 그와 흡사한 분위기의 노란 꽃-몽글 몽글한 작은 꽃이 모여 동그랗게 달렸다-을 대한다. 그래서 가까이 가서 코를 갖다댄다. 그리고는 이름표를 본다. Spicebush Lindera Benzoin Lauraceae North America Tree ID: 523. Spice bush라는데… 향기는? 무슨 향기랄까? 서슴없이 향긋한 향기를 주는 생강나무(Lindera obtusiloba) 꽃에 비해 맡을래야 안겨주는 그야말로 깍쟁이 향기이다. 약간 드라이 진 냄새를 준다고나 할까. 그러나 잎도 없이 꽃부터 내미는 그의 습성은 겨울 지나면서 노랗게 피던 Witch Hazel처럼 기특하기는 하다. 그에 비하면 봄이면 전령사처럼 산중에 일찍 피어서 향기를 선사하던 고국의 생강나무가 그립고, 보고 싶다. 마음같아선 어린 생강나무를 어찌 데려와서 Cemetery에 선사하고 싶다.

Spicebush
고국의 생강나무 꽃, 잎.
Spicebush(왼쪽)와 생강나무.

또 보고 싶은 것이 있다. 이곳 가로에 4월 중순 들며 가로(街路)의 화분대(Planter)에 팬지, 수선화, 무스카리, 아이비(Ivy), 버들개지를 심은 정경이 등장했다. 지금쯤 고국 가로의 배 모양 화분대에는 무슨 꽃이 심겨져 있을까? 팬지? 이곳 집, 세미트리 화단에 심겨진 봄의 초화류-히야신스, 수선화, 튤립-가 날로 푸른 잎과 꽃봉우리를 밀어 올리는 것을 보며 밴드, 톡에서 벚꽃도 피었다 지는 사진을 볼 때는 봄이 일찍 찾아오는 고국 산야, 고향 머리에 잠시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가서 머물고 싶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광절약시간(Daylight Saving Time)이 3월 9일(둘째 주 일요일)에 시행되어, 이곳 세미트리에도 문의 개폐시간이 이전의 3구분 체계에서 2구분 체계로 바뀌어 낮 시간대를 늘려 탐방, 이용객 들에게 좀더 할애하는 배려를 보이고 있다. 현재 필자의 위안은 잔디 위에서는 보라 융단을 깐 듯이 잔디 위에 핀 Shilla와 땅에 입맞춤 하듯 핀 제비꽃, 그리고 Witch Hazel의 아직도 노란 꽃 매무새, 그리고 향기로 승부하고 싶어 안달인 연분홍 파레리 분꽃나무 꽃을 이 봄 보러가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 사진도 찍어 주고, 걸으며 뜀박질도 해 보는 것이 現 필자의 삶의 일락(一樂)이 되었다  /나무신문

* 일광 절약 시간 종료일▷11월 2일(첫째 주 일요일)
* Cemetery Gate Hour
-April 1~October 31▷8:00- 20:00
-November 1~March 31▷8:00- 17:30

 


Spicebush를 보며


넌 생강나무를 닮아
꽃도 잎도 줄기도 
생강 냄새를 가진 줄 알았지

네게서 북국의 봄 향기는 보지만
고국의 나무 향기는 맡지 못하겠네

지금쯤 소리봉 바위 틈새
천장산 기슭 어디쯤 피어 있겠지

내 피를 노랗게 물들이던 
생강, 그 나무, 나무

Spicbush야!
어쩌면 네게서 고향 냄새를 맡을 수 있겠니?

그 고향 노오란 꿈을 꿀 수 있겠니?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