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가 ‘쇠락의 상징’ 농촌을 살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16일 세종시에서 열린 청년 농업인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농촌은 쇠락의 상징처럼 불리고 있지만 새로운 기회이자 전략산업”이라고 강조하며 농업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같은 자리에 함께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촌 활력 회복의 한 해법으로 청년 양봉 육성과 밀원수종 확대를 제시했다. 오동나무가 목재와 꿀을 아우르는 ‘두 얼굴의 자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일본의 쌀값 폭등 사례를 언급하며 “농업은 단순한 생계 산업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전략산업”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또 “식량 자급 기반이 무너지면 위기 상황에서 국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청년 농부들이 농촌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 정부도 그 기회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이에 대해 양봉 산업을 중심으로 농촌 소득원을 넓히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는 “40세 이하 청년 양봉 농가를 매년 선발해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근본적으로는 밀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매년 40헥타르 규모로 밀원수림을 조성하고 있다. 송 장관은 이를 대폭 확대해 산불 피해지나 침엽수림 사이에 활엽수, 특히 밀원수를 심어 내화 수림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산불 확산을 막는 동시에 양봉 농가의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두 마리 토끼’ 전략이다.
이처럼 밀원수 확대 논의 속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나무는 오동나무다. 오동나무는 가볍고 단단한 목재로 전통적으로 가구와 악기에 널리 쓰여온 나무다.
특히 오동나무의 꿀 생산량은 헥타르당 평균 700~800kg. 최적 조건에서는 1000kg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림과학원이 지난 23년 전국에 분포한 밀원수 260여 종의 ㏊당 꿀 생산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쉬나무 301㎏, 광나무 146㎏, 이나무 128㎏, 아왜나무 110㎏, 꽝꽝나무 107㎏, 피나무 95.1㎏의 꿀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양봉에서 오동나무가 주목되는 이유는 생산량뿐 아니라 품질에서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오동나무 꿀은 밝고 투명한 색상에 바닐라와 아몬드를 연상시키는 은은한 향을 지녔다. 맛은 부드럽고 달콤하며 결정화 속도가 늦어 상품성과 저장성이 뛰어나다.
외관과 풍미가 아카시아 꿀과 비슷해 소비자 선호도가 높으며 일부 시장에서는 별미로 취급된다. 특히 개화기에 농약이나 화학 처리가 거의 필요 없어 ‘생태적으로 깨끗한 꿀’로 분류된다.
오동나무 꿀은 전통적으로 약용 가치도 인정받아 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항염·항산화 효과를 비롯해 호흡기 질환 완화, 소화와 간 기능 개선, 면역력 강화 등 다양한 효능이 확인됐다. 중국과 동아시아에서는 기관지염, 천식 치료에 활용돼 왔으며 피부 질환과 통증 완화에도 쓰였다.
이처럼 오동나무는 목재 산업, 양봉 산업, 산림 관리까지 아우르는 보기 드문 다목적 수종이라는 평가다. 빠른 생장으로 조림수종으로 적합하고 꿀 생산량은 국내 최고 수준이며 활엽수림 확충을 통한 산불 예방 효과까지 기대된다.
오동나무 경제림 조성에 나서고 있는 ㈜파코 홍탁 대표는 “오동나무는 보통 심은 지 3년 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꿀을 생산한다”면서 “육칠 년 후부터 목재생산을 위해 벌목을 하더라도 20년 이상은 맹아를 이용해 후계림을 키우기 때문에 별도의 관리도 필요없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또 “오동나무는 목재생산과 꿀 생산을 동시에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중국에서는 이미 대단위 경작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리도 지역 단위로 오동나무 ‘농업 목재’ 단지를 조성하면 양봉업은 물론 목재를 이용한 산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로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무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