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조 디자이너 김대한의 아름다울 木
목구조 디자이너 김대한의 아름다울 木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5.08.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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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in | 파워프레임 김대한 구조설계소장
카페온담 전경. 사진제공=파워프레임
충남 천안의 카페온담. 반려견 동반 공간으로 출발한 이곳은 이제 지역의 명소가 됐다. 들어서자마자 천장과 기둥을 가로지르는 독특한 다이아몬드 패턴의 목구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순히 구조적 안정성을 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만지고 기대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목구조 설계의 한 주역이자 ‘목구조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역할을 개척하고 있는 김대한 파워프레임 구조설계소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김대한 파워프레임 구조설계소장.

‘목구조 디자이너’라는 직업, 생소합니다.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
전통적으로 건축가는 개념 설계를 하고 이후 구조는 별도의 회사가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목구조는 재료 특성상 설계와 구조가 긴밀히 맞물려야 합니다. 저는 설계 초기부터 건축가와 협의하며 구조적 해석, 디자인, 그리고 공간의 쓰임새를 함께 고민합니다. 쉽게 말해 ‘건축감독+엔지니어+예술가’를 합쳐 놓은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
건축이라는 큰 틀 안에서 건축가는 법규와 설계, 구조, 시공을 통합적으로 보는 사람이고 디자이너는 거기에 감성과 디테일을 더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 두 가지 역할을 ‘목재’와 ‘구조’라는 한 재료에 집중해 결합했습니다.

목재라는 소재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유럽과 일본은 지진과 기후 변화를 버텨낸 목조건축의 역사가 있습니다. 저는 그 기술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기후와 생활문화에 맞게 현지화한 중목구조를 설계합니다. 목재는 단순히 구조재가 아니라 촉각과 향, 온기를 통해 오감을 자극하는 재료입니다. 콘크리트의 차가움과 달리 사람을 가장 평범하고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주죠.

천안 카페온담 내부. 사진제공=파워프레임

온담 역시 그런 철학이 반영된 사례일까요.
=
그렇습니다. 원래 애견 카페로 기획된 공간이라 아이들이 기둥에 기대거나 앉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단순히 보를 세워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신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교차시켜 구조적 힘과 조형미를 동시에 살렸습니다. 저는 항상 구조물이 단순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만지고, 기대고, 추억할 수 있는 요소가 되길 바랍니다. 온담은 그런 의도를 실제로 구현한 공간입니다.

소장님은 인터뷰에서 자주 ‘아름다움’을 강조하십니다. 건축에서 아름다움은 무엇입니까.
=
아름다움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건축에서는 반드시 ‘당위성’을 가져야 합니다. 예컨대 제가 최근에 디자인한 국숫집은 긴 스팬이 필요했는데 국수 면발이 흘러내리는 이미지를 구조에 형상화했습니다. 건축주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의미 있는 디자인임을 이해했고 거기서 아름다움이 생겼습니다. 다시말해 건축주의 삶과 공간의 이야기를 구조로 풀어내는 과정 자체가 아름다움입니다.

천안 카페온담 내부. 사진제공=파워프레임

한국 건축 시장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
여전히 ‘빨리, 싸게 짓자’는 관행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지은 건물은 유지비와 수리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집은 1~2년 쓰고 버리는 소비품이 아니라 50년 이상 이어가는 자산이어야 합니다. 목구조는 세대를 건너 살아남을 수 있는 건축을 가능하게 합니다. 저는 그 점에 집중합니다.

중목구조 설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
설계 의도와 시공 현장의 간극입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3D 데이터로 관리합니다. 건축주, 시공사, 목수팀이 모두 완공 전에 공간을 가상 체험할 수 있고 구조재 가공 단계까지 데이터로 공유합니다. 이렇게 하면 결과물의 완성도가 크게 높아집니다.

사진제공=파워프레임

목구조와 함께해온 개인적 배경이 궁금합니다.
=
저는 건축공학을 먼저 전공한 게 아니라 프랑스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하고, 프로젝트 진행마다 구조설계에 대한 갈증을 느껴 실무에서 목구조설계를 익힌 케이스입니다. 대규모 건축물 위주의 설계를 하다 파리에서 학업과 실무를 병행할 때 다니던 설계사무소에서 목구조 까반(La Cabane; 오두막) 설계를 자주 접하며 목구조 디테일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후 해외 설계 공모전 때 중목구조 관련 자문을 받은 계기로 단감건축그룹 감은희 대표와 연이 닿아 목구조에 대해 흥미를 갖고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석사 때는 일본의 전통성을 간직한 현대건축문화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특히 쿠마 겐코, 안도 다다오의 작품과 정신을 연구하면서 목재의 물성 및 가공, 접합기술, 미학과 공간 계획을 같이 보는 ‘하이브리드’ 시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목구조 디자이너라는 역할을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요.
=
아직은 개척 단계지만 일본처럼 한국에서도 ‘목조건축 마에스트로’들이 세대를 이어 활동하기를 바랍니다. 젊은 세대 건축인들에게 이 역할을 교육하고 싶습니다. 또 파워프레임에서는 가공센터에 체험형 갤러리를 조성해 소비자가 직접 보고, 만지고, 향을 맡으며 목조건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소장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건축물이란 무엇입니까.
=
건물의 수명이 사람의 생애보다 길어야 합니다. 채광, 통풍, 습도 조절 같은 기본 기능에 하자가 없고 사용자의 눈이 즐겁고 추억이 쌓이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건축물은 사람의 시간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 그릇이 튼튼하고 아름다워야 그 안의 삶도 오래갑니다. 저는 그 그릇을 목재로, 기술과 디자인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빚고자 합니다.    /나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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