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재소 600곳을 직접 발로 뛰고 내린 결론
우선 최근에 포천으로 본사와 물류 거점을 옮기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원래 의정부에는 매장이, 인천에는 창고가 따로 있었어요. 이원화된 구조가 물류상 비효율적이었죠. 동시에 전국 단위로 거래하다 보니 교통도 중요했는데 의정부 시내는 접근성이 떨어졌어요. 지금 이곳은 포천 세종간 고속도로 소흘IC에서 7~8분 거리에 있어요. 경기도 광주, 용인에서 오는 고객들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죠. 무엇보다 이 지역은 가구 공장이 밀집한 곳입니다. 전국 가구 생산의 상당부분이 포천과 인근 지역에서 이루어지니까요. 매장 겸 물류센터를 이곳으로 옮기고 나서 고객 응대와 납품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히노끼 수입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일본산 히노끼와 삼나무(스기)를 들여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북미산과 유럽산 목재를 주로 다뤘고요. 미국·캐나다는 시스템이 개방적이에요. 정보도 공개돼 있고, 거래도 명확하죠. 반면 일본은 많은 부분이 폐쇄적이에요. 그래서 더 끌렸어요. ‘이 시장을 제대로 열어보자’는 도전 의식이 생겼습니다.
일본 목재업계가 폐쇄적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점이 어려웠나요.
=우선, 정보를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공장이 어디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죠. 한 번 찾아간다고 해서 문을 열어주는 것도 아니고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그냥 쳐다도 안 봅니다. 자기들 기존 거래선만 고집해요. 설령 거래 의사를 밝혀도, 중간상을 통해서 하라고 해요. 그러면 가격이 뛰고 품질도 담보되지 않죠.
그래서 직접 공장과 거래하고 싶었어요. 2020년 일본 전역 목재 관련 업체 4000여 곳의 데이터를 입수해 그중 제재소 600곳을 추렸고, 전부 지도로 분류했습니다. 코로나로 당장은 갈 수 없어서 위성 사진으로 공장 형태와 규모까지 분석했어요. 이후 2023년 봄부터 여름까지 8차례에 걸쳐 일본을 돌며 실사를 진행했습니다.
직접 다녀오신 600곳 중 현재 거래 중인 곳은 몇 군데인가요.
=지금은 8곳 정도입니다. 과거에는 17군데까지 거래했지만 지금은 품질과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곳만 남겼어요. 중요한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생산량이 충분한가, 가격 경쟁력이 있는가, 한국 수출 의사가 있는가. 이걸 통과하지 못하면 거래하지 않습니다. 실사한 제재소는 지도에 빨간색(거래 중), 노란색(관심 업체), 회색(불가)으로 표기해 관리하고 있어요. 그야말로 하나하나 다 발로 만든 지도입니다.
히노끼 외에 어떤 품목을 취급하고 계신가요.
=주력은 히노끼와 스기입니다. 품목으로 보면 가구재, 사우나용 재료, 인테리어 내장재, 그리고 구조재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마사메(곧은결) 같은 고급 소재는 일본에서도 생산량이 적은 편인데, 저희는 연간 4~5개 컨테이너를 들여옵니다. 일본 내에서도 이런 수량을 다루는 곳은 드물죠.
품질 검수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일본은 미국처럼 명확한 등급 체계가 없습니다. 자스(JAS) 인증이 있지만 대부분 공장들이 자기들 기준을 따릅니다. 문제는 설명과 다른 품질이 올 때가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반드시 직접 공장을 방문해 생산 공정, 건조 상태, 창고 보관 조건까지 다 확인합니다. 한 번에 끝나지 않아요. 여러 번 가고, 꾸준히 보고, 서로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국내에서 히노끼를 구조재로 쓰는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요즘 중목구조 건축이 늘고 있는데 히노끼와 스기는 내습성과 내충성이 좋아 구조재로 매우 적합합니다. 특히 흰개미에 강한 수종이 드물어요. 저렴하다는 이유로 약한 나무를 구조용 토대에 쓰면 절대 안 됩니다. 단순히 가격만 보고 구조재를 고르는 건 매우 위험한 선택이에요.
과거 스기를 이용한 공주 한옥마을 프로젝트를 주도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네. 국내에서 일본산 스기를 대규모로 사용한 첫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수입재라는 이유로 국정조사까지 받았어요. 그 바람에 국산재로 교체하는 등 부침이 좀 있었습니다만, 결국 다시 스기로 전면 교체됐어요. 그 사건 이후 오히려 일본산 구조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최근 정부는 국산재 사용 확대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방향은 맞아요. 그런데 경제림이 없잖아요. 국산재가 없는데 어떻게 국산재 100%를 씁니까? 저는 90년대에 국산재 개발로 표창도 받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조림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산재 사용 확대는 말뿐이죠. 당장은 국산재와 수입재를 병용해야 현실적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거리도 가깝고, 그래서 탄소배출 측면에서도 북미·유럽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구조재 비중을 더 늘릴 생각입니다. 현재 중목 구조 시장이 커지고 있고 이에 맞는 고품질 구조재 수요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포천의 새 물류센터는 이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자재뿐 아니라 설계사, 시공사들과의 협업도 강화해 국내 중목구조 시장이 더 정착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나 건축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나무를 ‘제대로’ 알고 썼으면 좋겠습니다. 구조재는 싸다고 아무 목재나 쓰면 안 됩니다. 흰개미와 습기에 약한 나무는 구조재로서 치명적인 단점이에요. 히노끼나 스기는 단가가 조금 높지만 안전과 수명을 생각하면 오히려 경제적입니다. 저는 수입하는 사람이지만 소비자들이 똑똑하게 선택하길 바랍니다. 특히 구조의 핵심인 토대만큼은 반드시 강한 수종을 써야 합니다. 그것이 집의 기본입니다.  /나무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