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22회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공모전’ 참가 접수가 4월26일 시작됐다. 올해 주제는 ‘기계 나무 시대의 짓기와 잇기’. 준공부문과 계획부문으로 각각 진행되는 공모전은 산림청이 주최하고 한국목조건축협회가 주관하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 수상작들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건축개요
위치▷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대지면적▷704.㎡
연면적▷149.25㎡
건축면적▷149.25㎡
규모▷지상 1층
주구조▷경량목구조
설계자▷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이창규, 강정윤
시공자▷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이창규, 강정윤
사진▷박영채, 이상훈
너머의 풍경이 아름다운 집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이 엉클어진 숲이란 뜻으로 제주에서는 오랫동안 농사도 짓지 못하는, 땔감을 얻는 정도의 불모지로 여겼으나 근래 들어 제주 자연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건축에서도 점점 중산간의 곶자왈 풍경과 어우러진 환경친화적인 건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목월재는 청수 곶자왈과 산양 곶자왈, 두 숲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다. 주변으로는 과수원, 밭들이 펼쳐져 있고 드문드문 집들이 서 있는 전형적인 제주 중산간 풍경이다. 이런 풍경들 속에서 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숲과 과수원으로 둘러싸인 목월재는 목구조 집이다. 빛을 흡수해 그 조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먹색의 나무집은 삼각형 모양의 땅에 무덤덤하게 서 있다.
우리는 건물의 형태나 조형을 드러내기보다 자연과 공간이 만나는 방식, 여러 공간의 켜가 시각적으로 연결되고 숲으로 이어지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바로 곁에 있는 비닐하우스도 이제는 제주의 흔한 풍경이기에 그것을 가리기보다 조화롭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풍요로운 공간감
목월재는 남쪽 도로보다 약 2미터 정도 높은 대지에 자리한다.
대지 안, 동-서 방향의 레벨 차는 외부의 기단과 내부 단차로 조절하고, 공간마다 바닥과 지붕의 높이에 변화를 주어, 집은 풍요로운 공간감을 갖는다. 특히 삼각형 대지의 끝을 항하는 서재 일부와 휴게공간은 바닥을 땅과 가깝게 만들어 자연을 더 자세히 바라보고 관찰할 수 있게 했다. 숲에 면한 남쪽 면은 정비례로 세 칸을 나누어 차분히 곶자왈을 바라볼 수 있고, 삼베로 마감한 덧문 형식의 목창호를 두어 빛을 조절하도록 했다.
전이 공간 숲 올래
집은 검은 목재, 한 가지로 외장을 둘러 조형이 잘 드러나지 않는 하나의 덩어리가 숲속에 무덤덤하게 서 있는 형상이다. 곶자왈 건너 돌담을 따라 걸어오다 길과 과수원 사이에 난 숲 올래*를 지나면 집의 입구를 마주하게 된다.
둔덕을 만들고 높은 나무와 화초를 조화롭게 심은 숲 올래는 곶자왈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곁에 있는 비닐하우스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어 전혀 다른 두 건물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전이 공간의 역할도 겸한다.
숲 올래를 지나면 트인 ‘ㅁ’자의 가운데 마당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 마당은 ‘닫힌 형식의 중정’이 아니라 매일매일 들고 날 때, 언제나 지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마당집’이다.
마당 중앙에는 제주 곶자왈과 같은 작은 정원을 만들고 기단은 변화하는 목재의 외장재와 대비되는 밝고 단단한 화강석으로 마감했다. 땅의 높이가 낮은 동쪽으로는 건물 내부에서 단차를 두어 내려가도록 계획한 후, 정원에 계절감이 느껴지는 목련과 박태기, 수사해당화와 화초류를 심어 자연과 더 교감할 수 있게 했다.
*올래: 표준어는 올레이나 제주에서는 건축용어로 올래를 사용한다.
세 칸 대청의 진화
풍경이 펼쳐진 높은 축대 위의 집을 계획하며 처음 생각한 것은 한옥의 배치와 평면이었다. 사방으로 자연과 접하지만 내밀한 마당이 있는 ‘ㅁ’자로 배치한 후 남쪽으로는 세 칸 대청을 두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한옥 작업을 하며 익힌 비례감으로 2.4미터를 한 칸으로 하는 공간을 구획하고 기둥과 보가 드러나도록 계획했으나, 푸른 숲을 고요하게 바라보고자 구조의 소란스러움을 가리고 공간만 남도록 단순화했다. 대신 남쪽으로 한옥의 들창을 변형한 삼베 목창호를 설치해 따스한 빛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한옥의 분위기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가벼운 구조, 묵직한 분위기
목월재에는 두 곳의 높고 넓은 공간이 있다. 구조목을 겹쳐 구조를 연속적으로 해결하거나, 일부를 중목구조로 만들거나, 와이어나 철물로 잡아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중목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제주에서 중목구조는 비용이 부담되었고, 와이어나 철물은 세련된 느낌을 주지만 우리가 원하는 한옥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구조 소장님과 협의해 현장에서 구조재를 겹쳐 하중을 분산하고 풍압에 견디게 시공하기로 했다.
집성된 구조 기둥과 보를 햄록 판재로 감싸고 사무실 쪽의 보 위로는 동자주까지 세워 한옥의 구조를 경량목구조로 치환했다.
목구조와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마감들
습도 조절에 유리한 목구조는 습기가 많은 제주, 특히 곶자왈 곁에 잘 어울리는 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내부도 곳곳에 자연소재를 많이 사용해 그 쾌적함을 유지하고 싶었다.
목월재에는 외장재부터 내부 마감재까지 다양한 종류의 목재를 사용했다. 습기에 강한 시더로 외부를 마감하고, 바닥과 계단에 오크, 천장과 벽에 편백 무절 루버와 햄록 판재를 사용했으며 스테인을 칠하지 않아 자연스레 습도를 조절하게 했다.
다락은 한지로 마감하고 한식 창호는 삼베로 마감해 고즈넉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자료제공=한국목조건축협회 | 정리=김오윤 기자 /나무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