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심장, 두 개의 집 ; 양산 내송리 주택 프로젝트
하나의 심장, 두 개의 집 ; 양산 내송리 주택 프로젝트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5.09.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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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내송리의 한 마을, 나란히 자리 잡은 두 채의 집은 겉으로는 각자의 개성을 품고 있지만 중심에는 하나의 중정이 놓여 있다. 이 중정은 두 집을 동시에 감싸며 마치 두 가족의 삶을 은근히 이어주는 매개체처럼 작동한다. 중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창 너머로 서로의 기척을 느끼되 결코 간섭하지는 않는다. 독립과 연결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가치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주거 실험이다.

우연이 만든 ‘함께 짓기’
프로젝트는 사진동호회에서 인연을 맺은 두 건축주로부터 출발했다. 나란히 인접한 택지를 분양받은 이들은 처음엔 각각의 집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건축가와의 대화 속에서 뜻밖의 전환이 일어났다. 중정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집을 나란히 세우되 하나의 마당이 두 가족을 은은하게 이어주는 구조를 택한 것이다.

첫 번째 집은 중년 부부의 단층 주택이다.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각자의 취미를 누리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계획됐다. 두 번째 집은 젊은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3인 가족의 보금자리다. 어릴 적부터 ‘마당 있는 집’을 꿈꾸던 건축주는 자녀에게 그 경험을 물려주고자 복층 구조의 주택을 선택했다.

두 집을 하나로 묶는 중정, 그리고 금정산을 품다
두 집은 남측으로 산책로 북측으로 금정산을 마주하는 대지 위에 자리한다. 설계자는 이 조건을 활용해 침실은 남쪽으로 공용 공간은 북쪽으로 배치했다. 거실은 높이를 달리해 산세를 시원하게 담아내고 ㄷ자로 열린 매스의 중심에 놓인 중정은 두 방향 어디에서나 자연을 끌어들인다.

결과적으로 중정은 단순한 마당을 넘어 두 집을 하나로 묶는 ‘심장’ 역할을 한다. 내부에 머물러도 중정을 통해 서로의 집과 시선이 이어지고 외부와의 관계도 동시에 열려 있다.

단층에 담은 여유 – 1번 집
중년 부부의 집은 단층 평면이지만 곳곳에 단차를 두어 입체감을 살렸다.

현관에 들어서면 곧장 중정과 연결된 통창이 시선을 바깥으로 이끌며 실내와 외부가 부드럽게 이어진다.

주방과 거실은 작은 정원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도록 배치해 부부가 각자의 공간에 있어도 자연스럽게 서로를 느낄 수 있다. 높은 천고는 공기 순환을 돕고, 공간에 여유로운 볼륨감을 부여한다. 

통창과 채광은 집 깊숙한 곳까지 햇살을 끌어들여 낮 동안 인공조명이 필요 없는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다.

아이의 성장을 담은 복층 – 2번 집
3인 가족의 집은 아이를 위한 다채로운 공간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현관과 팬트리는 다용도실과 직접 연결되어 생활 동선을 간결하게 정리한다. 거실은 아늑한 스케일 속에서 전면 통창을 통해 사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담는다.

차실(茶室)은 중정 한켠에 별동처럼 마련된 보물 같은 공간이다. 바닥을 낮춘 선큰 구조 덕분에 앉은 눈높이에서 정원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물소리와 바람이 겹치는 차실은 일상에서 벗어난 고요를 선물한다.

아이방은 복층으로 계획됐다. 1층은 학습과 독서 공간 2층은 금정산 조망을 담은 휴식 공간으로 나뉜다. 또 오동나무 합판으로 마감한 사선 지붕이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든다.

게스트룸과 서재는 상부 공간에 배치되어 테라스로 확장된다. 아이방의 복층 창도 테라스와 연결돼 부모와 자녀가 언제나 자연스럽게 시선과 발걸음을 나눌 수 있다.

대비와 조화 속의 저관리형 정원
외관은 골강판과 목재, 크림색 스타코의 대비로 완성됐다. 산업적 질감의 금속과 시간이 흐를수록 표정이 깊어지는 목재가 서로의 개성을 드러내고 크림색 스타코는 이를 중화하며 균형을 잡는다.

정원은 가든웍스 김원희 대표가 설계했다. ‘저관리형 정원’이라는 전략 아래 유지가 용이한 나무를 중심으로 식재를 최소화했다. 직선과 사각의 건물 매스와 달리 곡선을 가진 수목을 배치해 풍성한 공간감을 만들었고, 동시에 두 집의 프라이버시도 섬세하게 조율했다. /나무신문


PLAN

양산시 내송리 1F.
양산시 내송리 1F.

 

양산시 내송리 2F.
양산시 내송리 2F.

 

건축개요
대지 위치▷경상남도 양산시
대지면적▷260.70㎡ (78.86평) / 260.50㎡ (78.80평)
건물규모▷지상 2층 / 지상 1층
거주인원▷3명(부부, 자녀 1) / 2명(부부)
건축면적▷129.66㎡ (39.22평) / 127.27㎡ (38.50평)
연면적▷177.26㎡ (53.62평) / 127.27㎡ (38.50평)
구조▷기초-철근콘크리트 매트 기초 / 지상-벽:중목구조, 지붕:2X8 목구조
설계▷스튜디오 인플럭스(건축가 이우진)
시공▷수미가 종합건설
사진▷건축사진가 윤동규

자재개요
외부 마감재▷스타코플렉스 방킬라이, 골강판
단열재▷수성연질폼 105mm
담장재▷노출콘크리트
창호재▷KYC 알루미늄 창호
현관문▷YKK AP 단열 현관문
지붕▷골강판
실내 도어▷EIDAI 수입도어 + 아날로그 팩토리 제작
바닥 마루▷EIDAI 수입마루
주방가구, 붙박이장▷아날로그 팩토리


스튜디오 인플럭스(건축가 이우진) |
미국 University of Michigan 학부 및 대학원에서 건축을 수학하고 ShigeruBan & Dean Maltz 등에서 실무를 수련한 뒤 귀국해 2012년 studio(in)flux를 개소했다. 현대사회의 급격한 유동성에 주목하고 그에 따른 건축의 철학적 대응 및 원충재로서의 역할을 고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수미가종합건설 |
수미가는 ‘간결함의 멋·안전·책임감’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최소한의 형태 속에서도 삶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미의식을 담아낸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아름다움을 수미가의 간결한 공간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또 이 아름다움이 순간에 그치지 않도록 30년 경력의 일본인 건축 명장과 함께 처음 설계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고객이 안심하고 오래도록 살아갈 수 있는 집을 만든다는 약속, 건축으로 삶을 설계하는 주택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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