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목재를 더욱 쓸모 있게…건조의 힘
우리 목재를 더욱 쓸모 있게…건조의 힘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5.09.0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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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in | ㈜파셉 김현승 대표
파셉의 건조기는 대형부재도 건조가 가능하다.
국내 목재 건조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개척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파셉. 마이크로파 건조기라는 영역을 개척하며 단순한 장비 제조를 넘어 건조 서비스, 건축 사업으로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로 창업 10년을 맞은 김현승 대표에게 파셉의 성장 스토리와 목재 건조 산업의 비전, 그리고 국산 목재의 미래를 물었다. <편집자 주>
 
김현승 파셉 대표.

파셉은 어떤 회사입니까.
=
목재 건조를 핵심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단순히 건조기를 개발·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건조 용역 서비스를 운영하며 현장에서 피드백을 받아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원주택이나 한옥 같은 소규모 건축까지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앞으로는 목재 빌딩까지 도전하려 합니다.

일반적으로 ‘건조기 제작사’라 하면 기계 제조만 떠올리는데 건조 서비스까지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
건조기는 워낙 고가 장비이기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직접 건조를 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이를 10년 가까이 이어오면서 장비 개발에 필요한 실제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건조 용역 사업으로 확장됐습니다. 그 경험이 결국 건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셉의 건조기는 기존 방식과 어떻게 다릅니까.
=
우리는 마이크로파 건조기를 씁니다. 쉽게 말해 대형 전자레인지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기존의 킬른(건조로)이나 복사열, 고주파 방식과 달리 마이크로파는 목재 내부 수분을 직접 진동시켜 증발시키죠. 겉에서부터 말리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갈라짐이나 휘어짐이 훨씬 적습니다. 품질은 높이고 시간은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건조된 나무로 시공된 한옥 내부.

실제로 어떤 목재를 주로 건조합니까.
=
150mm 이상의 대경목, 즉 한옥에 쓰이는 240~300mm급 부재가 주 대상입니다. 얇은 판재는 기존 건조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중목 이상의 대경목은 기존 기술로는 쉽지 않습니다. 저희는 최대 1m급 원목까지도 이삼 주면 건조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적용 사례를 소개해 주시죠.
=
강원 영월에서 진행 중인 ‘더한옥헤리티지’ 호텔이 있습니다. 2024년 유네스코 베르사유 건축상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텔 1위’로 선정된 곳이죠. 그곳의 주요 기둥과 보 부재들이 저희 마이크로파 건조기로 건조한 목재입니다. 2018년부터 납품했는데, 지금까지 상태가 아주 양호합니다.

‛더한옥헤리티지’ 조감도.

목재 건조의 필요성을 강조하신다면요.
=
첫째 미관입니다. 생목으로 지은 집은 갈라지고 곰팡이가 피어 보기 흉합니다. 둘째 경제성입니다. 갈라진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면 냉난방비가 치솟습니다. 셋째 구조 안정성입니다. 갈라진 목재는 하중을 견디는 힘이 약해집니다. 결국 건조는 ‘집의 수명과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공정’입니다.

멀리서도 파셉을 찾아 영월까지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우선 우리는 건조 속도가 빠릅니다. 한옥 부재 기준 8시간이면 건조가 끝납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보유한 대경목 건조 기술은 사실상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마지막으로 퀄리티입니다. 목재 내부까지 열이 도달해 곰팡이나 해충도 제거되고 균일한 품질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목재 건조에 뛰어든 계기는 궁금합니다.
=
원래는 플라즈마 발전 사업을 하면서 연료용 목재를 구하다가 소나무재선충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그때 ‘살균 건조를 마이크로파로 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물리학 전공자로서 호기심과 공익적 필요가 맞아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재선충 피해목 처리에 집중하다가 이후 한옥 건축 현장에서 성과를 내며 사업이 확장됐습니다.

파셉에서 개발 중인 단독주택 모델.

최근에는 ‘인공지능 건조기’도 개발 중이라고요.
=
맞습니다. 마이크로웨이브 어플라이드 매직 머신(Microwave Applide Magic Machine, MAMA)이라 이름 붙였는데 내부 센서로 목재 표면과 심부 온도, 함수율, 전력 사용량까지 실시간 측정합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건조 스케줄을 설정하고 제어하는 것이죠. 현재 80% 개발이 완료됐습니다. 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산 목재 활성화와도 도움이 될까요.
=
그렇습니다. 국산 목재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건조가 필수입니다. 산불 피해목, 재선충 피해목 같은 활용도가 낮은 자원을 살려내는 것도 건조 기술의 몫입니다. 실제로 포항 산림자원화센터와 계약해 올해 안에 기계를 납품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봉화 국가유산수리재료센터에도 장비를 공급했습니다. 국산 목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건조가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0년을 넘어 앞으로의 10년을 전망해 주세요.
=
처음엔 수익을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사명감이 더 큽니다. 건조의 중요성을 사회에 알리고 한국 목재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목재는 단순히 보는 자원이 아니라 ‘쓸모 있게 활용해야 할 자원’입니다. 앞으로 한국이 일본·독일·미국·캐나다에 뒤지지 않는 목재 건조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파셉이 일조하고 싶습니다.  /나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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