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을 통한 건축의 지속가능성 탐구_일본 목조건축 답사 보고서3
목조건축을 통한 건축의 지속가능성 탐구_일본 목조건축 답사 보고서3
  • 안유영 기자
  • 승인 2025.08.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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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스케치 | 김민기·김선우·오해성
답사지 | 도요타, 나가노, 가루이자와, 가나자와
배재대학교 건축학과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시행하는 ‘건축설계인재육성사업’에 선정돼 최근 일본 목조건축 답사를 다녀왔다. 답사에 참여한 김민기, 김선우, 오해성 씨의 답사 보고서 중 주요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도요타시 시립미술관
도요타시 시립미술관은 전반적으로 절제된 형태와 정제된 디테일이 인상적이었다. 건물은 언덕위에 앉혀져 있으며 도시의 풍경과 자연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고지에 위치해 있었다. 건물 자체는 눈에 띄게 과장되지 않고 오히려 자연과의 조화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입구를 지나고 낮고 작은 전시실이 이어지고 동선을 따라 흐를수록 점차 밝고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1층은 자연광이 최소화되어 작품 보존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2층으로 올라서자 높은 천장과 풍부한 채광, 슬로프로 된 복도 등으로 구성되어 현대미술과 조각 작품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내부 전시 공간은 자연광과 인공조명을 섬세하게 사용하여 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배경으로서 최적화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으며 전시실 간의 이동은 일관된 흐름을 갖도록 설계되어 방문자들의 동선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공간 자체를 부각하기 보다는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건축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다니구치 요시오의 건축 철학처럼 ‘무엇을 하지 않는 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이 실현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건물의 형태는 수직적, 수평적 요소가 매우 질서 있게 배치되어 있으며 재료는 주로 콘크리트와 유리, 석재, 금속이 사용되어 현대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재료의 특성이 최대한 억제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나 미술관의 외부에 위치한 거대한 수공간은 수면 위로 건물의 벽과 유리창이 반사되어 보이며 자연과 건축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실내에서 창을 통해 외부를 바라봤을 때 풍경이 하나의 그림처럼 연출되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연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서 감상하게 되었다. 이는 앞서 계속해서 설명한 건축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된다.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창을 통해 보이는 자연이 각기 다른 풍경을 가지며 정원 자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예술작품으로서 보이게 될 것이다.

건축개요
설계▷다니구치 건축 설계 연구소 – 다니구치 요시오
위치▷아이치현 도요타시 고자카혼마치 8-5-1
완공▷1995년
대지면적▷30041m²
건축면적▷6804.25m²
연면적▷11120.75m²
규모▷지하2층, 지상3층
구조▷철근콘크리트조
마감재료▷슬레이트, 강화유리, 알루미늄 패널 바닥
시공▷타이세이 건설

도요타시 시립박물관
도요타시 시립박물관을 처음 마주했을 때, 박물관이라는 단어가 주는 조용하고 무거운 이미지보다는 오히려 편안하고 투명한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유리와 목재가 조합되어 있는 외관은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건물이 가볍고 숨 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외부의 나무 기둥 구조가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기둥이 단순히 원형 또는 사각형이 아닌 방사형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이러한 기둥의 형태는 그저 기둥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나무가 자리 잡고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또 기둥의 하단부에는 콘크리트로 보이는 초석과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 구조체의 외관에도 나무의 질감으로 색을 칠해놓아 하나의 기둥으로 보이게 만들어졌다. 이러한 디테일들을 보면서 건축가의 목재에 대한 강한 신념이 느껴졌다. 기둥을 타고 올라가다 보이면 보이는 천장의 모습은 마치 숲의 한가운데 서서 위를 올려다 보는 느낌을 받았다. 서로 얽히고 교차되어 있는 목재들의 모습은 마치 나뭇가지들이 서로 엉켜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처럼 건물의 가장 인상적 요소인 노출된 목구조는 전통적인 일본 목재 건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구조체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드러냄으로서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한 것 같다. 또 건물의 낮은 높이와 작은 규모감은 주변의 주택가나 언덕, 공원 등과 같이 무리 없이 연결되며 경관을 방해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외벽은 대부분 유리로 마감되어 개방성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개방성 덕분에 내,외부 활동이 서로 연결되어 드러난다. 이는 안과 밖이 서로 조화롭고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내 공간은 다소 소박하고 절제되어 있었고 동선 또한 매우 단순하면서도 슬로프를 따라 순환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별다른 지침이나 안내가 없어도 공간의 흐름을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으며 지역 역사 전시에 잘 어울리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건축개요
설계▷반 시게루
위치▷도요타시 고사카혼마치 5가 80
완공▷2024년
대지면적▷약 40100㎡
건축면적▷약 4500㎡
연면적▷약 7800㎡
규모▷지상 4층
구조▷철근콘크리트 + 일부 목조

Hiroshi Senju Museum Karuizawa
센쥬 박물관을 처음 봤을 때 숲 속에 녹아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딱딱한 박스의 형태가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져 흐르는 듯한 지붕으로 인해 세워져 있다기 보다는 숲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리 벽면은 외부의 풍경을 왜곡 없이 받아들이고,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거의 없애버린 것 같았다. 전시공간 내부는 무척 조용하고 밝았다. 중간에 원형으로 뚫려있는 공간은 빛을 들이면서 건물 중앙에 정원을 두어 안과 밖으로 자연과 가까이에 있는 느낌을 들게 했다. 그런 공간을 통해서 자연광이 들어와 내부는 자연광만으로도 상당히 밝았다. 그리고 사선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지의 경사와 어우러진 천장면은 내부 공간을 더욱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내부에는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전시실이 있었는데 그곳에 있는 작품 한 점을 감상하기 위한 넓은 공간과 그 작품을 더욱 잘 보기 위한 공간은 사람들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게 되어 있었다. 작품 앞에 앉아 있으면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주변이 조용해진 것 같은 기분을 주었다. 그리고 박물관 외부의 숲길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그 길을 걸으며 산책로를 걸으면 한쪽에는 센쥬 박물관의 창과 그곳에 비치는 자연과 자신, 은은하게 투영되어 보이는 실내가 보이고 다른 한 편에는 각기 다른 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

건축개요
설계▷니시자와 류에
위치▷기타사쿠군 가루이자와초 대자 나가쿠라시오자와 815
완공▷2011년
대지면적▷약 10000㎡
연면적▷약 2118㎡
규모▷지상1층
구조▷철골 구조 및 콘크리트
시공▷시미즈 건설

 

나가노현 현립미술관 / 히가시야마 카이 미술관
나가노현 현립미술관 건물에 처음 도착하여 주변을 둘러 봤을 때, 공기 자체가 신선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산으로 둘러 쌓여 있었고 그 안에 자리 잡은 사찰건물들의 옆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마치 자연과 하나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매우 현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건물의 외관은 풍경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낮고 길게 뻗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또 흰벽과 유리의 조합이 도시와 산, 하늘과 나무 같은 자연을 반사하며 마치 풍경의 일부처럼 보였다. 실제로 미술관 설계 당시 ‘랜드스케이프 뮤지엄’이라는 개념 아래 설계되었다고 하는데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흐려지는 구조가 인상 깊었다. 바닥은 외부의 길과 같은 레벨에서 같은 결로 이어지고 있었고 벽면은 프레임리스 유리로 크게 열려 있어 프레임이 시야를 방해하지 않고 내부에서도 산과 하늘을 끊임없이 바라볼 수 있었다.

1층은 오픈 갤러리와 카페, 북 라운지, 수변 테라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단순히 작품이 전시되고 그 작품을 보는 미술관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닌 방문객 모두가 머물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본격적인 전시공간은 2층으로 올라섰을 때 시작되며 2층도 동일하게 통유리가 집중적으로 사용되어 자연광이 유입되고 밖의 산과 공원을 계속해서 바라볼 수 있게 계획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3층의 옥상, 바람 테라스라는 공간으로 올라섰을 때, 젠코지의 본당이 마주 보이고 그 뒤로 산들이 겹겹이 펼쳐진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하나의 거대한 풍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옥상에는 카페가 하나 위치하고 있었는데 카페에서 보이는 거대한 자연경관이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일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니구치 요시오 히가시야마 카이 미술관은 히가시야마 카이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작은 미술관이다. 하지만 공간의 밀도는 아닌 것 같았다. 로비로 들어 섰을 때는 미술관의 정면에 있는 물로 된 정원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수면에 비치는 미술관의 건물과 주변의 소나무와 관목들로 인해서 일본의 가레산스이의 느낌을 주었다. 

로비에서 미술관의 동선을 따라 이동을 하게 되는데 2층으로 올라가 2개의 전시실을 거치고 내려오는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사람들이 앉아서 휴식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이 나타난다. 그 공간의 정면에는 건물에 들어설 때 우리를 맞이해 주었던 물의 공원이 있어 앉아서 보면 이곳의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르게 하는 것 같았다. 커다란 통창으로 약간의 방해도 받지 않으면서 경관을 볼 수 있어 굉장히 좋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동선을 따라 나오다 보면 작품들을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는 영상관이 복도의 좌측에 나타난다. 그 후 로비가 나오는 아주 깔끔한 동선을 경험했다. 히가시야마 카이 미술관은  건축이 어떻게 예술과 자연 사이에서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위한 배경이 되면서도 관람자의 감정적 여운을 주는 공간들이었다. 건축이 단순하게 구축되고 세워지는 기술이 아니라 감성과 감정을 조율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소인 것 같다. 

건축개요
설계▷미야자키 히로시 / PLANTEC (Plants Associates)
위치▷나가노현 나가노시 하코시미즈 1-4-4 (죠야마 공원 내)
건축면적▷약 4541㎡
연면적▷약 11324㎡
규모▷지하1층, 지상3층
구조▷철근콘크리트, 철골 구조 병용

건축개요
설계▷다니구치 요시오
위치▷나가노현 나가노시 하코시미즈 1-4-4 (죠야마 공원 내)
완공▷1990년
건축면적▷약 1316.31 ㎡
연면적▷약 1932.71 ㎡
규모▷지상2층
구조▷철근콘크리트 구조

 

이시카와 도서관
처음 건물을 마주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이 건물 입면의 형태였다. 사전 조사 때 알아본 내용처럼 마치 바람에 넘겨지는 책의 페이지와 같은 입면은 단순히 디자인적인 것이 아니라 시각적인 깊이감을 주는 동시에 실내로 유입되는 자연광을 조절하고 있었다. 낮고 넓게 펼쳐져 있는 건물은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으며 사방면에 모두 주차장과 출입구가 위치하여 접근성이 매우 뛰어났다.

입구에 들어섰을 때 보이는 중앙의 그레이트 홀은 이 도서관의 핵심적인 공간이다. 높은 천장으로 큰 개방감을 갖춘 이 공간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일반적인 도서관들과는 다르게 매우 개방적인 공간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원형의 계단식으로 구성된 서가였다. 처음 봤을 때는 마치 강의실 혹은 거대한 회의실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도서관은 총 5가지의 색으로 구획되어 있었다. 동, 서, 남, 북 각각의 존에 해당하는 색은 시각적으로 방향성을 주고 방문자로 하여금 길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내비게이션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일반 도서공간부터 시작해서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 집중을 위한 공간, 회의 공간, 체험공간, 전시 공간, 광장 등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용도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구획되어 있었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아는 도서관의 조용한 모습이 아닌 서로 대화라고 말할 수 있는 말하는 도서관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또 다른 공간은 오로지 집중하기 위한 사람들을 위해 차분하고 조용한 공간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고, 또 다른 공간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같은 공간으로 꾸며져 뛰어노는 어린이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내부의 복도와 슬로프, 브릿지 등은 각 층의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동선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어느 공간에 있든 시야가 트이고 다른 영역의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열려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도서관에 이렇게 활기가 넘치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특히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점은 공공건축으로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개요
설계▷센다 미츠루 / 환경 디자인 연구소
위치▷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고다쓰노 2-43-1
규모▷지하1층, 지상4층
구조▷철근콘크리트, 철골철근콘크리트. 철골 구조 병용 

 

21세기 미술관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원형 평면에 투명한 유리 커튼월로 감싸진 형태로, 도심 한가운데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낮은 수평적 스케일로 주변에 위압감을 주지 않는다. 내부는 고정된 순로 없이 자유롭게 순환이 가능하며, 공간이 폐쇄적이지 않고 각 전시실과 외부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내부 전시물보다도 건축 자체의 ‘이동성’과 ‘투명성’에 더욱 주목하게 되었다. 빛은 유리와 천창을 통해 깊숙이 들어오며, 사람들의 동선은 벽 대신 빛, 시선, 경계로 유도된다. SANAA 특유의 ‘흐림’과 ‘경계의 해체’가 명확히 읽혔다.

미술관이 단순히 시각적으로 ‘가벼운 건축’이 아니라 ‘도시적 공공성’을 실험하는 공간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 건축물은 담장이 없는 원형 형태로 지역사회와 자연스럽게 통합되며, 정문이나 주 출입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시민 누구나 무심코 들어와 쉬고 머물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서의 미술관’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내부 전시실의 위치가 외부 마당처럼 배치되어 있어 ‘전시’와 ‘일상’이 겹치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또한 미술관에서 건축 요소보다 조도, 소리, 바람의 흐름 같은 비물질적 요소들이 주도적으로 공간감을 형성한다는 점이 팀 모두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

단순히 ‘투명하다’, ‘열려있다’는 수식어 이상으로 미술관이 경계의 재정의를 시도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와 내부, 예술과 일상, 전시공간과 회랑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한 대신, 관람자는 스스로 공간을 탐색하며 의미를 부여한다. 동선이 ‘설계된’ 것이 아니라 ‘제안된’ 형태이며, 사용자마다 다른 경험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전략은 곧 건축가의 권한을 최소화하고, 사용자의 해석과 감각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근대 건축의 중심축이었던 ‘기능’이나 ‘형식’의 논의에서 벗어난, 동시대 건축의 하나의 흐름이라 볼 수 있다.

건축개요
설계▷SANAA 세지마 카즈요, 니시자와 류에)
위치▷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 시 히로사카, 겐로쿠엔 정원 인근 중심부
완공▷2004년
대지면적▷26964m²
연면적▷27920m²
규모▷지상1층
구조▷철근 콘크리트, 철골조 병용

 

스즈키 기념관
스즈키 기념관은 일본의 불교 철학자 스즈키 다이세츠의 사상을 기념하여 지어진 공간으로,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의 대표작 중 하나다. 우리는 ‘사유의 건축’이라는 주제 아래 이 건물을 직접 경험하며, 그 건축적 요소가 인간의 내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첫 인상은 기념관 대지와의 조화를 바탕으로 수평적 흐름을 강조하고, 재료는 콘크리트, 유리, 물, 그리고 자연광이라는 제한된 요소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건물은 과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숨김’으로써 방문자가 그 안에서 자기 성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물의 정원은 이 건축의 핵심이다. 바닥에서 낮게 솟은 벽체와 수면 사이의 긴장감, 그리고 주변의 자연을 수면에 비추는 방식은 인위적인 것을 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건축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였다.

‘단순함’이라는 표현이 너무 막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따라서 다니구치의 설계 언어를 더 구체적으로 해석하고, 느낀 공간적 체험을 비판적으로 풀어보려 했다.

다니구치의 건축은 종종 감추기 혹은 절제를 통해 감각을 자극하는 방식을 취한다. 스즈키 기념관의 내부 전시 공간은 외부 자연과 완전히 단절된 듯하지만, 천창과 틈새로 들어오는 빛이 공간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 빛은 시간에 따라 변하며, 마치 명상 공간의 분위기를 조절한다. 특히 전시실에서의 정적은 강한 건축적 발언 없이도 철학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 점에서 ‘건축이 말을 걸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하게 만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건물은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사용자의 감각을 환기시키고, 내면의 대화를 유도한다.

건축개요
설계▷다니구치 요시오
위치▷일본 가나자와시 혼다마치 3-4-20
완공▷2011년
연면적▷631.63 m²
규모▷지상1층
구조▷철근 콘크리트, 철골조 병용

 

다니구치 건축관
다니구치 건축관은 도쿄 대학 종합연구박물관 캠퍼스 내에 위치하며, 2009년 다니구치 요시오 본인이 설계한 ‘자신의 건축에 관한 소규모 전시관’이다. 이 공간을 ‘건축가가 자신의 건축을 어떻게 이야기하는가?’라는 물음을 중심으로 답사를 진행했다.

건축관 자체는 작고 조용한 규모지만, 그 안에는 건축가의 철학이 밀도 있게 축적되어 있었다. 외형은 콘크리트를 기반으로 한 간결한 직육면체로, 주변의 캠퍼스 환경에 묻히듯 존재한다. 내부는 중정을 중심으로 전시실이 배치되어 있으며, 유리와 목재, 콘크리트라는 제한된 재료들이 조화롭게 사용되고 있다.

건축관의 구조는 매우 정제되어 있다. 공간은 수평으로 길게 열리며, 복잡한 동선 없이 자연스럽게 이동이 유도된다. 이는 다니구치의 일관된 설계 원칙, 즉 ‘방해받지 않는 시선과 움직임’이라는 개념을 그대로 반영한다. 또한 전시실은 빛을 직접적으로 받기보다, 유리창이나 천창을 통해 간접 조명을 유도함으로써, 공간에 고요함과 긴장감을 더한다.  

건축개요
설계▷다니구치 요시오
위치▷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히로사카 2-1-1
완공▷2019년
연면적▷1570㎡
규모▷지하1층, 지상2층
구조▷철근 콘크리트, 철골조 병용


/나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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