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과 북촌, 서울의 오랜 시간을 담고 있는 터에 작업실을 만들게 되었다. 전통과 도시가 만날 때 어떤 건축 방식을 선택해야 할까. 이런 질문에 답을 찾으면서 원서 작업실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건축개요
위치▷서울특별시 종로구 창덕궁길
대지면적▷351.4m²
연면적▷599.21m²
건축면적▷198.56m²
규모▷지하 1층, 지상 2층
주구조▷철근콘크리트조, 철근조, 목구조
설계자▷(주)종합건축사사무소시건축 유재은
시공자▷(주)시공작 이혜수
사진▷김용성
원서동의 시공간적 풍경
원서 작업실은 역사와 지금의 시대가 만나는 특별한 시공간 속에 존재한다. 창덕궁 비원의 서쪽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원서동은 조선 왕실을 돌보던 관리들이 모여 살던 동네다. 지금은 오래된 한옥과 유적 사이로 다세대 주택들과 이발소, 세탁소, 분식집 등 작은 점포들이 자리 잡았다.
이곳의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조선 시대의 전통적인 생활 모습과 현대 도시 생활이 교차하는 흥미로운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동측에서 바라보면 세 개의 지붕이 독립된 건물처럼 보이며, 여기서 상승한 처마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맞배지붕의 측면이 정면처럼 보이면서 비원으로 열린다. 가운데 지붕은 회의실로 활용되며, 건물의 중심부로 기능한다. 북동쪽 전경에서는 두 개의 지붕이 비원 방향을 가리키며, 처마선의 상승이 독특한 조형미를 더한다.
다섯 개의 지붕, 하나의 마을
북촌과 원서동의 역사를 지닌 한옥들은 그 규모가 작다. 건물을 새로이 지으면서도, 그것이 북촌의 모습을 거스르지 않길 바랐다. 따라서 크지 않은 여러 개의 형상이 모여 하나의 군집을 만드는 형태를 떠올렸다. 하나의 지붕이 마치 한 채의 한옥처럼 보이도록 했다. 그리고 이러한 지붕들이 하나둘 모여 마을을 이룬다.
장소와 공간의 관계
원서동의 가파른 언덕에 건물을 앉혔다. 골목길의 경사는 비원을 향하고, 건축은 비원의 풍광을 건물 측면으로 정면처럼 받아들였다.
두 층의 슬라브 구조체는 경사길을 따라서 건물에 수평적인 균형감을 더한다.
구조의 변화와 혼합
지하와 1층, 그리고 2층 슬라브는 철근콘크리트구조를 이용했다. 반면 2층의 기둥은 철골기둥과 중목기둥을 조합하여 구성했고, 그 위의 지붕은 중목구조가 사용되었다. 층마다 변화하는 기능과 요구에 적합한 구조를 탐구한 결과이다.
전통 한옥 지붕의 현대적 해석
원서 작업실의 지붕 구조는 전통적인 맞배지붕의 재해석으로, 다양한 높이와 형태의 지붕들이 중첩되어 복잡하면서도 섬세한 형태를 만들어낸다. 용마루를 빗겨서 접으면 상승하는 처마선이 생긴다.
용마루를 빗겨 접은 지붕과 다양한 크기의 지붕을 중첩해 한옥의 상승하는 처마선을 표현하였다. 가운데 평지붕을 중심으로 펼쳐진 다섯 개의 지붕은 마치 손바닥을 펼쳐 먼 곳을 가리키는 손가락처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열린다. 동남쪽으로는 광활한 개방감을 제공하며, 북서쪽으로는 절제된 형태로 닫았다.
창과 확장성
건축은 대지 주변의 여러 경관을 향해 다양한 모양과 다양한 비례의 창을 열었다. 때로는 주변 건물과 높이를 맞추고, 때로는 주변 건물의 시야를 고려하며 소통한다. 서측면과 북측면은 내력벽을 콘크리트로 마감하여 개구부를 최소화했지만, 코너 부분은 모두 개방하여 바깥 풍경으로 향했다. 온전한 지붕과 절반의 지붕이 만나며 비대칭 균형을 이룬다.
비원을 닮은 조경
불규칙한 대지의 모양을 따라 건물을 배치하면서, 대지 주변으로 담장과 석축, 그리고 건물 주변으로 작은 외부공간들도 생긴다. 한국 전통건축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마당과 수목은 작업실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었다. 조경은 사계절 내내 자연의 변화와 그대로 마주하며, 비원과 연결된다.
원서 작업실 에필로그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창가로부터 작업실의 하루가 시작된다. 회의실에서는 열띤 토론이, 창의와 논리가 마주치는 장이 된다. 모두의 아이디어가 모여 하나의 건축물로 형태를 갖추고, 그 속에서 삶의 이야기가 피어난다. 해가 기울고 노을이 창으로 들어오면, 잠시 멈춘 작업 속에서 원서 작업실의 풍경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 이 시대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설계를 하고 건축을 하면서 현대 건축과 한국 전통건축을 항상 머릿속에, 가슴속에 그리고 양손에 각각 들고는 놓이지 않았다. 여기서 이 두 거대한 화두가 융합되었을지, 조합들이 되었을지, 아니면 나열이 되었을지…. 그러면서 하나하나 쌓아 왔는데, 이제 사용을 하면서도 완성했다는 생각이 쉽게 들지 않았다. 모든 공사 과정을 요즘 시대에 쉽게 접하는 자재와 공법으로 일반 작업자들이 경제적인 범위 내에서 진행했다.
자료제공=(사)한국목조건축협회 | 정리=안유영 기자 /나무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