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 자재 유통업체 대일우드 본사.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인터넷 단가 기준표’가 붙어 있다. 말하자면 이 회사는 딱 ‘손익이 투명하게 보이는 회사’다. 그리고 이 회사를 키운 이는 아버지의 손때 묻은 합판상을 이어받아 목재 유통의 구조를 다시 짜고 있는 2세 경영자 최기주 대표다.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의 시스템 경영을 살펴 보았다. <편집자 주>
대일우드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을지로에서 작은 합판상을 하시다가 1980년대 초 사당동에서 ‘원창합판’이라는 이름으로 목재상을 시작하셨어요. 저는 IMF 직후인 2001년쯤 회사에 들어왔고요. 처음엔 천막 씌운 공터에서 장사하셨는데, 제가 들어가면서 경리직원도 뽑고 지게차도 사고, 관리에 필요한 프로그램도 깔고 체계를 갖췄습니다.
대표님이 합류하고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석고보드를 예로 들면, 당시 보통의 매입 시세는 장당 1800원이었는데 아버지는 3000원에 들이고 계셨습니다. 직접 구매처를 찾아가 협상한 끝에 결국 우리도 2000원까지 맞췄습니다. 그렇게 매입 가격을 하나하나 정상화 시키며 거래처를 확보했습니다. 그 결과 내곡동 시절엔 월 매출 2억 원까지 갔습니다.
내곡동 당시 큰 화재 피해를 입으셨다고요.
=2007년 경이었어요. 새벽에 옆 공장에 난 불이 저희 창고로 번졌습니다. 못 들어가게 하는 소방대원을 뿌리치고 불타는 창고에 뛰어들어서 자재들을 끄집어냈어요. 기능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대부분이 불에 그을린 상태였어요. 그런데 고맙게도 거래처들에서 기꺼이 그 물건을 다 사주셨어요.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기껍게 봐주신 덕이죠. 그때 피해는 막심했지만, 거래처와의 신뢰는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광주로 이전한 이후에는 어땠나요.
=힘들긴 마찬가지였죠.(웃음) 내곡동은 모든 배송지가 반경 5분 안이었어요. 그런데 광주로 오면서 배송 반경이 넓어졌고, 그래서 기사도 여섯 명까지 늘어났죠. 매출은 비슷한데 인건비와 물류비가 치솟으니 수익이 남지 않았습니다. 또 2년마다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하더군요. 그때 결심했죠. “이제 땅을 사야겠다.”
지금의 부지를 직접 매입하신 건가요.
=조건은 단 하나였습니다. “도로에 붙은 땅.” 전에는 매일 거래처에 길 설명하느라 진이 빠졌거든요. 부동산에 1000평 이상, 도로 접한 땅을 찾는다고 했더니 “광주엔 그런 땅 없다”더군요. 그런데 한 곳에서 예전에 나온 매물 중에 한 필지가 있다는 거예요. 6000평 부지에서 1000평을 분할해서 2014년에 매입하고 2015년 건물을 지었습니다.
왠지 새 건물을 짓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웃음)
=맞습니다. 처음엔 은행에서 80%까지 대출해준다고 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건축비는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결국 광주 모임에서 알게 된 건축업자에게 ‘돈이 없으니, 건축비는 자재로 갚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 터무니없는 제안을 그분이 받아줬고, 2년 동안 자재로 건축비를 결제하면서 건물을 완공했습니다. 그분은 지금도 좋은 거래처로 남아있습니다.
유통에서 수입으로 방향을 튼 이유는요.
=유통만으론 경쟁력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수입을 통해 단가를 낮춰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죠. 사실 자작합판은 2004년부터 하고 싶었는데, 주위에서 ‘위험하다’는 말에 미뤄왔습니다. 결국 2020년부터 수입을 시작했습니다.
최근엔 합성목재 시장에도 뛰어들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뤼썬우드’의 유로데크 2세대 제품으로 시작했습니다. 유럽에 25년 품질보증을 하면서 수출되는 제품인데, 겉에 고강도 코팅층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금은 이 제품의 호평에 힘입어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1세대 제품도 한국 시장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유통 구조 자체도 바꾸셨다고요.
"=네, 저희는 모든 제품 가격을 인터넷에 공개합니다. 기존 거래처도 그 기준에 따라 5% 내외로만 가감합니다. 과거처럼 30% 이상 마진을 붙이는 구조는 오래 못 갑니다. 간혹 ‘인터넷 가격보다 싸게 주세요’라고 하시는 분들에겐 ‘그 가격이 원가’라고 솔직히 말씀드려요. 그래서인지 ‘싸게 파는데 품질이 좋아 놀랐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 운영 시스템의 장점이 무엇인가요.
=뛰어난 영업사원 한 명이 매출을 좌우하는 구조는 불안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일주일만 교육받으면 판매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든 것입니다. 주문은 쇼핑몰 기준으로 받고, 소매는 거기에 5% 정도만 더 얹어 파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특별한 인력이 아니더라도 안정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어요. 고객 입장에서도 언제나 예측 가능한 구매처라는 신뢰가 생기구요.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싸게 판다’는 건 ‘싸구려를 판다’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가격이면 더 좋은 품질을 주는 게 실력입니다. 그걸 가능하게 하려면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그 시스템을 설계하는 게 대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길이고, 앞으로 대일우드가 나아갈 방향입니다. /나무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