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22회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공모전’ 참가 접수가 4월26일 시작됐다. 올해 주제는 ‘기계 나무 시대의 짓기와 잇기’. 준공부문과 계획부문으로 각각 진행되는 공모전은 산림청이 주최하고 한국목조건축협회가 주관하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 수상작들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건축개요
위치▷강원도 춘천시 교동
대지면적▷1,994m2
연면적▷1,095.88m2
건축면적▷777.32m2
규모▷A동 지상 2층 / B동 지상 1층
주구조▷목구조 + 철골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설계자▷건축사사무소 스튜디오더원 원계연
구조설계자▷ARCEN + 유원구조
시공자▷티씨엠종합건설(주) 김평기
사진작가▷박완순
무엇을 재생할 것인가?
이 프로젝트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주거지 지원형)의 일환으로 시작됐고 공공건축가 제도, 공공건축 공모제도가 실행되며 설계 공모로 진행된 프로젝트다.
발주처에서 요구한 이 건축물의 여러 프로그램(공동육아 어린이집, 마을 헬스케어센터, 청춘 살롱, 마을도서관 등)을 담아내면서 이러한 프로그램과 이 건축물이 무엇을 재생할 수 있는지 고민했고, 동시에 도시재생과 관련된 예산의 뒷받침이 끝나고 난 뒤, 운영 주체나 프로그램이 바뀌어도 건축물과 설계 의도가 생명력을 유지할 방법을 고민했다.
우리의 결론은 이곳에 마을이 형성되며 자연스럽게 생성되었으나 어느 순간 사라진 마을의 골목길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 회복하고 그로 인해 비탈마을 길의 ‘커뮤니티’를 재생하는 것이었다.
이 마을과 우리 대지에 적합한 해법이기도 했으며 기후만 적절하다면 건축물이 대형화, 실내화되고 있는 모든 곳에 적용해 볼 만한 해법이라 생각한다.
도시적 맥락
대상지는 강원도청과 춘천시청 등이 위치한 구도심에 인접한 지역으로 행정구역으로는 옥천동과 교동에 속하고 지리적으로는 봉의산 자락의 경사면에 위치하여 ‘봉의산 비탈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골목길 주변으로 작은 규모의 주택들이 들어서 있는 전형적인 자연 발생적 마을이다. 현재까지도 소규모 건축물과 골목길의 휴먼스케일이 유지되고 있으나, 2010년 대상지 일대가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되고 일부 노후 불량주택을 철거하며 커다란 공터가 생겼고 이곳이 우리의 사이트가 되었다.
도시재생의 건축적 해법
봉의산 비탈마을은 ‘비탈’이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마을 주변의 빠른 변화에도 불구하고 다소 느린 걸음으로 시간을 견디고 있다.
지형에 순응해 존재하는 작은 규모의 도시조직으로 현대의 보편적 구조인 RC와 철골 구조부터 근·현대 시기의 목구조와 조적조의 건축물 등 다양하면서 파편적인, 마을을 구성하는 물리적 실체들은 인구밀도가 낮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복잡한 도시풍경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교동 살롱이 우리가 발견한 봉의산 비탈마을의 유형·무형적 가치를 담아내며 과하게 도드라지지 않길 바랐다.
계획된 도시가로에 면해 존재하는 건축물의 보편적인 진입방식과는 달리, 주 출입에 대한 설정이 없고 여러 개의 골목길이 관통하고 교차하는 대지 내 보행가로들. 이러한 것들이 어찌 보면 건축물을 미완의 형태로 남겨두는 듯하지만, 건축은 시간의 흐름과 사람의 흔적으로 덧붙여지고 지워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완결형으로 존재해야 할 것 같은 도시건축의 획일성과는 분명 구별되어야 하며 그것이 봉의산 비탈마을의 정체성이라 생각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하나로 관통하는 건축의 공간적 질서의 ‘부재’를 기꺼이 선택하게 되며 그것이 교동 살롱이 도드라지지 않고 마을에 원래 있던 것처럼 슬쩍 스며드는 방법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작고 가벼운 구조부재들이 만들어낸 집합적 이미지
경량목구조의 선택은 마을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함에 있어 시각적으로 무게감 있어 보이는 중목구조보다는 작은 단위의 구조재(라프터, 스터드)의 집합으로 구축되는 경량목구조가 더 부합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을 전반적인 맥락으로 보아 가벼운 구조가 어울렸고,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한 위압감 없는 공간이길 의도했다.
옥외 데크의 지붕구조 또한 같은 맥락에서 서까래들이 보에 접합된 것이 아닌, 부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각각의 구조부재의 개별적 존재감을 극대화해, 가벼운 재료의 집합으로 커다란 지붕이지만 경쾌한 공간을 구축하고자 의도했고, 이것은 작은 건축물들의 개별적 존재와 집합이 동시에 풍경으로 인지되는 마을의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생각했다.
경량목구조+경량 철골조
보편적으로 유통되는 경량목구조 부재의 최대길이 6m로 구현 가능한 공간의 규모적 한계를 넘기 위해서 규격재의 접합은 필수였고, 우리는 이것을 또 다른 가벼운 재료인 경량철골을 활용해 디자인했다.
경량철골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 구하기 쉽고 다루기 쉬운 보편적인 재료이기에 경량목구조와 함께 서민적인 재료라 생각했다.
강구조와 경량목구조가 잘 버무려져서 구조적으로 제 역할을 함은 물론, 서로에게 시너지를 일으켜 가볍고 보편적인 두 구조재가 어떻게 활용될지, 특히 경량목구조가 어떠한 방법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 싶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강구조의 적절한 활용으로 기존 경량목구조 부재의 한계를 넘어 더 다양한 변주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두 부재의 구조미도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설계단계에서부터 목재의 사전가공을 지양하고 경량목구조 부재를 현장에서 목수들이 어렵지 않게 시공(재단, 간단한 가공수반)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구조 설계자에게도 이러한 디테일을 요청했으며, 꼭 필요한 부분의 중목구조를 제외하고 모두 경량목구조를 적용함을 원칙으로 설계했다.
늘 열려있는 마을의 골목길
여러 차례의 공공건축물을 설계하며, 건축물의 성격은 공공건축이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주인 없는 집’이 되어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런 부분을 경계해 공모 당선 직후부터 운영자와의 만남을 발주처에 요청해 여러 차례 미팅했으나, 공사 완료 시까지 예비 운영자가 바뀌기도 했으며, 정해지지 않기도 했다.
프로그램별로 작은 단위로 건축물을 분리함과 동시에, 추후 유지관리가 용이하도록 전기와 수도 등의 설비도 프로그램별로 운영할 수 있도록 분리했다. 이 건물은 꽤 큰 덩치의 닫혀있는 관공서 건축물을 지양하며 가급적 작은
단위의 조합으로 설계해 마을 전체에서 누구나 활용 가능하고 동시에 공동으로 유지 관리해야 하는 부분을 상대적으로 늘렸다. 개별 프로그램이 변경되거나 혹은 작동되지 않더라도 건축물은 마을의 골목길을 품고 있기에 주민들에게는 늘 열려있어 마을의 일부로 작동되길 바란다. 자료제공=한국목조건축협회 / 정리=김오윤 기자 /나무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