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품격은 지키고, 생활은 편리하게…“모던한옥”
포커스 in | 장남경 영월한옥협동조합 대표
영월한옥협동조합을 설립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서울에서 주로 문화재 한옥 보수와 유지 관리 일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문화재만으로는 사업의 한계가 분명했어요. 특히 전통 한옥은 관리가 어렵고 춥고 덥다는 불편함 때문에 대중적 확산에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내부는 한옥의 정서를 담되 외부는 일반 주택처럼 보이도록 한 ‘모던 한옥’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모던 한옥은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내부는 기둥·보 구조와 공간감을 그대로 살려 한옥 정서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외부는 전통 기와 대신 징크나 이태리 기와를 쓰고 흙 미장 대신 세라믹 사이딩으로 마감합니다. 창호도 내부는 한식 창을 쓰되 외부는 통창이나 일반 샤시를 적용해 단열과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결국 한옥의 ‘맛’은 살리면서 현대주택의 편리성을 결합한 방식입니다.
가격 경쟁력도 강조하셨는데요.
=전통 한옥은 자재와 공정에 품이 많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흙 미장이나 토기와 시공은 비용이 크지요. 모던한옥은 이런 과정을 줄여 시공 단가를 약 30% 절감할 수 있습니다. 전통 한옥 대비로는 65~70% 수준이고 일반 목조주택보다는 10% 정도 비쌉니다. 지금 자재값이 전반적으로 올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예요.
구조나 설계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기본은 목구조입니다. 맞춤 공법을 쓰기 때문에 목조주택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한옥 특유의 ‘칸’ 간격을 살려 설계하는 것이 차별점입니다. 정해진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고 건축주 요구에 맞춰 설계합니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30여 채를 지었습니다.
건축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한옥을 꼭 짓고 싶어 하는 매니아층이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내부 정서를 만족시켜주면서도 관리 편의성을 보장하니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낯설어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모델하우스를 여러 채 지어 신뢰를 쌓아가는 중입니다.
대표님께서는 문화재 보수뿐 아니라 해외 경험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유럽, 캐나다, 일본, 러시아 등을 다녀봤는데 우리 한옥만큼 정교하고 수천 년간 변하지 않은 주택 양식은 드뭅니다. 삼국시대 이후 지금까지 형태를 유지한 주택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옥이 우리만의 독창적인 건축문화유산이라고 자부합니다.
북미식 목조주택이나 일본식 중목구조와 비교했을 때 모던한옥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봅니다. 북미식 목조주택이나 일본식 기둥보 구조가 차지하는 영역을 모던한옥이 흡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정서에 맞는 건축 양식이기에 정착만 된다면 하나의 새로운 주택 문화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시공이 어렵지는 않나요.
=중목 구조를 할 수 있는 목수라면 두세 달만 배우면 모던한옥 시공이 가능합니다. 지금은 특히 공구와 기계가 좋아져서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옥은 연출 기법이 많아 응용의 폭이 넓습니다. 결국 자신감과 경험이 관건이죠.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모던 한옥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전통 한옥은 품격을 지켜가며 이어가고 모던 한옥은 생활 친화적인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소비자들에게는 ‘편리하면서도 한옥다운 집’을, 시공사에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살롱드마차리 윤보용 대표
5년 차 귀농 백수가 스승 위해 작정하고 지은 산중의 한옥집
귀농 5년 차 포도 농부이자 강원 영월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살롱드마차리’의 운영자 윤보용 대표는 최근 숲속에 12평 규모의 모던한옥을 지었다. 외장은 징크 등 현대 소재로 단열·내구를 확보하고 실내는 기둥·보를 드러낸 한옥의 결을 그대로 살렸다. “한옥의 미감은 지키되, 사는 사람의 편의를 우선했다”는 그의 선택과 배경을 들었다. <편집자 주>살롱드마차리, 이름이 독특합니다.
=저는 귀농 5년 차 포도 농부입니다. ‘살롱드마차리’는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테이스팅, 아카데미, 체험, 게스트하우스, 공유주방까지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살롱이 유럽식 커뮤니티를 뜻하듯 동네 분들과 함께 배우고 나누는 곳을 지향합니다. 이곳 동네 이름이 마차리입니다. 순우리말이죠.
와이너리는 어떻게 시작하셨습니까.
=도시에서 글을 쓰고 살다가 귀촌해서 몇 년 간 백수로 살았습니다. 고부가가치 작목과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다 보니 와인에 닿았습니다. 와인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보니 강원대 미생물학과에서 정년 퇴임하신 윤권상 교수님께 1:1로 배우며 기초를 다졌습니다. 그렇게 2024 빈티지로 실험·평가를 거쳤고 올해는 직접 키운 포도로 첫 수확·양조에 들어갑니다. 규모는 유럽의 소규모 모델을 지향합니다. 사람을 크게 쓰기보다 이웃과 교환·체험을 결합해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려 합니다.
숲속 모던한옥을 짓게 된 직접 계기는요.
=스승이신 윤 교수님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습니다. 이천에서 오가는 길이 위험해 산속에 세컨하우스를 마련해 드리고 싶었어요. 콘크리트 대신 목조와 한옥의 미감을 살리되 노년의 생활 편의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했습니다.
외관은 모던, 실내는 한옥을 선택했습니다. 왜 ‘바깥’을 포기한 것인가요.
=한옥의 전통 외형은 아름답지만 춥고 덥고 관리가 어렵다는 현실적 불편이 있습니다. 저는 ‘사는 사람의 누림’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외장은 징크 등 현대 소재로 과감히 전환해 성능을 확보하고 실내는 기둥·보를 드러낸 100% 한옥의 공간감을 유지했습니다. 가짜 기와 같은 중간 해법은 지양했고 선택과 집중으로 정체성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으시고 나서 만족도는요.
=숲과 잘 어우러지고 모던한 외관과 한옥 실내가 함께 주는 정서적 안정감이 큽니다. 방문객들은 ‘과시하지 않는 고급스러움’이라고 하더군요. 인테리어도 도배 정도면 충분해 경제성 면에서도 합리적이라 느꼈습니다.
왜 굳이 모던한옥이어야 했나요.
=오랫동안 한옥을 좋아해 답사도 많이 했지만 실제 거주에서는 냉난방·관리의 허들이 있습니다. 전통을 지키려는 마음과 현재의 라이프스타일 사이에 타협점을 찾아야 한옥이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모던한옥은 그 접점입니다. 전통 한옥은 품격대로 이어가고 모던한옥은 생활 친화적 대안으로 병행되면 좋겠습니다.
영월한옥협동조합의 샘플하우스와 비교해 이번 주택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조합의 샘플은 초기 버전 성격이 강합니다. 이번 집은 정식 주택 수준의 완성도 세부 디테일, 내부 완결성이 분명합니다. 실사용자(노년층)의 생활 동선과 성능을 기준으로 설계했습니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