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70대 단독주택 건축주 전성시대
친환경·고성능 건축 자재 총출동…2025 코리아빌드위크 이모저모
국내 최대 건축박람회 ‘2025 코리아빌드위크’가 지난 7월30일부터 8월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국내 건축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참가한 이번 전시는 건축산업이 당면한 과제인 친환경·고성능·차별화를 키워드로 새로운 자재와 기술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 주요 기업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바닥이 작품이 되다 – 케이디우드테크, 엔드그레인 마루
케이디우드테크는 이번 전시에서 하이엔드 마루 브랜드 ‘엔드그레인 플로어(ENDgrain Floor)’를 첫 공개했다. 목재 단면을 큐브 형태로 배열해 만든 이 제품은 나이테와 결이 그대로 드러나 한 점 한 점이 예술작품 같은 바닥재로 눈길을 끌었다.
목재 단면은 압축 강도와 내마모성이 뛰어나 체육관·교실 등 고하중 공간에 전통적으로 쓰여왔다. 이번에 케이디우드테크가 내놓은 제품은 이를 고급 주거·상업 공간에 맞게 디자인화한 것이다. 전시장 체험존에서 직접 블록을 맞춰본 관람객들은 “소재 자체가 예술품 같다”, “고급 레스토랑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전시장, 공연장, 박물관, 호텔 등 고급 프로젝트 중심으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는 예약 제작 방식으로만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 건축 – 린인터내셔널의 네 가지 해법
린인터내셔널은 건축의 기본 요소인 흡음·단열·방수·지반 보강을 아우르는 네 가지 글로벌 자재를 한자리에 모았다.
먼저 아소나(ASONA)는 초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 스키폴 공항, 구글·페이스북 본사 등 세계적 랜드마크에 적용된 프리미엄 흡음재다. 단순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 패널 형태로 제공돼 고급 건축의 미관까지 살린다. 현장을 찾은 한 건축가는 “음향과 미학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드문 자재”라고 평가했다.
아이씬폼(ICYNENE)은 세계 최초 스프레이 폼 단열재(1986년 개발)로 고단열·고기밀 성능 덕에 제로에너지 건축에서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코트락(COTRAK)은 산업·상업 시설용 방수·방식 코팅으로 옥상·주차장부터 석유·가스 플랜트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하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신제품 지오락(GEOLOK®)이었다. 굴착이나 콘크리트 타설 없이 초저점도 물질이 토양 깊숙이 침투해 지반을 단단히 경화시키는 방식이다. 시공 후 3~4시간이면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
린인터내셔널 측은 “버림 콘크리트를 대체할 수 있어 시공 효율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잡았다”고 강조했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도심지 공사에서 큰 경쟁력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산 참나무, 음향과 미관을 동시에 – 우리참나무
우리참나무는 국산 참나무 어쿠스틱 디자인 패널을 내세웠다. 특허 흡음 구조 설계로 소리 흡수율을 높였고 무게를 기존 제품보다 최대 30% 줄였다. 천장이나 벽 시공 시 부담이 적고,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시공 효율성이 높다.
국산 참나무를 사용해 지역 임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화학 방부처리 없이도 내구성과 항균성을 확보한 점도 특징이다.
디자인적 가치도 눈길을 끌었다. 참나무 특유의 깊은 나뭇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색감은 고급 인테리어 소재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쉼터도 건축이다”…편백 사우나 – 편백마리
편백 전문업체 편백마리는 핀란드식 편백 사우나와 욕조를 전시했다. 은은한 편백 향과 원목 공간은 관람객에게 즉각적인 힐링 경험을 제공했다.
편백나무는 항균성과 내구성이 뛰어나 실내외 어디서든 설치 가능하다. 전시 현장에서는 “체류형 쉼터나 전원주택 단지에 적용하고 싶다”는 상담이 이어졌다.
편백마리 이학용 대표는 “많은 관람객들이 단순한 위생시설을 넘어 재충전의 공간으로서 사우나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며 “특히 데크 공간을 활용한 쉼터용 수요가 많았다”고 전했다.
전통 기름이 첨단 방부제로 – 동화특수산업, 소자유
동화특수산업은 조선시대 궁궐 단청에 쓰이던 들기름을 현대 기술로 계승한 ‘소자유’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천연 들기름 성분에 특화된 항균·방부 공정을 더해 색채 복원제이자 목재 보호 코팅제로 활용된다. 특히 동화특수산업은 이 제품이 KTR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항균시험에서 99.999%의 항균 효과가 입증됐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워 이목을 끌었다.
적용 범위도 넓다. 문화재와 사찰, 한옥, 민속품, 공예품까지 모두 아우르며 실제로 제주목 관아 복원 공사 등 주요 문화재 현장에 이미 사용된 사례도 있다.
동화특수산업 김석천 대표는 “소자유는 ‘먹는 기름’이 아니라 목재와 색채를 지켜내는 전통의 방패”라며 “전통과 과학이 결합된 K-소재로서 세계 시장에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 인터뷰 | 영림목재 이승환 대표
‘단독’에서 ‘협업’으로…“서로의 강점 모아 시장을 키울 때”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첫째는 중목구조입니다. 사실 이전 전시회에서도 선보였지만 결국 중요한 건 시공사·설계사와의 만남이더군요. 이번에도 그 접점을 넓히는 게 목적입니다. 둘째는 아코야입니다. 한동안 홍보를 중단했는데 다시 본격적으로 알리기로 했습니다. 기존 아코야에 더해 확장 버전도 선보였습니다.
확장 버전이란 어떤 제품입니까.
=아코야를 불에 태워 만든 카본아트(Accoya CarbonArt)입니다. 최근 청담동의 한 스시 전문점의 외벽재로 납품했고, 제가 직접 디자인까지 참여했습니다. 또 아코야의 MDF 버전 ‘트라이코야(Tricoya)’도 있습니다. 자유로운 CNC 가공이 가능하고 내구성 50년 보증으로 최근 경주의 한 호텔에 야외 조형물에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준불연 인증도 받았습니다.
이번 부스에서 협업이 두드러졌습니다.
=맞습니다. 이번 전시는 철저히 협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 파트너 추고쿠목재(中國木材), 국내 히노키 가구업체 편백천지와 함께 공동 부스를 꾸렸습니다. 완제품 가구도 직접 전시했고요. 또 한다움건설과도 부스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영림목재 단독으로 나섰지만 이제는 각자의 강점을 모아 시장을 키워가야 할 때입니다.
히노키(편백)와 스기도 전시했다고요.
=네. 이번에는 히노끼 가구와 판재를 중심으로 알렸습니다. 또 작년 전시에서 반응이 좋았던 폭넓은 스기 판재도 본격적으로 내놨습니다. 히노끼와 스기는 여전히 국내에서 고급재로 관심이 높습니다. ◆
현장 인터뷰 | 그린홈예진 여상수 실장
백세시대, “전문가와 먼저 상의하고 시작하세요”
최근 노년층의 주택 수요가 늘고 있다고요.
=네. 은퇴 직후인 60대가 아닌 70~80대 분들이 직접 집을 공부하고 짓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기존 주택에서는 습하고 덥고 추운 환경을 견디기 어려워요. 건강도 취약하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패시브하우스나 전기집 같은 새로운 주거 방식을 찾는 겁니다. 남은 여생이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합니다. 주택 시장에도 백세시대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와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하고 오십니다. 패시브하우스가 몸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계세요. 실내 항온·항습이 유지되는 구조를 통해 쾌적한 생활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죠. 특히 병원장이나 의사 선생님들께서 직접 집을 짓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분들이야말로 건강과 집의 상관관계를 잘 아시잖아요.
주로 어떤 기능을 요구하나요.
=무엇보다 ‘열회수 환기 장치’를 꼽습니다. 나이가 들면 숙면이 중요한데 환기 장치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숙면을 돕습니다. 가구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도 줄여주죠. 창문을 열지 않고도 실내 공기를 신선하게 유지하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집의 규모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분들은 20~25평대 소형 주택을 선택하고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분들은 별장처럼 크게 짓습니다. 소형 주택이라도 복사 냉난방이나 전기 설비를 갖추면 25평 기준 3억~4억 원이 듭니다. 하지만 비용보다는 기능, 즉 쾌적한 삶에 가치를 두는 게 특징입니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요.
=최근 하동에서 집을 짓겠다는 70대 건축주가 있었는데 땅을 잘못 고르는 바람에 인허가와 토목 공사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또 평창에서 짓고 있는 한 회장님 댁도 토지 분쟁 문제로 애를 먹었죠. 그래서 저는 항상 강조합니다. 땅을 덜컥 사지 말고 반드시 초기 단계에서 건축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고요.
노년층 건축주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집은 종합예술입니다. 기획 단계에서 예산, 공법, 인허가, 토목까지 다 매듭을 짓고 설계를 시작해야 합니다. 예산이 3억인데 4억짜리 설계를 하면 결국 종이 조각이 됩니다. 규모 검토부터 현실적으로 해야 해요. 또 초기 비용은 평당 150만~200만 원으로 다소 높지만 전기집처럼 전기로 냉난방을 해결할 수 있는 구조라면 장기적으로 고정비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결국 노후의 삶을 지켜주는 ‘안심 주거’가 되는 겁니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