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의 결, 건축의 선 - ‘gallery 단장_단장요’
경남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분청사기의 고장으로 알려진 이곳에 도예가 강영준 작가의 전시공간이 들어섰다.
이름은 ‘gallery 단장’. 작가가 운영해온 작업실 ‘단장요’ 옆에 나란히 놓인 이 건물은 단순한 갤러리를 넘어 작품을 담는 그릇이자 차를 나누는 쉼의 공간이다.
강영준 작가는 20여 년 경력의 도예가다. 전통 분청 기법에 꽃문양을 정교하게 입혀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의 도자기를 빚어왔다. 일본, 대만, 호주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며 작업의 맥을 이어왔고 2005년부터 단장요를 운영하며 한국적 미감의 현대화를 꾀해왔다. 그런 그가 오랜 꿈이었던 전시공간을 짓기 위해 직접 대지를 고르고 설계부터 공간 구성까지 함께 고민한 결과물이 바로 이 건축이다.
비켜선 시선 옆으로 흐르는 선명한 미학
건축은 ‘우연성과 절제미, 자연스러움의 조화’를 주제로 시작됐다.
분청사기의 무채색 미감과 점판암의 결을 닮은 건축은 정면보다 비켜선 시선을 권한다. 간결한 직사각형 박스형 매스는 입구에 들어선 순간 시선을 사선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정면 대신 비스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벽은 분청사기의 비대칭적 아름다움과 점판암의 자연스러운 층리에서 착안한 구도다. 마치 계획된 우연처럼, 흐름이 공간을 구성한다.
외장재는 점판암 패널이 적용됐다. 얇게 쪼개진 판석을 겹겹이 쌓아올린 듯한 입면은 낮고 묵직하게 단장면의 풍경에 스며든다. 무채색 계열의 외벽은 햇빛의 방향과 시간에 따라 표면감이 달라진다. 이와 같은 질감과 그림자의 변주가 마치 도자기 위의 유약처럼 은은하게 흐른다.
도자기 안에 들어온 듯한 빛과 그림자가 흐르는 전시실
전시공간은 질감 있는 회벽과 긁힘 자국, 번진 붓질의 자국으로 채워진 벽면이 중심을 이룬다. 도자기의 표면을 닮은 이 벽은 작가의 작업 세계를 투영하는 캔버스이자 배경이다. 천장은 옹이 없이 고른 결의 오동나무 합판으로 마감돼 빛을 부드럽게 반사한다. 바닥과 가구 역시 인위적인 대칭을 피하고 비정형적인 배치로 우연의 미감을 강조했다.
차실(茶室)은 공간의 중심에 가깝지만 시선으로는 가장 깊숙한 곳에 있다. 고측창과 한지창 사이로 흘러드는 빛은 마치 벽을 타고 흐르는 물결처럼 공간을 가른다. 바람에 흔들리는 차잎의 소리, 멀리서 들리는 산새 소리, 수공간의 물 흐름이 어우러졌다.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는 감각의 장소로 변모했다.
도구가 아니라 감각의 연장으로서의 건축
강 작가는 이곳에서 차를 대접한다. 전시를 위해 방문한 손님에게 자신이 빚은 찻잔에 차를 따라내는 일은 단지 예의의 표현이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그리고 공간은 이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구성됐다. 전시와 응대의 동선이 엇갈리지 않도록 섬세하게 짜여 있고, 손님과 작가가 마주 앉는 자리에선 벽 너머 정원이 차분히 시야에 스며든다.
한편 정원은 차실을 위한 무대이기도 하다. 담장 너머의 산세와 어우러진 ‘차정원’은 시각을 넘어 소리와 냄새까지 전한다.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여름날의 더위를 식히고 사계절 변하는 빛이 공간을 스쳐 지나간다.
gallery 단장은 도자기를 담는 공간이지만, 그보다 더 섬세하게 도예가의 삶을 담았다. 건축은 여기에서 도구가 아니라 감각의 연장이 된다. /나무신문
건축개요
위치▷경남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대지면적▷623.0㎡ (188.46평)
건물규모▷지상 1층
건물용도▷제1종근린생활시설
건축면적▷115.94㎡
연면적▷115.94㎡ (35평)
구조▷중량목구조
설계 및 시공▷수미가 설계, 시공(정용운 대표)
정원디자인▷가든웍스 김원희 작가
사진▷윤동규 건축사진가
자재개요
외부 마감재▷천연슬레이트 + 외단열토탈시스템(테라코트)
단열재▷수성연질폼(아쿠아수발포우레탄폼) + 스카이텍
창호재▷로이복층유리 단열 알루미늄창호
현관문▷단열자동도어
지붕▷천연슬레이트
실내도어▷제작 목문 
바닥▷폐교마루, 콘크리트 폴리싱마감
수전 등 욕실 기기▷아메리칸 스탠다드
목재▷토대 : 히노끼, 기둥 : 스기 집성목, 보 : 하이브리드 집성목 및 드라이빔, 천장 : 오동나무합판
정용운(일본 건축사) 
건축으로 삶을 설계하는 주택 브랜드 수미가의 대표다. 지킬 수(守), 아름다울 미(美), 집 가(家). 아름다움을 지키는 집이라는 의미로 삶 속의 다양한 아름다운 순간들을 주택의 공간을 통해 지속시키며, 건축주의 행복을 지켜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간결함의 멋, 안전, 책임감이라는 수미가의 핵심가치로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형태 또한 삶을 즐기는 데에 있어 충분하다는 미의식을 가지고, 우리 삶에서 마주하는 아름다움을 수미가의 간결한 공간을 통해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또한 이 아름다움이 순간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30년 경력의 일본인 건축명장과 함께 집을 짓는 처음부터 완성까지 고객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전에 책임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