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117 - 미국 솔송나무(Eastern Hemlock)
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미송은 Douglas-fir, 미국솔송나무는 Hemlock이라고 연구원 시절에 목재 산업체에서 합판 제조 시험을 할 때 알게 된 나무이다. 그때 원목을 칼로 사과 껍질을 돌려 벗기듯 회전형 단판 절삭기(Rotary Lathe)로 벗겨낸 단판(Veneer)을 보면, 미송은 유독 빨간 재색을 보이고 헴록은 베이지 색 계통으로 물결무늬의 미송만큼 뚜렷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강도는 꽤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오래 전에 미국 Tacoma에 출장 갈 기회가 있어 시애틀과 타코마 사이에 위치한 Ranier Mountain엘 오른 적이 있는데, 은퇴한 교장 선생님이 관광 가이드 겸 버스 운전하면서 능숙히 해 내던 삶의 솜씨가 안 잊힌다. 그때 산 중에서 만난 낡은 간판에 미국의 3대 침엽수종이 구과 생김새와 잎 모양으로 구분하여 보여 주던 게 생생하다. 그 때 수종으로 Douglas fir, Ponderosa pine, Hemlock으로 쓰여 있었던 것 같다. 3대 수종으로 포함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곳에서 만난 헴록은 애기고추처럼 동그랗게 작은 솔방울을 달고 있다. 낙엽송의 둥근 열매와 같은 형태로 그보다는 좀 작지 않을까 해 본다. 고국에서 못 보던 살아있는 나무를 본다는 것은 4계절에 따른 생태를 볼 수 있어 그것으로 수목학 공부를 하는 셈이다. 그러나, 고국에서 종종 또는 흔히 보고 대하던 꽃과 나무를 볼 수 없음 또한 아쉽기만 하다. 아마도 어릴 때 어머니가 해 주시던 된장 맛에 길들여진 밥상에서 아련히 밥 한가운데 우물을 만들어 먹던 그 옛 맛을 잊지 못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리라!
더군다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서 멀리 떨어진 Edwards Gardens을 보러 가는 길 양 숲 기슭에는 으레 이 헴록의 천연 자생 나무 군집(群集)을 볼 수 있어 현지 적응을 잘 하는 자람세를 엿보게 해주어 친근히 다가오는 수목으로 자리잡는다.
너의 이름은 미국 솔송나무
너의 이름은 솔솔 부는 바람 가운데 선
소나무도 아닌 것이
워째 솔송나무라고 부르니?
애팔라치안 산맥 한 중허리가
너의 고향이더냐
어찌 이곳까지 와서
바람을 맞으며 선 것이더냐
소나무보다 기품은 없어도
그 속은 단단할 것이니
산맥의 바람결에도 
태평양, 대서양 물결을 꿈꾸어 
그 무늬를 네 몸에 어리었더냐  /나무신문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