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자투리땅!

도심 속 중정 품은 작은 점포주택

2015-12-28     홍예지 기자

[나무신문] 과천 협소주택으로 눈길을 끌었던 OpAD건축연구소의 오문석 소장이 서울 성북구 길음동 건축면적 49.84㎡(15.08평) 규모 협소한 부지에 4층 점포주택을 선보였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계획한 점포주택은 오래된 빌라나 근생 건물들이 모여 있는 부지 속에서 뽀얀 속살을 드러낸 채 건축주 부부와 이제 막 태어난 어린 자녀와 함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편집자 주>

404호부터 2번에 걸쳐 OpAD건축연구소의 프로젝트가 차례로 소개됩니다. 그 마지막 이야기.

 

건축주만을 위한 점포주택을 계획하다 

주변이 재개발에 포함되지 않은 유일한 자투리땅. 큰 도로와 작은 골목에 면해 있는 이 부지의 주인은 40대 초반의 건축주 부부다. 오래된 빌라와 근생들이 있고, 뒤로는 아파트 재개발 단지가 위치한 이곳에 건축주 부부는 앞으로의 희망을 그리기 시작했다. 둘 만의 오붓한 빌라생활을 뒤로 하고, 어린 자녀를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한 것.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는 자투리땅일지 몰랐지만, 건축주에게 이보다 더 소중하고 적합한 장소는 없었다. 

부부는 넉넉지 못한 한정된 예산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기에 건축사사무소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오랜 고민 끝에 오파드건축연구소의 오문석 소장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오 소장은 지금의 점포주택이 완성되기까지 생각보다 긴 기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한다. 

“해당 부지는 두 개의 도로가 면해 있고, 주변 건물들로 둘러싸인, 재개발에 포함되지 않은 콕 박혀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제 막 태어난 자녀와 함께였지만, 훗날 자녀가 성장한 후에도 거주할 목적으로 지어야 했기에 4층 규모의 점포주택을 계획했죠. 기간은 총 6개월이 걸렸습니다. 3개월 만에 안을 확정했지만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구청과의 이견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결국 처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다시 하는 만큼 건축주 부부에게 선물이 될 요소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덕에 보다 독특한 주택이 완성됐습니다.”

초안 시에는 1층 전체를 근생, 2~4층을 단독주택으로 계획하고 일부는 임대를 둘 생각이었으나 설계가 바뀌는 과정에서 근생 부분의 면적이 줄어듦에 따라 임대 수익은 과감히 포기했다. 

도심 속 단독주택의 이점 누리다  
현재 주택은 1층의 경우 45.18㎡(13.67평) 규모 중, 반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현관 및 세탁실 등으로 구성했다. 생활공간은 2~4층 부분으로, 2층은 38.63㎡(11.69평), 3층은 41.65㎡(12.60평) 규모이며, 4층의 경우 12.17㎡(3.68평)의 침실로 아담하게 구성했다. 임대 수익을 포기한 대신 1층을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건축주 아내의 사무실로 활용함으로써 다른 곳에 지불하던 임대료를 아낄 수 있게 됐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자 핵심은 작은 땅임에도 불구하고 중정을 뒀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포인트는 ‘작다’는 단어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은 집에 알맞은 작은 중정을 둔 이유도 그것 때문이죠. 두 사람 정도가 서면 꽉 차는 사이즈입니다. 중정은 단독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장점을 만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물들 사이에 위치해 채광 확보가 쉽지 않은 주택의 한계를 극복한 매개체라고도 볼 수 있죠. 중정을 통해 들어온 빛이 각 층의 창들로 인해 골고루 분산되며 채광의 열악함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공기 순환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죠.”
프라이버시 확보에도 주력했다. 도심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이 창을 통해 건너편이 들여다보이는 등 불편함이 많은데, 해당 주택의 경우 골목과 아파트 등으로 인해 개인 생활이 침해될 수 있어 창의 크기나 높낮이로 이를 조정했다. 또한 경사가 심한 골목길과 면해 있는 부분은 적삼목으로 마감한 난간을 통해 시선 차단을 도왔다. 

깔끔하면서도 합리적으로 구성한 내부
설계와 시공은 모두 오 소장의 지휘 하에 이뤄졌다. 이에 건축주에게 알맞은 맞춤형 인테리어가 가능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많은 부분에서 건축주와 의견이 일치했기에 보다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고. 

“최대한 심플하면서도 밝은 느낌을 콘셉트로 했습니다. 스터코와 적삼목으로 마감한 외부의 내추럴하면서도 밝은 느낌을 내부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다만 내부의 경우에는 밝은 톤으로 하되 흰색 톤 대신 따듯하게 연출 가능한 베이지 톤으로 채도를 잡아 너무 산만하지 않도록 했죠. 한 예로 벽지의 기본색이 베이지라면, 포인트는 그레이 톤으로 잡아주는 등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마감했습니다.”

이곳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각 층의 공간 구성이다. 거실과 주방/식당을 2층이 아닌 3층으로 구성한 것. 이는 건축주의 요구사항에 따라 이뤄졌다. 오래 거주할 공간인 만큼 조망이나 주변 프라이버시 등을 고려했을 때 2층보다는 3층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 따라 2층은 침실로, 3층은 거실과 주방/식당으로 꾸몄다. 

“처음에는 오르내리는 동선이 길어 건축주의 생활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축주의 말마따나 2층 침실은 밤에 잠을 자는 공간으로만 활용하기 때문에 굳이 3층에 배치할 필요가 없었죠. 이 밖에도 건축주와의 꾸준한 대화를 통해 그들의 생활에 편리한 동선을 계획했습니다.”

어린 자녀가 거주하는 만큼 자재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타일 시멘트는 독일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내부 곳곳을 친환경 페인트로 마감했다. 덕분에 새집임에도 불구하고 냄새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어 건축주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고. 

“친환경 제품으로 고루 쓸 경우에는 확실히 비용적인 면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해당 주택의 경우에는 건축주 부부에게 이 공간을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마진 없이 최대한 좋은 자재를 공급했죠. 입주한 후에 건축주 부부가 묻더라고요. 어쩜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이처럼 제품을 잘 선택했을 때는 냄새까지 잡아줄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이제 건축주 부부의 곁엔 두 기둥이 있다. 삶의 기둥인 집과 마음의 기둥인 자녀. 앞으로 함께 인생을 꾸려나갈 그들의 미래가 자못 기대된다. 
글 = 홍예지 기자 hong@imwood.co.kr
사진 = 이재성 작가

건축가 소개 | OpAD건축연구소 오문석 소장

한양대 공과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삼정건축, 원일건축, 양진석건축연구소 등에서 실무를 쌓았다. 일본의 I.C.D.건축설계사무소의 서울지사인 I.C.D.건축연구소에서 소장을 역임했으며, 2008년부터 현재까지 OpAD건축연구소를 운영해오고 있다. 

2014년 ‘경향신문사 상반기 신지식 혁신인’에 선정된 바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명동 메트로호텔 리노베이션(2004년, 2014년), (주)did벽지 진천공장, 수석동 단독주택, 과천 협소주택 윤집, 제주시 빌라드제주 호텔 등이 있다. 현재는 동소문동 오피스텔(The Eight), 광교지구 단독주택, 성남 사송동 단독주택 등을 진행 중에 있다.

※평면도는 일부만 게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