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아바나 식물원
쿠바 아바나 식물원
  • 나무신문
  • 승인 201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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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39>

 

▲ 아바나 식물원의 일본 정원

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한마디로 너무 아름답고 정(情)이 가득 찬 도시이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새워진 집들이 해안을 따라서 서있는 아바나의 해안가에 서서 항구 입구에 건설된 스페인 성(城)을 보고 있노라면 정감이 넘치는 주위 분위기에 압도된다. 필자 같은 음악 문외한의 입에서 조차,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웠던 명곡인 ‘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노래가 자연히 흘러 나온다. 미국의 문호 헤밍웨이도 아바나에 매혹되어 이곳에 집을 구입하고 이곳에서 머물면서 명작 ‘노인과 바다’를 집필하지 않았던가.

물질은 가난하지만 마음은 넉넉한 부자이고 따뜻한 쿠바 사람들 때문에 필자는 쿠바 여행중에, 시간만 허락된다면 아바나에서 일년만 살고 싶은 생각 사로 잡혔던 적이 있다. 쿠바는 아직도 폐쇄적인 사회주의 나라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의 국민은 뻣뻣하고 딱딱한 면이 있으나 쿠바는 전혀 예외적인 국가이다. 아무리 보아도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체질에 전혀 맞지 않는 국민성을 가진 나라이다.

아바나 식물원은 수도 아바나에서 서남쪽으로 약 25km 떨어진 곳에 있고, 시내에서 식물원까지는 자동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자동차가 많지 않아 도로는 거의 비어있다. 그 정도의 도로 교통량이라면 우리나라 같으면 2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임에도 오래 걸리는 것은 고색창연한 자동차 때문이다. 쿠바는 196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 경제 봉쇄령을 걸어놓고 풀어주지 않아 차량의 수입이 거의 없었으므로 오늘날 아바나 시내를 달리고 있는 택시나 승용차 가운데에는 1950년대 미국에서 제조된 차량이 유난히 많다. 물론 최근에 수입된 신형 차량도 보인다. 신형 차량의 경우, 승용차는 대부분 우리나라 현대와 기아차이고 버스와 트럭은 중국제이다. 가끔 프랑스제 승용차도 보인다.

필자는 일부러 오래된 미국제 택시를 골라서 타고 식물원으로 향하였다. 도중에 운전기사에게 차량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물어보니 1947년 제조된 GM의 Buick 이라고 한다. 필자가 태어나기 전에 제조된 차량이다. 그러므로 식물원에 도착하였을 때 필자는 택시에서 내려서 차체 사진을 여러장 기념으로 촬영하였다.

아바나 식물원은 필자의 지식으로는 면적 600ha(약 200만평)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식물원이다. 1968년에 토지를 선정하고 2년간 정지(整地) 작업을 끝낸 뒤 1970년부터 각종 식물을 식재하고 1984년에 개원하였다. 필자를 안내해준 안내원(식물학자) 안나마리아 씨에 의하면 현재(2011년), 약 20만개(수목 2천종, 화초 4천종)의 각종 식물이 식물원안에 식재되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입장료는 외국인에게 우리돈 5천원을 받는다(현지인에게는 아주 싸다). 5천원은 쿠바의 물가에 비하면 엄청나게 비싸다. 입장권을 구입하면서 필자는 속으로 외국인을 봉으로 보고 너무 비싸게 받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잠시 뒤에 생각을 고쳐야 했다. 이 가격은 너무나 싼 가격이었다. 식물원이 너무 크다 보니 걸어서 살펴보려면 족히 일주일은 걸릴 것이다. 그러므로 식물원 측에서는 대형 트랙터를 준비하고 이 트랙터가 버스만한 차량(엔진이 없는)을 끌고 다니는 것이다. 방문객은 이 관람차량에 탑승하고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다니는 것이다. 최소 30명은 탈 수 있는 차량에 방문객은 필자를 포함하여 3명 뿐이고 안내원까지 합하여 4명이 전부다. 식물원이 시내에서 너무 멀다 보니 이곳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4명을 태우고 트랙터가 몇 시간을 일해주니 인건비와 유지비를 제외하고서라도 기름값만 해도 큰 비용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식물원 원내는 5개의 지역( 아시아,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쿠바)으로 구분되어 있고 각 지역 경내에는 그 지역 원산지 식물을 식재해 놓았다. 쿠바 경내에는 높이 솟은 야자 나무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현지에서 빨마레알(Palma Real; 영어로는 Royal Palm, 학명 Palmaceae Roystonea regia)이라고 부르는 야자나무로서 오늘날 쿠바의 국목(國木)이다. 같은 과에 속한 야자나무로서 현지인들이 Yarey(학명; Copexnicia fallaensi)라고 부르는 야자나무도 옆에 서있다. 쿠바 중년 남자들이 쓰는 창둘린 모자는 이 나무의 잎으로 만든다. 또한 쿠바 원산으로서 터미날리아와 같은 과에 속한 Jucaro(Combretaceae Bucida subidermis)라는 나무는 습도에 강하므로 지하 또는 수중 건설작업시 사용되는 수목도 보인다. 거대한 흰 꽃을 갖고 있는, 현지에서 Carolina(학명; Bombacaceae Pachira alba) 라고 부르는 쿠바 원산의 나무도 서 있다. 쿠바 지형은 일반적으로 평탄하고 건조한 곳이 많다. 그러므로 쿠바의 건조지역 식생지를 만들기 위해 토지에 영양분이 없는 마른 흙을 멀리서 운반해와서 기반을 조성하고 쿠바 재래종 수목을 식재했다고 한다. 이들 나무를 둘러 보던중 재미있는 나무 한그루를 발견하였다.

현지인들이 Tourist Tree(관광객 나무)라고 부르는 이 나무(Burseraceae Bursera simaruba)는 수피가 마치 남태평양에서 생육하는 딜레니아(Dillenia) 처럼 얇은 종이장 처럼 벗겨진다. 쿠바에 온 관광객들이 뜨거운 햇빛이 쏟아지는 카리브 해변에서 피부를 태우고 껍질이 벗어지는 것을 본 현지인들이 이 나무의 이름을 관광객에 빗대어 붙인데서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아프리카와 인디아 원산의 각종 수목도 많다. 이 중에는 아프리카의 영혼이라고 부르는 바오밥 나무도 여러그루 식재되어 있다.

아시아 지역에는 중국산, 동남아시아산 수목도 많이 보이는데 우리나라 수목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일본 정원(El Jardin Japones)이다. 큰 연못을 정원 가운데 만들어 조성한 이 정원은 쿠바 혁명 30주년을 기념하여 1989년 10월, 일본 정부의 원조로 완공된 것이다. 여기에 대해 쿠바 정부는 쿠바 특산의 초록색 대리석에 감사의 글을 새겨서 정원 앞에 설치했다. 이념을 살짝 비껴가면서 경제적 실리를 취하려는 일본인들의 의도가 엿보인다. 트랙터가 견인하는 차량을 타고 식물원을 둘러보는 동안, 필자가 내리기를 원하는 곳마다 안내원이 정차시켜주어 그때 마다 차에서 내려 수목을 관찰 한 뒤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하면서 식물원을 6시간에 걸쳐 둘러 보았다. 식물원 안에 캠핑을 허락한다면 1주일 동안 캠핑을 하면서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식물원이다. 아바나 식물원의 정식 이름은 국립식물원(Jardin Botanico Nacional)이고 쿠바 교육부(Ministry of Superior Education)에서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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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