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시티 식물원
파나마시티 식물원
  • 나무신문
  • 승인 2011.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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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37>-권주혁 /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 파나마 시티 식물원 전경.

미국의 휴스턴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5시간의 비행 끝에 파나마 상공에 진입하였다. 필자는 잠시 뒤에 비행기 밑에 펼쳐질 파나마 시가지와 항구, 그리고 운하를 내려다보기 위해 창문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비행기는 북쪽에서 파나마의 서해안(태평양 방면)을 따라서 내려오다가 잠시 바다 쪽으로 나간 뒤 왼쪽으로 방향을 90도로 꺾으며 고도를 낮추어 착륙 코스에 들어간다. 이때 창문을 통하여, 운하에 들어가려고 대기하는 수많은 배들이 파나마 운하 입구에 대기하며 파나마 시티 남쪽의 ‘파나마 만(灣)’을 점점이 수놓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니 파나마시의 북쪽은 삼림이 많다. 혹시 저 삼림 가까이에 식물원이 자리 잡고 있지는 않을는지? 잠시 이 생각을 하는데 비행기는 만(灣)해안에 길게 펼쳐져 있는 맹그로브(紅樹林) 지역 위를 낮게 날아서 사뿐히 활주로에 착륙한다.

파나마 시티는 파나마의 수도로서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이다. 현지인들의 따뜻한 마음 때문인지 정이 빨리 드는 도시였다. 식물원은 도시 중심에서 서북쪽으로 40 km 떨어진 곳에 있다. 시내에서 이곳에 가는 도중에 유명한 미라플로레스 갑문(Miraflores Locks)이 있다. 대서양과 태평양의 바닷물 높이가 다르므로 이것을 조정하기 위해 운하 안에 만든 갑문이다.

갑문 속에서 거대한 선박이 양(兩) 대양(大洋)의 물높이에 맞게 조정되면서 이동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식물원은 이 갑문에서 서북쪽으로 20 km를 더 가야 한다. 현지에서는 이 식물원이 있는 곳을 Summit라고 부른다. 막상 식물원에 도착하여 보니 동물원도 같은 장소 안에 함께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나마 운하는 1913년에 개통되어 미국 회사가 운하를 관리하였는바, 1923년에 이 회사는 파나마 운하가 통과하는 지역에 수목과 관목 등의 식물을 심으려는 목적으로 현재 식물원이 있는 자리에 시험용 식물원을 만들었다. 그 당시 이 회사는 파나마에서 생육하거나, 할 수 있는 열대 식물 15000종(외래종 포함)을 이곳에 식재하고 운하지대에 심기 전에 먼저 생육 적합성을 시험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는 파나마 운하를 일본군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미군이 현지인들을 군사 훈련시키는 훈련장으로 사용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12년이 지나자 파나마 시청은 이곳을 시민의 휴식처로 활용하기 위해 1958년부터 각종 동물도 이곳에 갸져다 놓았는데 이 동물 가운데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도 있다. 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 가운데에는 파나마의 국조(國鳥)인 ‘할피 독수리(Harpy Eagle; 학명 Harpia harpyia) 도 보인다. 그 뒤 1971년에는 식물학 연구를 위해 미국 미주리 주의 식물원과 자매 결연을 맺어 본격적으로 식물학 연구를 시작하였다. 1985년, 파나마 시청은 이곳을 ‘식물원과 시립 공원(Jardin Botanico y Parque Municipal)’으로 이름 지었고 2005년에는 명칭을 ‘서밋 시립공원(Parque Municipal Summit)으로 변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명칭은 공원으로 변경 되었지만 실제로는 250ha(약 83만평)의 넓은 면적중 식물원의 역할이 거의 대부분이다.

정문을 들어가면 길가 왼쪽에 거대한 나무가 방문객을 맞는다. 필자가 남태평양의 솔로몬 군도에서 자주 만나던 딜레니아(Dilleniaceae Dillenia indica) 로서 이곳에서도 거대한 등치를 자랑하고 서있다. 인도가 원산인 이 나무를 현지에서는 만사나데 엘레판테(Manzana de Elefanta; 코끼리의 사과)라고 부른다. 코끼리, 원숭이, 다람쥐 등이 이 나무의 열매를 좋아하므로 그런 이름을 얻을 것 같다. 잠시 더 들어가, 높이 20m 가 넘는 대나무들이 거대한 숲(길이 300m, 폭 100m)을 이루고 있고 그 사이에 난 좁은 길을 따라서 한참 걷다 보니 이번에는 높이 30m 이상의 야자나무들이 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열대지방에서 20년 이상을 보낸 필자가 봐도 장관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이렇게 높은 크기의 야자나무를 보는 것은 쉽지않다) 고무나무(Euphorbiaceae Hevea brasilensis)도 숲속 여기 저기에 많이 보인다. 하긴 고무나무는 남미(브라질)가 원산지이니까……. 그래서인지 현지인들은 이 나무를 카우초데 브라질(Caucho de Brasil)이라고 부른다. 현지에서 마라뇬(Maranon)이라고 부르는 큰 나무(Anacardiaceae Anacardium occidentale)도 보이고 망고 나무, 소나무 등 눈에 익은 수목도 많이 보인다.

수목들 사이에 표범 등 맹수들을 넣은 우리도 가끔 보인다. 넓은 식물원을 걸어서 한참 가다 보니 제법 큰 건물이 나타난다. ‘파나마 독수리 센터(Centro Aguila Arpia)’이다. 건물안에 들어가 보니 파나마에서 생육하는 모든 종류의 독수리의 표본이 전시되어 있고 이 독수리들을 파나마에서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 교육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전시관의 입구 안쪽에는 일본 전자회사 소니의 창업자 2명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소니가 파나마 독수리 보존을 위해 이 전시관을 기증하였기 때문이다.

몇 시간에 걸쳐 식물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는데 정문근처에서 ‘아프리카의 영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바오밥 (Baobab; Bombacaceae Pseudobombax septenatum)나무 서너 그루를 만났다. 한쪽 구석에 있어 들어 올 때는 만나지 못하였으나 다행히 나갈 때 발견하였다. ‘아프리카 원산의 수목을 이곳 식물원에서 만나다니….’ 필자는 순간적으로 감격하였다. 그러나 파나마에 며칠 더 머물면서 운하지대를 따라서 있는 정글을 지날 때 필자는 정글 곳곳에 서 있는 바오밥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지에서는 이 나무를 바리곤(Barrigon)이라고 부른다. .

오늘날 파나마 시민들은 주말에 시내중심에서 멀리 떨이져 있는 이곳에 가족과 함께 와서 잠시 도시의 생활을 벗어나 자연 속에 펼쳐져 있는 각종 식물을 음미한다. 동시에 수목 사이 공간에 있는 우리 속의 희귀한 동물들을 벗삼아 하루를 보내면서 생활을 재충전하는 여유를 즐기고 있다. Viva Pana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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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