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식물원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식물원
  • 나무신문
  • 승인 2011.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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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36>-권주혁 /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 찰스 다윈 과학연구소 안에 있는 식물원의 차양 육모실.

‘살아있는 동식물의 진화 박물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갈라파고스(Galapagos) 제도는 에콰도르 본토에서 서쪽으로 1100 km 떨어져 있으며 217개의 크고 작은 화산암 섬들로 구성되어있다. 1535년, 천주교의 사제인 베란가(Frag Tomas de Belanga) 신부는 파나마에서 페루의 리마로 배를 타고 가던중 배가 침몰하여 표류하다가 오늘날 갈라파고스 제도의 한 섬에 도착함으로써 갈라파고스를 발견한 첫 유럽인이 되었다.

그 뒤, 이 제도는 남미의 해안을 따라서 스페인인들이 건설한 항구들을 기습하여 약탈하던 해적들이 이곳에 와서 살며 해적의 본거지로 삼았다. 해류가 강해 접근하기가 어려워 배를 타고서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섬이 배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1574년, 스페인 탐험가 오테리어(Abraham Ortelier)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큰 거북을 보고서 모양이 마치 말 안장처럼 생각되어 ‘갈라파고스(말 안장이라는 뜻)’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후 3세기가 지난 1835년, 영국 해군 군함 비글(Beagle)호를 타고 갈라파고스를 방문한 다윈은 섬마다 약간씩 모양이 다른 거북과 조류가 서식하는 것을 보고서 영감을 얻어서 진화론의 이론을 체계화하였다. 또한 ‘백경(白鯨)’의 저자인 멜빌은 지구상 어디에서도 갈라파고스에 비교할 만한 섬들이 없을 것이라고 호언하였다.

1941년 12월초, 일본 해군 기동부대가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공격하자 미국은 파나마 운하를 일본군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에콰도르 정부의 허가를 받아 갈라파고스 제도의 발트라(Baltra) 섬에 군용 비행장 두 곳을 건설하였다. 물론 오늘날은 발트라 섬에 미군이 만들었던 퀀셋 건물은 모두 없어지고 비행장 한 개는 폐쇄되었으나 퀀셋의 콘크리트 기반은 여러 곳에 남아있다. 남아 있는 한 개의 비행장은 오늘날 갈라파고스 제도에 방문객을 태우고 날아오는 항공기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현재 갈라파고스 제도의 인구는 약 3만 명이나 항공편으로 이곳을 찾아오는 관광객은 연간 17만 명에 달한다. 이외에도 매년 500 여 척의 세계일주용 호화 유람선들이 이곳을 찾는다.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지구상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희귀한 동식물이 많다, 온순하나 징그럽게 생긴 이구아나(Iguana), 대형 거북, 마치 높은 나무처럼 쭉쭉 자라는 전세계의 유일한 선인장(현지이름 Tuna Gigante, 학명 Cactaceae Opuntia echios)  등이 그것이다. 이 선인장은(나무처럼 자라는 선인장은 이 선인장이 전세계에서 유일하다) 소나무 수피처럼 보이는 껍질을 갖고 있으며 수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주로 화산암 지대에서 생육하는데 칵투스 핀치(Cactus Finch; Cactus는 선인장을 말함)라는 조그맣고 귀여운 새가 이 선인장 위에 둥지를 트고 산다.

이 새는 선인장 꽃(노란색)의 암술, 수술을 맺어주면서 선인장과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13개 주요 섬 가운데 하나인 산타크루즈 섬의 남쪽에 있는 도시 포르토아욜라(Porto Ayola)는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크고 번화한 항구도시이다. 이 도시의 워터프론트에서 해안을 따라서 2km 동쪽으로 가면 찰스 다윈 과학 연구소(Estacion Cientifica Charles Darwin)가 나온다. 외부 세계와는 완전히 고립된 갈라파고스 제도의 동식물과 지질, 해양 생태계를 조사하기 위해 1959년에 설립된 이 연구소 안에는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생육하고 있는 토종 식물을 모아 놓고 연구하는 작은 식물원(Plantas Nativas Para Jardines En Galapagos)이 있다.

사실 이 연구원 부지 가운데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면적은 넓은 야생 식물원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가운데에, 연구소 건물 근처에 조그만 차양 육모실을 갖고 있는 작은 크기의 식물원이 있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이 육묘실을 ‘Casa de Sombra(그늘집)’이라고 부르며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생육하는 식물의 씨를 뿌려 인공적으로 종자를 증식시키고, 수목의 경우에는 묘목을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앞서 나온 ‘투나 기강테(Tuna Gigante)’ 라는 선인장도 있고, 홍수림(紅樹林; mangrove)을 구성하는 주수종으로서 현지인들이 망그레로호(Mangle Rojo; 학명 Rhizophoraceae Rhizophora mangle)라고 부르는 붉은색 홍수림 묘목도 보인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거의 모든 섬들은 바다와 접해 있는 해안에 홍수림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홍수림에는 물고기가 알을 산란하고, 게나 새우, 조류가 보금자리로 삼고 있으나(가끔 악어도 살고 있다), 이곳 갈라파고스의 홍수림에는 이곳 특유의 동물인 이구아나(도마뱀처럼 생겼음), 여러 종류의 거북이, 그리고 바다 사자도 살고 있다.

식물원 온실 주위에는 현지인들이 망그레보톤(Mangle Boton)이라고 부르는 Combretaceae Conocarpus spp. 그리고 같은 과(科)의 Erectus spp. 수목이 군(群)을 이루고 있으며 현지에서 망그레네그로(Mangle Negro)라고 부르는 검은색 홍수림 수목(Avicenniaceae Avicennia germinans)도 여기저기에 보인다. 아름다운 노란색의 꽃을 피우고 서있는 관목인 Palo Verde(현지명; 학명은 Caesalpiniaceae Parkinsonia aculeate)도 선인장들과 함께 섞여서 서있다. 모두 지구상의 다른 지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수종들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네스코는 1978년에 갈라파고스 제도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지역으로 지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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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