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뉴기니 포트모스비 식물원
파푸아뉴기니 포트모스비 식물원
  • 나무신문
  • 승인 2011.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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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35>

 

▲ 포트모스비 식물원 안에 도열한 각종 Palm류.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스비(Port Moresby)는 열대지역에 있음에도 도시 주위가 사바나 기후에 속해있다. 그러므로 크게 보면 열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열대지역 특유의 스콜(소낙비)이 거의 내리지 않고 일년 내내 건조하고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오늘날 포트모스비는 인구 40만명을 넘는 도시로 발전하였고(우리나라의 도시와 비교하면 인구가 작은 도시이나 남태평양에서는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최근 이 나라 중부지역에서 발견된 대규모 LNG 가스 자원 때문에 국가 경제가 크게 붐을 일으키면서 외국 투자가들의 발걸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포트모스비의 웬만한 호텔요금은 하루에 미화 400불 이상이며(2011년 현재) 그 조차도 방이 없어 외국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는 상태이다.

포트모스비의 국제 공항은 잭슨(Jackson) 공항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중 포트모스비 북부 상공에서, 내습해 온 일본군 전투기와의 공중전에서 장렬히 전사 한 호주군 조종사를 기념하여 붙인 이름이다. 전쟁 당시 미군과 호주군은 이 비행장을 ‘세븐마일(7 Mile)’ 이라고 불렀는데, 오늘날도 현지인들은 일반적으로 그렇게 부르고 있다. 포트모스비 항구에서 비행장까지 거리가 7마일인데서 연유한 것이다. 포트모스비 식물원은 ‘7마일’에서 서북쪽으로 다시 7마일(12km)을 가야 한다.

이 식물원의 정식이름은 ‘국가 수도 식물원(National Capital Botanical Garden)’이다. 식물원은 이 나라의 최대 종합대학인 UPNG(University Papua New Guinea)의 캠퍼스 옆에 붙어있다. 원래 이 대학은 PNG가 호주 통치 아래 있을 때인 1965년에 설립되었는바 식물원도 그때 세워졌다.

그 당시 UPNG의 생물학과 호주인 밀러(Andrea Miller) 여교수는 난(蘭)의 묘포장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식물원의 시작이었다. 그 후 점차 현재 자리(외부도로 옆)에 식물원의 모양이 갖추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대학 부속 식물원으로 만들어진 식물원은 대학의 예산부족으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한때 부실한 상태가 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1995년에 포트모스비 시(市)에서 식물원의 관리를 맡아서 관리를 개선하여 오늘날은 제대로 된 관리를 하고 있다.

뉴기니 섬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으로서 지구상에 남아있는 얼마 되지 않는 생물의 보고(寶庫)이다. 따라서, 이러한 생물의 보고를 찾아서 전세계의 동식물학자와 인류학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식물원의 크기는 6ha(2만평)로서 큰 규모의 식물원은 아니지만 뉴기니 섬을 대표하는 열대우림 정글이 축소된 상태로 이 식물원 안에 있다. 이 속에 들어가면 뉴기니 내륙 깊은 정글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물론 전형적인 정글 속에서 볼 수 있는 거목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식물원에는 열대우림 구역, 야자나무 구역, 난 묘포장, 헬리코니아(Heliconia) 지역으로 나누어지고 식물군(植物群)사이에는 거대한 새장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PNG를 대표하는 극락조(Bird of Paradise), 앵무새, 혼빌(Hornbill; 부리가 큰 새), 그리고 뉴기니 정글에 서식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새들을 모아 놓았다. 식물원 안에 들어가자마자 왼편에 열대의 아름다움과 건강함을 대표하는 프란지파니(Frangipani; Apocynaceae Plumeria rubra)의 무리가 방문객을 맞는다. 아침에 내린 빗방울을 머금고 흰색과 노란색 꽃이 더욱 눈부시게 빛난다.  난 묘포장 안에는 11,000개의 난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식물원 안에 식재되어 자라고 있는 난은 300종에 이르며 이중 100여종은 PNG 재래종이다. 수출을 위해 Hybrid종을 많이 만들고 있다고 한다. 수목의 경우 콩과(Leguminosae)를 비롯한 500여종의 각종 나무가 자라고 있다. 또한 뉴기니의 강과 늪지대에 서식하고 있는 악어들과 정글에서 살고 있는 야생 캉가루, 대형 뱀들도 철망으로 된 우리 속에 가두어 놓아 뉴기니 정글의 수많은 식물만이 아니고 정글에 있는 각종 동물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식물원 한 가운데에는 흉상들이 보인다. 식물원을 설립하였거나 아니면 식물원을 만드는데 기여한 사람들의 흉상이라고 생각하였으나 막상 가까이 가보니 인도의 독립 지도자인 간디,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대통령, 필리핀의 독립영웅인 리잘 박사의 것들이었다. 식물원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인데, 흉상 각각 밑에 있는 동판을 읽어보니 이들 국가가 PNG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PNG에 기증한 것들 이었다.    

식물원 입장료는 대인이 12 Kina(미화6불)이고 학생은 신분증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4 Kina(미화 2불) 이다. 이에 필자는 1979년에 이 나라 중부의 불로로(Bulolo)열대 삼림대학에서 공부한 학생이라고 하자 매표소 직원들은 심각하게 잠시 서로 상의를 하더니, 웃지도 않고 정색을 하며 4 Kina만 내라고 한다. 불로로 삼림대학에 재학중 UPNG에 3주 동안 교환실습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뒤 32년이 지나서 다시 UPNG 대학을 방문하면서 포트모스비 식물원을 방문한 필자에게 PNG 사람들은 필자의 말을 그대로 믿어주며 호의를 베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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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