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키토 식물원
에콰도르 키토 식물원
  • 나무신문
  • 승인 2011.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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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32>

 

▲ 키토 식물원의 정문.

에콰도르에서 가장 큰 도시로서 남부에 위치한 구아야킬에서 북부지역에 있는 이 나라의 수도인 키토(Quito)까지 여행할 때, 필자는 이 나라의 풍물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기 위해서 육로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편도 9시간 걸리는 직행 버스를 타고서 오전 8시 구아야킬을 출발하여 오후 5시10분 키토의 북부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키토는 남북으로 긴 도시이므로 시외버스 터미널이 시의 남쪽과 북쪽에 각각 한 개씩 있다). 구아야킬을 떠나서 산토도밍고까지 6시간을 오는 동안 길가에 바나나 농장과 벼농사를 하는 논이 많이 보인다. 즉 평야지대이다.

그러나 산토도밍고를 지나서 부터는 3시간 동안 줄곧 산악지대이다. 산이 험하고 높을 뿐만 아니라 이날 따라 안개가 자욱하여 산 봉우리들만 보이고 계곡은 운무에 덮여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스페인인들이 1534년에 원주민으로부터 빼앗은 키토의 원래 이름은 키사토(Quisato)로서 현지어로는 ‘세계의 중간’이라는 의미이다. 키토는 해발 2783m(백두산의 높이와 비슷함)에 위치한 도시이므로 낮에는 온화한 기후이지만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 서늘하고 춥다. 시내를 걷다보면 왜 키토를 축제의 도시라고 부르는지 이유를 알게 된다. 거리 곳곳에 아코디온을 메고서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樂士)들을 일년 내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키토 식물원(Jardin Botanico de Quito)은 도시 한 가운데, 리오 아마조네스 거리와 데라 리퍼브리카 거리가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식물원 바로 옆에 있는  라카롤리나(La Carolina) 공원과 붙어있다. 현재 식물원이 있는 곳은 원래 이 공원에 부설되어 있던 묘목장이었으나 당시 이 공원과 묘목장을 관리하던 키토 시청이 묘목장 자리에 식물원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몇 년 동안에 걸쳐 준비작업을 하고 2005년에 식물원을 개원하였다. 그후 식물원은 민간단체인 ‘안데스 식물 재단(Fundacion Botanico de Los Andes)’이 관리하고 있다. 시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면적이 2ha(6,600평) 밖에 되지 않아도 알뜰하게 관리하고 있는 식물원이다.
식물원 정문을 들어가면 연못이 나타난다. 연못주위에는 습지에서 생육하는 식물들을 식재하여 놓았다. 즉 저지대와 습지의 생태를 보여주는 테마를 가진 곳이다.

연못 주위에 난 좁은 산책로를 따라서 오른쪽으로 가다보면 남미 지역에서 자라는 여러 종류의 야자나무들이 서 있다. 그 옆에는 현지에서 소나무라고 부르는 나무들이 서 있는데 이는 소나무과(Pinaceae)에 속한 소나무가 아니고 사실은 Podocarpaceae과의 Podocarpus Oleifolius 이다. 이곳에는 희한한 종의 수목들이 많이 식재 되어 있다. 즉, Myrtaceae Morella pubescens(현지이름은 Laurel de Cera)는 열매를 짜면 천연왁스인 파라핀이 나온다. 호주에서 가져 와서 현지에서 ‘카수아리나’라고 부르는 수목(Casuarinaceae Casuarina equisetifolia)도 보인다. 흉고직경이 60cm, 수고(樹高)가 20m에 이르는 것을 보면 심은 지 오래되어 보인다. 또한 호주에서 가져와 현지에서 Acacia Negra(검은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Mimosaceae Acacia melanoxylon도 있다. 습지에서 생육하는 식물(수목,관목 등)을 보호하기 위해 햇빛을 가리는 넓은 그물망을 설치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장미만 모아놓은 정원도 있고, 선인장만 모아놓은 정원 그리고 거대한 온실(내부에 인공폭포도 있음)도 있다. 채종원, 그리고 고구마와 옥수수를 키우는 농장도 있다. 약용식물만 모아놓은 곳에는 뉴질랜드에서 가져온 Herb로서 현지에서 Hebes라고 부르는 약용식물(Scrophulariaceae Hebe menziesii)도 보인다. 이 식물원에는 수목 700여종, 기타 식물 200여종이 식재되어 있으나 이외에 600여종의 난(蘭) 9천 개가 식재되어 있어 난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식물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에콰도르 역시 과거 잉카제국의 영토였으므로 ‘잉카의 꽃(La Flor del Inca; 학명 Brugmansia spp.)’이라는 나팔꽃 모양의 꽃이 있다. 이 꽃은 원래 약용으로서 원주민들이 집에서 기르던 것들이다. 횐색, 노란색, 오렌지색, 분홍색, 붉은색 등 7가지 종류가 있는데 붉은 꽃에서 가장 약효가 뛰어난 약이 나온다고 하며 이 약은 정신질환 치료에 특효라고 한다. 꽃 색깔이 다양하고 아름다우므로 현지에서는 관상용으로도 많이 사랑 받고 있다. 식물원 안에는 멕시코에서 가져 온 멕시코 특산의 꽃(현지명 Fuchsia, 학명; Onagraceae Fuchsia fulgens)을 포함하여 이곳 저곳에 수목과 화초가 조화롭게 구성, 배치되어 있다.  

키토 식물원을 떠나면서 ‘비록 작은 면적이지만 제대로 계획하고 알뜰하게 관리하면 이렇게 훌륭한 식물원을 만들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였다. 필자가 멀리 한국에서 이곳을 방문한 것을 알게 된 식물원 사무실 직원인 바코(Leonardo Vaco)씨는 사무를 보던 것을 중지하고 기꺼이 필자를 안내하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방문을 마치고 떠날 때도 정문 바깥까지 나와서 배웅을 하여 주었다. 지면을 통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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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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