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구아야킬 식물원
에콰도르 구아야킬 식물원
  • 나무신문
  • 승인 201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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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30>

 

▲ 구아야킬 식물원 입구와 식물원을 만든 아비한나(Abi Hanna) 박사의 흉상

에콰도르에서 가장 큰 도시(인구 200만명)이며 주요 항구인 구아야킬(Guayaquil)은 매력이 넘치는 도시이다. 필자가 오래 전부터 에콰도르를 방문하고 싶었던 이유는 2가지이다. 하나는 제2차 세계대전중 영국이 만든 쌍발 프로펠러 폭격기인 모스키토의 동체와 날개를 만드는데 주로 사용된 발사(Balsa; Bombacaceae Ochroma spp.)나무가 자라는 임지를 보기 위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갈라파고스 제도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에콰도르 여행을 통해서 필자는 두 가지 목적을 다 이루었다. 이에 더해 필자는 에콰도르에서 식물원 3곳(구아야킬, 키토, 갈라파고스)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것은 필자에게 있어서 여행이 준 보너스였다. 이제부터 3차에 걸쳐 이들 세 곳 식물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구아야킬은 구아야스(Guayas) 강가에 1537년에 건설된 아름다운 도시이다. 쳔연적인 좋은 항구 조건을 갖추었으므로 스페인인들은 북쪽에 있는 키토(Quito; 현재 에콰도르의 수도)를 1534년에 원주민들로부터 빼앗고 3년이 지나서 이곳에 상륙하여 도시를 건설하였다. 키토가 내륙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구아야킬은 바다를 끼고 있어 자연히 산업도시로서 발전하게 되었다. 오늘날 에콰도르는 ‘바나나 공화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세계에 바나나를 수출하고 있는데 수출의 거의 대부분이 이 항구를 통해 이루어진다. 구아야킬 도시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산타안나(Santa Ana) 언덕 밑에는 당시를 기념하기 위해 성곽일부를 복원하였고 그 위에는 스페인 시대의 대포를 설치해 놓았다. 산타안나 언덕에 올라가면 구아야킬 시내와 주변이 다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북쪽 방향을 바라보면 멀리 녹음에 덮인 야산이 보인다. 그곳이 바로 식물원이다.

구아야킬 식물원(Jardin Botanico de Guayaquil)은 1979년에 구아야킬 시청에서 식물원 건설허가를 받아 10년 동안 전세계와 에콰도르 국내에서 식물을 수집하여 1989년 9월에 일반에게 개원하였다. 면적은 4.9ha(16,000평)로서 크지는 않으나 식물원이 갖추어야 할 제반 조건을 잘 구비한 식물원이다. 시의 중심에 있는 센테나리오 공원 근처에서 버스를 탄 필자는 약 40분 동안 달려서 버스 차장이 알려주는 대로변에 내렸다. 내리고 보니 식물원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붙었는데 150m라고 쓰여 있어서 필자는 바로 코앞에 식물원이 있는 줄 알고 그 안내판을 따라서 대로에 직각으로 난 2차선 도로를 따라갔다. 그런데 아무리 걸어도 식물원이 나타나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다. 마침 대문을 열고 나오는 아주머니를 만나 식물원을 물어보니 아직 멀다며 약간 멀리 보이는 콜로라도 언덕(Cerro Colorado)을 가리키며 저 산 위에 있다고 한다. 이 소리를 듣고 대로변에 있는 안내판의 거리는 1,500m에서 0하나를 실수로 빼고 150m로 잘못 써 놓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참 걸으니 쓰레기 처리장이 나온다. 그런데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갑자기 두려움이 생긴다. 그렇찮아도 치안이 좋지 않아 범죄가 많은 나라인데…. 그러나 이제 와서 다시 돌아가기도 힘들어 필자는 계속 혼자 산길(마지막 500m)을 씩씩하게 걸어 올라가 결국 식물원에 도착하였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서 식물원 안에 들어가니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관리를 아주 잘 해 놓았다. 식물원 안에는 700여종의 식물이 열대 수목지역, 온실, 선인장 지역, 야자나무 지역, 약초 지역, 경제식물 지역, 아마존 강 동물 지역 등 여러 구획으로 나누어 있고, 가장 높은 곳에는 전망대도 만들고 그 근처에는 일본 정부 또는 민간학회에서 기증한 일본식 분재들이 많이 놓여져 있다. 전망대에서는 근처를 흐르는 다우레(Daule) 강이 내려다 보이고 멀리 산타안나 언덕과 구아야킬 시내의 높은 건물이 보인다.

열대 수목지역에는 우리가 남태평양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터미날리아 수종(Combretaceae Terminalia catappa)이 눈에 들어와 오랜 기간을 남태평양에서 보낸 필자는 고향의 나무 같은 푸근한 느낌을 받았다. 현지에서는 이를 알멘드로(Almendro)라고 부른다. 현지에서 콤포뇨(Compono)라고 부르는 콩과의 한 아과(亞科)인 Mimosaceae의 Albizia multiflora도 있다. 아마존 강 유역에서 서식하는 물고기, 원숭이, 거북이를 비롯한 각종 조류들(75종)도 있다. 물고기는 수족관 안에 있고 나머지 동물들은 숲 속에 있는 우리 안에 있다. 주위에는 80여종의 난(蘭)과 거대한 헬리코니아스(Heliconias)가 여기저기서 노랗고 붉은 무늬를 보이며 나무 줄기의 위에서 아래로 늘어져 있다. 또한 숲 속에 있는 조그만 건물 안에는 생태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각종 사진, 그림, 도표들이 전시되어 방문객에게 생태계 환경보존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다.     

이 식물원을 제대로 둘러 보려면 하루 종일 내지 이틀은 걸린다. 훌륭한 식물원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위치가 도심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교외지역이므로 교통편이 불편하여 일반인이 방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가는 길이 으슥하므로 방문객, 특히 외국인은 여러명이 함께 택시를 이용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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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