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산호세 식물원
코스타리카 산호세 식물원
  • 나무신문
  • 승인 201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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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28>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를 향하여 오전 11시에 출발한 버스는 서북쪽을 향하여 논스톱으로 달린다. 도중에 도로 양편에 소규모로 식재한 티크(Teak; Verbanaceae Tectona grandis) 조림지가 자주 나타난다. 아주 드물게 소규모의 소나무 조림지도 보인다. 버스는 저녁 6시 30분, 국경에 도착하자 2시간 10분에 걸쳐 출입국 수속을 마친 뒤 다시 출발하여 다음날 새벽 1시 30분에 산호세(San Jose)의 국제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중앙 아메리카에 있는 여러 나라들은 서로육지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장거리 국제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 항공편보다 편리하고 구경도 제대로 할 수 있어 필자는 중미 여행시 섬 나라인 쿠바를 방문한 때를 제외하고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버스를 이용하였다.

코스타리카(Costa Rica)는 스페인어이고 영어로 표현하자면 Rich Coast, 즉 ‘아름다운 해안’, ‘풍족한 해안’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나라이름에서 말하듯이 절경의 카리브 해안을 끼고 있는 중앙 아메리카에서도 코스타리카는 해안뿐만 아니고 나라 전체가 풍광(風光)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나라이다.

이 가운데 코스타리카 서북 산악지대에 10500ha(약3500만평)를 차지하고 있는 몬테베르데 구름 삼림지대(Monteverde Cloud Forest)안에는 400종이 넘는 조류(이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 가운데 하나인 Resplendent Quetzal도 있다)와 수만 종이 넘는 곤충, 야생난( 野生蘭) 420종을 포함한 2,500종이 넘는 식물이 생육하고 있다. 그러므로 몬테베르데 삼림지역은 에코 관광지로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으며 코스타리카의 7대 절경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이 밖에 태평양 연안의 열대 우림 지역에 있는 마누엘 안토니오(Manuel Antonio) 국립공원은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을 갖고 있다. 이 공원에는 열대 우림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인 이과나, 다람쥐 원숭이 등 많은 희귀동물과 조류가 살고 있으므로 이를 보기 위해서 해외에서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온다. 또한 중미의 여러 나라가 그렇듯이 코스타리카에도 많은 화산이 있는데 코스타리카에는 전세계의 10대 활화산 가운데 하나인 아레날(Arenal) 화산이 있다.

중미의 도시들은 치안이 좋지 않으므로 최근 중미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코스타리카는 중미 다른 나라에 비해 어느 정도 치안이 좋으므로 수도 산호세 시내에서는 시내 명승지를 둘러보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볼 수 있다.

1560년대에 스페인인들이 건설한 도시 산호세의 시내 중심에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건립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국립극장과 대성당 등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시내 중심에 있는 중앙공원 옆에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관광안내소의 간판이 보이므로 들어가서 여직원에게 식물원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니 산호세 시내에는 식물원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시내 지도를 한 장 얻어서 찬찬히 찾아보다 보니 중앙 공원에서 동북쪽으로 약 2km 거리에 식물원이 나온다. 여직원이 일을 한지 얼마 안 되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필자가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 식물원이 있지 않느냐고 확인시켜주자 그제서야 관광안내소에서 걸어서 가도록 길을 가리켜 준다.

식물원의 정식 명칭은 Simon Bolivar Parque Zoologico Y Jardin Botanico(시몬 볼리발 동식물원 공원)이다. 중남미의 독립영웅인 ‘시몬 볼리발’의 이름을 앞에 붙여 놓음으로써 동식물원의 무게를 더 해 놓은 느낌이 난다. 1993년에 개원한 이 식물원은 식물원의 각종 열대 수목과 화초(花草)사이에 동물들의 우리를 만들어 놓음으로써 동식물이 하나가 되는 컨셉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동식물원은 아마존 강 유역 등 남아메리카 전역의 동식물을 한 곳에 모아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정문을 들어가면 우선 앞에 열대 정글로 덮인 언덕이 나타나면서 방문객을 압도한다. 방문객들은 이 언덕에 나있는 계단을 올라가서 숲 속의 좁은 길을 따라 조성된 거대한 열대의 활엽수림을 만나게 된다.

거목(巨木)들 사이에 콩과(Leguminosae Family)에 속한 알비지아(Albizia) 속(屬)의 수종들이 많이 보인다. 대규모 대나무 숲, 그리고 야자 나무들이 큰 군락을 이루어 생육하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이 똑바로 서 있는 수목들 사이에 아마존의 동물들, 즉 노란색 앵무새(Amazona auropalliata), 열대 부엉이(Megascops choliba) 등이 우리 안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워낙 숲이 울창하다 보니 숲 속에 만들어 놓은 조그만 동물 우리는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여러 곳에 있는 작은 연못에는 열대 금붕어(Cyprinus carpio) 가 유유히 자태를 뽐내며 헤엄치고 있다. 정문 입구에 있는 연못은 엄청나게 크므로 그 속에서 마치 악어가 당장에라도 물 위로 솟아 오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외에 거북, 뱀, 사자 등의 동물이 숲 속에 있는 각자의 우리 속에서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식물원 언덕에는 굴을 파놓고 그 속에 마치 수족관처럼 유리로 큰 상자를 만들어 이를 벽에 붙여 놓았다. 이 대형 유리관 속에는 아마존 강가에서 생육하고 있는 각종 홍수림(紅樹林; Mangrove)의 뿌리들을 넣고 그 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를 설치하였다. 그러므로 방문객은 강물 속에 들어가지 않고서도 열대지역 홍수림의 생태와 홍수림이 지구 환경에 기여하는 실상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식물원은 면적 4 ha (13,000평)에 수천 종의 수목과 화초를 전시하고 있으며 현재 코스타리카 정부의 환경 동력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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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