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휴스턴 수목원
텍사스 휴스턴 수목원
  • 나무신문
  • 승인 2011.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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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27>

 

▲ 텍사스 휴스턴 수목원.

미국에서 4대 도시의 하나이며  미국 남부 텍사스주의 수도인 휴스턴은 미국 우주산업의 중심지인 동시에 건설 플랜트와 멕시코 만의 정유산업에 관련하여 수많은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많이 집결해 있는 것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텍사스라면 서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고 벌판에서 카우보이가 말을 타고 소를 모는 장면이 연상된다. 물론 그런 벌판과 평야가 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휴스턴은 다르다. 비행기가 휴스턴 상공에 접근할 때 도시의 여러 곳, 특히 교외지역에 넓게 펼쳐져 있는 울창한 삼림지대가 창문을 통해 눈에 들어온다.

조지부시(George Bush) 국제 공항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 정도 달리면 휴스턴 시내가 나타난다. 1967년에 개원한 휴스턴 수목원(정식 명칭; Houston  Arboretum &Nature Center)은 시의 서북쪽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에서 시의 중심지까지는 8km 정도이다. 수목원의 크기는 70ha(약23만평)인바 대도시 안에 이렇게 큰 면적의 수목원이 있다는 것이 쉽게 믿겨지지 않는다. 수목원 안에는 텍사스 원산의 수목 75종을 포함하여 수많은 종(種)의 나무가 마치 원시림처럼 어울려 자라고 있다.

또한 수목원 숲 속에는 160여종의 조류, 거북이 16종, 나비 33종 이외 수많은 종류의 관목, 꽃, 곤충 등이 생육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텍사스에서만 볼 수 있는 붉은 늑대, 뿔 도마뱀, 휴스턴 두꺼비, 흰색 코 염소 등이 숲 속에 보금자리를 트고서 살고 있다. 이들은 점차 멸종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동물들인바 이곳에서 안전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휴스턴 시민들은 이 수목원을 ‘자연의 보고(寶庫)’로 여기며 자랑하고 있다. 수목원에는 방문객이 숲 속 깊은 곳까지 걸어서 돌아볼 수 있도록 길이 8km에 이르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고 산책로의 대부분은 자연의 맥을 끊지 않도록 나무로 만든 데크(deck)재를 설치해 놓았다.

이 산책로를 따라서 수목 사이를 걷다 보면 White Oak(Fagaceae Quercus alba), Cedar Elm(Ulmaceae Ulmus crassifolia), Red Maple(Aceraceae Acer rubrum) 등 미국의 활엽수를 대표하는 수종들이 빽빽하게 들어서있다. 특히 흉고직경(DBH) 70cm 이상되는 Willow Oak(Fagaceae Quercus phellos)가 많이 보인다. 나무를 감상하며 천천히 걷다 보면 가끔 숲 속에 쓰러져 있는 고목(古木)들을 보게 된다. 넘어져 있는 이들 나무들 가운데는 대경목 소나무가 특히 눈에 띄는데 이 나무들을 놀이터 삼아 다람쥐 한 마리가 미끄럼을 타듯이 놀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낯선 동양인을 보고서 경계심을 보인다. 수명이 다해 자연의 법칙에 따라서 다시 한줌의 흙이 되어 대지(大地)의 돌아가는 이들 나무를 치우지 않고 그냥 못 본채 방치해두고 있는 것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의 또 다른 단면이다.

한편, 이 거대한 수목원이 보존하고 있는 자연을 통해서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4박 5일 일정으로 여러가지 관찰 프로그램(조류 관찰, 미생물 세계관찰, 갑각류와 양서류 관찰, 거미 관찰, 삼림지대 토양 관찰 등)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생들의 경우,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많은 학생들이 이곳에 와서 숲 속에서 캠핑을 하면서 도시생활에서 평소 느낄 수 없었던 자연을 한껏 만끽하기도 하고 자연의 모습을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여 피부로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실제로 이해하는 기회를 얻는다. 프로그램은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연령에 맞게 조정되거나 캠핑 기간 역시 조정이 가능하도록 상당히 유연하다

현재 이 수목원은 시민 공익단체가 운영하고 있으므로 입장료는 없으나 방문객들로부터  기부금을 받고 있으며 모든 캠핑학습 프로그램은 유료이다.

출입구를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가면 주차장 옆 숲 속에 단층 건물 한 채가 나타난다. 이곳에는 한 구석에 관리사무실도 들어 있으나 건물의 대부분은 DISCOVERY ROOM 이라는 교육용 전시관이다. 전시내용은 자연이 인류에게 주는 큰 선물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쉽게 설명하고 있어 방문객 누구라도 자연에게 감사하고 자연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건물 입구 벽 전체에는 생태계에 수목이 기여하는 기능에 대한 요도(要圖)가 크게 그려져 있는 것이 인상에 남는다. 이처럼 건물 내부가 거의 전시실이지만 한 쪽에는 자연과 환경에 관련된 수많은 자료와 책자를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도 있다. 

한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시내 중심에 큰 면적을 갖고 수많은 수종의 수목을 잘 보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목에 고유 나무 이름(일반명과 학명)을 붙여놓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시민의 휴식처 역할을 하는 도시 속의 큰 공원과 다를 바가 없다. 수목원이나 식물원 공히 방문객에게 식물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그 존재 목적의 하나인데, 필자가 보기에는 이 수목원은 다른 좋은 기능은 많이 갖고 있지만 수목원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망각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여하튼, 대도시안에 이렇게 큰 울창한 삼림지대를 보존하고 있다는 것은 나무를 오랫동안 벗삼아 살아온 필자 같은 사람에게는 부러움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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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