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뉴기니 라에 식물원
파푸아뉴기니 라에 식물원
  • 나무신문
  • 승인 2011.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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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25>

 

▲ 라에 식물원의 종자 보관소.

호주 대륙 바로 북쪽 위에 공룡처럼 생긴 큰 섬이 있다. 바로 뉴기니 섬이다.
섬의 서북쪽 끝은 공룡의 머리 부분이고 동남쪽 끝은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 섬은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섬의 중앙에 경도 기준으로 강대국들에 의해 국경선이 그어져 동쪽은 독립국인 파푸아 뉴기니(Papua New Guinea; 약어 PNG), 서쪽은 인도네시아 영토가 되었다.

적도 바로 밑에 있는 이 섬은 수많은 열대 수목과 식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말이 섬이지 섬의 동부 절반인 파푸아뉴기니의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남한) 면적의 거의 5배에 달한다. 즉, 이 큰 섬은 전세계 열대 식물의 보고(寶庫)이며 엄청난 열대 식물이 내뿜는 산소로 지구의 제2허파(제1허파는 아마존 강 유역의 열대우림) 역할을 하고 있다.

공룡의 몸집에 비하면 이 나라의 수도 포트모스비(Port Moresby; Moresby의 r은 발음을 하지 않음)는 뒷다리 아래 부분이고 두번째 도시이며 항구인 라(Lae)에는 꼬리 위 엉덩이 부분이다.

포트모스비의 잭슨 비행장에서 에어뉴기니 항공사의 포커 F28 중형 제트 여객기를 타고 뉴기니섬의 동남부를 가로지르는 오웬스탠리 산맥을 넘으면 잠시 뒤에 넓은 강이 눈아래 보인다. 라에 근교를 흐르는 마캄 강이다. 이 강변에는 라에의 관문인 나잡(Nadzab) 비행장이 있다. 이 비행장은 마캄 강변의 넓은  평야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비행장이다.

이 비행장에서 라에 시내 중심까지는 자동차로 30분 걸리는데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식물원은 시내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도시의 시내에 있는 식물원은 면적이 작은 것은 2ha에서 큰 것은 10ha 정도이나 라에 식물원의 면적은 300ha(약100만평)가 넘는다. 엄청나게 큰 식물원이다. 식물원의 넓은 지경안에는 열대의 각종 수목이 가득차 있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난(Orchid)이 생육하고 있으며, 열대지역의 여러 나라에서 가져온 수많은 야자 종류도 식물원의 이곳 저곳을 채우고 있다. 특히 뉴기니 섬에서 자라고 있는 수목들이 식물원 안에 거대한 정글을 만들고 있으므로 뉴기니의 다양한 식생을 조사하려는 연구원들이 세계 여러나라에서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PNG국민들은 자기들 나라에 이렇게 큰 식물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과거에는 라에 시(市)가 이 식물원을 관리하였으나 최근에 산림청이 시로부터 식물원을 인수받아서 관리하고 있다. 거대한 식물원 안에 각종 수목이 정글을 이루고 있으므로 자연히 많은 종류의 조류가 숲에 매료되어 이곳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수목과 함께 아름다운 공생을 즐기고 있으므로 세계 각국에서 많은 조류학자들이 이 식물원을 찾고 있다. 이런 점에서도 라에 식물원은 일반 식물원과 구별된다.

한편, 이 식물원의 동쪽 코너에는 식물종자 보관소(Herbarium)도 있다. 이 역시 산림청에서 관리한다. 이 식물종자 보관소는 태평양 전쟁중인 1944년에 세워진 것이다.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자 일본군은 1942년초에 신속하게 라에를 점령하였다.

그러나 연합군은 포트모스비를 반격기지로 삼아 일본군을 공격하면서 1943년 9월에는 미 육군 제503 공수연대 병력 1,700명이 C 47 수송기들을 타고서 나잡 비행장 상공에 도착하자 곧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여 나잡 비행장을 일본군으로부터 탈취하고 라에를 향하여 진격하였다. 동시에 호주 육군 제9사단은 바다로부터 라에 해안에 상륙하여 일본군을 양쪽에서 포위하였다. 이렇게 라에를 탈환한 연합군은 그 다음해에 식물종자 보관소를 만들고 식물원안에 라에 탈환 전투에서 전사한 연합군 장병들을 묻었다.

그러므로 오늘날, 라에 식물원 남쪽부분에는 연합군 전사자 묘지가 있다. 물론 이 묘지 주위를 식물원의 풍성한 푸른 수목들이 감싸고 있다. 오늘날 식물 종자보관소에는 뉴기니 섬의 동부(파푸아뉴기니)와 서부(인도네시아), 솔로몬 군도(산타크루즈 제도는 제외), 호주 북부지역,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생육하고 있는 수만 종의 수목 종자를 보관하고 있다. 파푸아 뉴기니의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이 종자보관소 건물내부 전체는 24시간 냉방이 되고 있는 것을 보고 필자는 놀란 적이 있다.

한편, 식물원의 한쪽에는 나잡 비행장을 탈환할 때 사용한 C 47 수송기 한대가 당시의 상황을 증언하는 듯이 보관 전시되고 있다. 필자는 전세계의 수많은 식물원을 돌아 다녀보았으나  군용 수송기를 전시해 놓은 식물원은 아마 라에 식물원이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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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