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다시 돌아가는 길
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다시 돌아가는 길
  • 나무신문
  • 승인 201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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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 김도언

사람은 모두가 돌아간다. 그것만이 인간에게 허여된 유일한 평등이다. 아침에 집을 나왔다가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듯이, 막 탯줄을 끊고 세상에 귀를 내민 아이도 폭풍 같은 세월이 훑고 흙 속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돌아가는 길을 누가 끊을 것인가, 어느 누가 돌아가는 길에 바리케이트를 칠 것인가. 우리는 낙엽처럼 돌아가고 해일처럼 돌아간다. 그것만이 구원이라는 듯이 모두 돌아간다. 우리가 왔던 곳을 더듬어 기억하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가고야 마는 것이다. 물론 우물쭈물대거나 머뭇거릴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발걸음을 붙잡지는 못한다. 돌아가는 멀고 먼 길, 그길 어디쯤엔가 명멸하는 빛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 빛의 움직임에 따라 웃고 울고 떠들고 침묵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사코 열심히 돌아가는 것이다. 당신도 그러니 돌아오라. 그곳에 우리가 있고 너와 네가 있다. -----------------------------
■김도언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미술과 사진에 관심이 많다. 1998년 대전일보,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이룸),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민음사),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 청소년 평전 『검은 혁명가 말콤X』(자음과모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