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시간을 바라보는 사람
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시간을 바라보는 사람
  • 나무신문
  • 승인 2011.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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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 김도언

일본의 오사카역 플랫폼에는 언제나 시계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서 있다. 그는 단정한 짧은 머리에 사무용 가방을 들었다. 아마도 사무원 혹은 공무원일 것이다. 그런데 그는 1년 내내 그렇게 서 있다. 그가 기다리는 사람은 결코 오지 않는다. 누군가가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냐고 물어봐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누군가가 다시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는 거냐고 물어봐도 그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다만 무심한 표정으로, 오로지 자기가 하는 일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손목시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 앞에서 5분 동안 서서 그를 바라본다. 그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그 사이 5분의 시간이 지나간다. 5분 동안 나도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깨달았다. 그는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그냥 시간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그는 시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무심코 흘러가는 시간을 두 눈을 부릅뜨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
■김도언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미술과 사진에 관심이 많다. 1998년 대전일보,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이룸),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민음사),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 청소년 평전 『검은 혁명가 말콤X』(자음과모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