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사진 : 김도언
시집들을 쌓아보았더니 작은 탑이 되었다. 나는 내 앞의 삶이 공교롭지 못하여 잠이 오지 않을 때나 무언가에 대한 노여움을 참을 수 없을
때, 슬퍼서 어깨가 떨릴 때 시집을 찾아 읽는다. 그때마다 시는 지극한 위안을 주곤 한다. 시에는 체온이 있고 향기가 있다. 시는 어머니의
눈길이고 발벗은 아내의 부끄러운 손이기도 하다. 시는 피안 너머의 영원한 세계를 흠모하는 가장 어린 영혼의 눈동자가 부르는 노래이다. 세상이
혼탁하고 조야할 때일수록 시를 가까이에 두고 읽어보자. 시 한 줄을 읽는 것은 미워하는 마음을 시냇물에 씻는 것이다. 시 한 줄을 읽는 것은
삿된 욕망을 햇빛에 비춰보는 것이다. 그리고 온전히 어린 나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시집 한 권은 커피 한두 잔 값이다. 시집 한 권은 찌개백반
한 끼 값이다. 우리는 육체의 허기는 견디지 못하면서도 정신의 허기에는 너무나도 둔감하다. 이 둔감함이 미움과 불신을 키운다. 시는 마음의
양식이고 정신의 자양이다. 오늘은 시를 읽자. 내일도 시를 읽자. 매일 한 편씩 시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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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미술과 사진에 관심이 많다. 1998년 대전일보,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이룸),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민음사),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 청소년 평전 『검은 혁명가 말콤X』(자음과모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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