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사진 : 김도언
죽지 못해 사는 삶처럼 보인다. 하지만 놀라워라. 이 혹독하게 사나운 계절을 담벽이라는 궁지에 달라붙어 견디면서 담쟁이넝쿨은 놀라운 생명을 품어낸 것이다. 그 생명은 봄빛과 함께 움터올라 감수성과 취향과 사랑의 힘으로 푸른 이파리를 죽죽 밀어올린다. 아, 담쟁이넝쿨을 보니 알겠다. 생이란 굴욕만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님을. 물론 그것도 알겠다. 그렇다고 해서 삶이 환희만으로 채워진 것도 아니란 것을. 삶은 굴욕과 환희가 서로를 마주보면서 위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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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미술과 사진에 관심이 많다. 1998년 대전일보,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이룸),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민음사),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 청소년 평전 『검은 혁명가 말콤X』(자음과모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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