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일상의 예술
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일상의 예술
  • 나무신문
  • 승인 201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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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 김도언

매주 스케줄러를 채운다. 스케줄러에 기록되는 모든 것은 미래의 것이었다가 어느 순간 빠르게 과거의 공간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종이 한 장 훌쩍 넘기는 것보다도 빠르고 쉽게.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빠르다라는 말은 세월은 넘어가는 종이보다도 가볍다로 바뀌어야 한다. 스케줄러에 우리는 가장 가까이 다가와 있는 누군가의 이름(그가 비록 만나기 싫은 사람일지라도)을 적고 그와의 약속날짜를 적고 해야 할 일을 적는다. 이처럼 계획하게 하고 상상하게 하고 약속을 메모하는 일, 시간을 조직하는 일, 예정과 계획을 방해하는 것들을 설득하거나 그들과 투쟁하는 일, 논의하고 조정하고 합의하는 일. 이 모두가 사실은 전시되거나 진열되지만 않을 뿐, 생활 예술의 창작품들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와 같은 진술도 가능하다. 시간은 예술의 질료이고 공간은 예술의 무대라는 것. 스케줄러는 가장 소박하고 간략한 시놉시스일 것이다. --------------------------------------------
■김도언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미술과 사진에 관심이 많다. 1998년 대전일보,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이룸),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민음사),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 청소년 평전 『검은 혁명가 말콤X』(자음과모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