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가을예찬
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가을예찬
  • 나무신문
  • 승인 2010.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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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 김도언

가을이다. 푸른 하늘 한쪽에 풍성한 구름이 걸려 있고 또 한편으론 전신주와 전신주, 전신주와 집을 잇는 여러 갈래의 전깃줄이 오간다. 저 전깃줄은 가을이 하나의 관념이 아니라 풍속을 갖는 구체가 되어야 한다고 일러주는 것 같다. 가을은 계절의 이름이 아니라 어떤 열정의 이름이다. 어떤 가수는 가을엔 사랑을 하겠다고 노래했고 어떤 가수는 가을이 오면 연인의 미소가 아름답다고 노래했다. 눈부신 이 계절, 그래 우리는 그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다 못해 손톱이라도 깎지 않으면 안 된다. 하다 못해 눈두덩이라도 문질러야 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절실하게 바라고 그것을 향해 움직일 때 비로소 이 계절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다. 그것은 눈부신 푸름이다. 푸름이 가리키는 생명의 싱그러움이다. 다시 노랠 불러야 하겠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김도언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미술과 사진에 관심이 많다. 1998년 대전일보,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이룸),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민음사),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 청소년 평전 『검은 혁명가 말콤X』(자음과모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