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몽상의 증거
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몽상의 증거
  • 나무신문
  • 승인 201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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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 김도언

   
낡은 탁자 위에 놓인 일회용   종이컵. 누군가가 이 종이컵을 재떨이로 사용한 모양이다. 그 안에 담배꽁초 두 개가 서로의 몸을 포개며 누워 있다. 담배의 종류가 다른 걸로 봐서는 한 사람이 피운 게 아니라 두 사람이 피운 거다.


이들은 일을 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 담배를 꺼내 물었을 것이다. 그러곤 서로에게 불을 붙여주었겠지. 선배가 물었을 것이다. “요즘 회사 생활 어때? 참 부인이 곧 출산을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면 후배는 이렇게 대답했겠지. “네, 다음 달 말 즈음이 출산예정일이에요. 이 담배도 이젠 끊어야 하는데.” “그래 담배 안 피우는 게 좋지.”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담배연기만이 공중으로 치솟는다.
뿌연 담배연기는 수많은 몽상과 사연을 담고 있을 것이다. 말로는 담아내지 못하는 아찔한 비밀을. 그러므로 휴식이란, 자신의 비밀을 홀로 그윽히 바라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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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미술과 사진에 관심이 많다. 1998년 대전일보,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이룸),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민음사),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 청소년 평전 『검은 혁명가 말콤X』(자음과모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