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황혼의 크레인
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황혼의 크레인
  • 나무신문
  • 승인 201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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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 김도언

   
거대한 팔과 근육을 가지고 분주하게 아파트를 쌓고 있는 크레인 뒤로 황혼이 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몸을 씻고 저녁을 먹고 있겠지요. 이제 크레인도 호기롭게 부리던 힘을 빼고 근육을 풀어야 합니다. 그러곤 착한 달의 사위를 받으면서 곤한 잠을 청해야겠지요. 그래야 내일 아침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에게만 영혼이 있다는 오만과 착각 속에서 살고 있지요. 쇳덩어리일 뿐이라면서 크레인의 피로와 슬픔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크레인 같은 무생명을 우리와 같은 질서와 원리를 가진 대상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위안 받고 조금 더 넉넉해질 수 있습니다. 나처럼 상대를 대할 때 세상은 좀 더 환해집니다. 그것의 바로 사랑의 원리이고 삶이 가진 아름다운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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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미술과 사진에 관심이 많다. 1998년 대전일보,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이룸),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민음사),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 청소년 평전 『검은 혁명가 말콤X』(자음과모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