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담양의 메타세과이아 가로수 길
여행-담양의 메타세과이아 가로수 길
  • 장태동
  • 승인 2007.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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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나무들의 도시

봄에 피는 꽃은 겨울이 꾸는 꿈이다. 그렇게 나무들은 겨우내 꿈을 꾼다. 최소한의 양식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물을 간직한 채 살아야 하는 겨울, 나무는 꿈이 있어 행복하다. 그 꿈을 담고 있는 담양은 그래서 아름답다.

수평선에 피어오르는 여명과 노을과 구름들 모두 편안하고 안정된 아름다움이다. 성장이 멈춘 어른들처럼 더 이상 꿈을 꾸지 못하는 세상, 그 수평의 세상에서 꿈을 꾸게 하는 것은 나무들이 있기 때문이다. 흙과 바위틈, 아스팔트마저 뚫고 솟아나는 나무의 생명력에서 하늘의 향해 열려 있는 수직의 꿈을 본다.

전남 담양에서 전북 순창으로 이어지는 옛 길에 심어진 메타세콰이아 가로수 길은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봄이면 신록으로, 여름이면 푸른 숲으로, 가을이면 갈잎으로, 겨울이면 눈꽃으로 그 모습을 달리하는 메타세콰이아 길, 그 길에 차를 멈추고 한 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담양 시가지에 있는 한국대나무박물관에서 15번 국도를 타고 순창 방향으로 가다보면 가로수 길을 만나게 된다. 하늘을 덮은 나뭇가지가 터널을 만들었다. 도로 양쪽에 일렬로 늘어선 그 길옆으로 새 도로가 났다. 도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가로수를 없애고 원래 길을 넓히려고 했는데 길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존하기로 결정하고 그 옆에 새 도로를 냈다.

길의 아름다움은 편리와 속도에 기댄 이기적인 발전의 논리마저 꺾어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길은 여행자를 끌어들이는 마법을 지니게 됐다. 넓고 시원하게 뚫린 새 도로를 놔두고 굳이 이곳으로 차를 몰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 길에서 차들은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 풍경이 속도의 욕망마저 잠재우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고 멈춰 있다. 지나가던 차도 멈춘다. 혼자 혹은 두셋이 차에서 내려 비 오는 가로수 길을 걷는다. 비를 맞아도 서두르지 않는다. 가로수는 더 커지고 사람들은 점점 작아진다. 어른에서 아이로, 그 길에서면 누구나 아이들이 된다. 어른들이 사는 동화 나라다.

하늘로 뻗어 올라간 메타세콰이아 나무들은 가지를 퍼뜨려 맞닿게 하고 여름이면 그늘을 만들고 웬만한 비에도 끄떡없는 지붕을 만든다. 수직의 힘으로 따듯한 동화 나라를 만들었으니 이것 하나만으로도 담양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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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