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유재완 국제목구조교육센터 원장
1970년대 중반에 갑자기 전 세계를 휩쓸었던 ‘오일 쇼크’는 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수많은 변화들 가운데 우리가
쉽게 느낄 수 있던 것을 예로 들면, 종전까지는 에너지 효율을 별로 고려치 않고 만들었던 덩치 큰 자동차가 소형화되었다: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과 같은 신소재를 사용해서 부품들이 가벼워 졌으며, 엔진도 가벼워졌고, 연료를 덜 먹지만 힘은 더 강해졌다. 이와 같은 변화는 1960년대에
생산되었던 자동차와 우리가 현재 타고 다니는 자동차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건축 분야에도 그와 같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정부가 건물의 단열을 강화하기 위해서, 단열재의 사용을 법적으로 의무화 하면서 스티로폼과
같은 단열재와 복층유리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앞에서 예를 들었던 자동차 산업이 이룩한 매우 큰 변화에 비하면 건축 분야의 연구는 체계적이지
못했고, 효율적이지도 못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불어 닥치고 있는 제2차 오일쇼크는 30여 년 전에 겪었던 에너지 쇼크를 잊고, 그 이후에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비교적 둔감했던 우리 건축산업의 각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캐나다도 우리와 같이 1970년대에 오일쇼크를 겪었다. 종전까지는 값싼 에너지 덕분에 비록 주택의 에너지 효율이 매우 낮았어도 겨울이나
여름에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급격히 높아진 에너지 비용으로 인해서 에너지의 절약과 효율적 사용이 요구되었다. 국토의 대부분이 겨울에
매우 추운 캐나다에서는 주거용 에너지 소비의 60%는 난방, 21%는 온수, 14%는 가전, 10%는 냉방 그리고 4%는 조명에 사용한다.
주택의 에너지 효율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냉/난방에 70%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 절약에 주택의 에너지 효율이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은 당연하다.
캐나다 정부도 우리 정부와 마찬가지로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였으며, “단열을 더 강화해야 하며, 둘째로 더 잘 밀폐해야
한다”는 매우 상식적이라고 느껴지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이와 같은 결론을 바탕으로 캐나다 연방정부의 천연자원부(NRCan)와 주택산업계가
협동해서 R-2000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R-2000 주택을 개발해서 국내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에 이룩된 건축과학의 연구와 제품개발의 산물로서 <주택은 (외부환경, 건물외피, 기계장치,
내부마감, 거주자 등이 포함되는 독립적 요소들로 구성되는) 하나의 시스템이다>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이러한 요소들 중에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다른 요소들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택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확실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주택의 설계와 시공에 대한 총체적인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게 되었다.
캐나다 주택건축기술은 1970년대에 단열의 강화, 난방 시스템의 고효율화, 태양 에너지의 사용, 1980년대에 건물외피의 기밀성 향상, 열
회수 환기시스템의 적용, 밀폐형 연소 시스템과 고성능 창문, 1990년대에 무공해 건축자재, 통합된 기계 시스템, 태양전지의 활용, 물의 효율적
사용, 조명과 가전제품의 고효율화 등에 초점을 맞추어서 진화한다.
고도로 밀폐한 주택은 습도가 높아지고, 실내공기가 오염되어도 배출되지 않아서 주거환경이 악화되기 때문에 높은 에너지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환기가 가능한 열 회수 환기장치(HRV -Heat Recovery Ventilator)를 사용하게 된 것은 중요한 기술적
발전이다.
또한 고도로 밀폐한 주택에서는 난방장치와 같은 연소 시스템이 실내공기를 연소에 사용하게 되면 산소 결핍현상이 발생하게 되며, 연소가스도
실내로 절대로 유입되어서는 안 됨으로 연소 시스템을 완전히 밀폐해서 독립적으로 연소공기를 외부로부터 받아들이고, 연소가스는 외부로 배출되도록 한
것은 필요가 낳은 기술적 발전이다.
위에서와 같은 기술적 진화는 R-2000 주택이 에너지 효율적이며, 건강에 유익하고, 안락한
주거환경을 갖게 만들었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싣는 순서>
R-2000 프로그램은 시대적 산물
높은 에너지 효율
건강주택
친환경적 요소
새로운 냉/난방 시스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