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바람이 집안으로 쏟아지는 용인 디귿집
빛과 바람이 집안으로 쏟아지는 용인 디귿집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3.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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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집을 짓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독일에서 살면서입니다. 독일에서 살고 있는 현재 집이 비록 단독 주택은 아니지만, 항상 나무와 풀, 꽃에 둘러싸여 살면서, 이런 환경 속에 익숙해진 이후로는 다시 한국의 아파트로 돌아가기 싫어졌습니다. 봄에는 나무에 피는 꽃을 감상하고, 여름에는 야외 발코니에서 물놀이 하는 딸을 보고, 가을에는 집앞에 있는 큰 밤나무에서 떨어지는 밤을 줍고, 겨울에 내리는 눈에 눈사람도 만들고, 눈썰매를 타면서 독일에서의 삶은 자연을 통해 계절이 변해가는 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여기의 삶처럼 느리고, 여유롭게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딸은 자연 가까이에서 자라게 해주고 싶습니다.”

독일 생활을 접고 귀국을 앞둔 건축주 부부가 보내온 메일이다.

경기 용인 보정동에 있는 대지는 도시와 자연이 만나는 곳에 있다. 아파트 단지 사이를 지나 도심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도심 속 골프장 녹지를 바라보고 있고, 남측으로는 점점 높아지는 숲이 보인다. 북측은 주거단지를 마주한다.

진입할 때 집들에 가려서 숲이 잘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도심과 자연의 경계에서 양쪽의 특성을 모두 공유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디자인전략 
8.5미터 폭의 좁고 긴 땅에 지은 디귿집이다. 경사진 대지와 향과 조망을 고려하면서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북쪽에 위치한 실들이 어둡고 답답한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주거의 기본은 쾌적하고 밝은 것이라 생각하기에 서측에 있는 도로와 면하는 작은 중정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빛을 들이고 하늘과 서측 조망을 확보하는 ‘ㄷ자’ 배치가 된 것.

남측 마당은 자연과 주택과의 관계를 적극적인 흐름으로 이야기하는 장소라면 내부 중정은 자연과 주택과의 관계를 빛과 시선과 바람으로 소소하게 전하는 공간이다. 

현대주거가 점점 효율성을 중시하게 되는데, 이는 공간의 균질성과 각 공간들의 역할을 명확하게 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기능만을 강조하는 공간들의 집합에서 탈피하고자 다양성을 가지는 집도 요즘의 추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거의 본질이 가지는 보금자리로서 편안함을 담기 위한 디귿집은 단순함을 선택했다. 효율성과 다양성을 강조하기 보다 녹색과 하늘, 빛과 바람이 집 안으로 쏟아질 수 있는 그런 집이다.

디자인 주안점 
단순함과 스며든 자연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도로에서 보이는 북측면은 기단부와 상층부로 연결된 단순한 입면을 만들었고, 동측면은 진입계단을 들여서 깊이감을 만들고 마당으로 열린 남측면은 쉽게 열려있는 형상이다. 

서측에서 보이는 내부 중정에는 자연의 흔적을 담고자 대나무를 심어 활기를 주었다. 기단부는 인접건물과의 어울림과 단단함을 강조하고자 짙은 브라운 색의 벽돌 타일로 마감하였고, 상부는 주변의 밝은 건물과 어울리면서 견고함을 가지는 백고벽돌을 사용했다. 

단순함이 가지는 단아함을 표현하면서 주변과 단절된 모습으로 있지 않고 주변 맥락을 반영한 인상을 가지려는 입면계획이다. 

1층 : 도로에 면해 지하주차장 입구가 보이고 건물 왼편에 대문을 통해 외부계단을 오르면 현관에 다다른다. 좁고 긴 계단이지만 옆집과의 사이공간으로 빛이 들어오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진입의 공간이다. 

현관을 통해 내부로 들어오면 중정을 맞이하게 되고 중정건너편 집과 숲이 살짝 보인다. 중정을 중심으로 북측에 거실과 서재 그리고 화장실이 위치하고 있다. 거실은 작은 오픈을 통해 북측천창에서 내려오는 빛과 북측 수직창을 통해 충분한 조도를 확보하며 서재는 중정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바람을 가지고 있고 추억들이 하나둘 쌓여가는 장소다. 

현관
현관
현관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거실 / 서재.
1층 거실.
1층 서재.
1층 거실.
천창
1층 거실.
1층 서재.
1층 거실.
1층 서재.
1층 복도 / 데크.  |  1층 화장실.
1층 화장실.
1층 복도 / 데크.  |  1층 화장실.
1층 복도 / 데크
1층 주방.
1층 주방.
1층 주방.
1층 주방 / 식당.
1층 주방.
1층 주방.
1층 주방.
1층 주방.
1층 주방.
1층 주방.
1층 주방.
1층 주방.

중정을 스쳐 복도를 지나면 한단이 낮은 식당과 주방이 있다. 중정으로 열리고 마당으로 열린 식당은 이 집의 핵심공간이다. 자연을 바라보며 자연의 변화를 가장 크게 느끼며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이 식당이다.

여유를 담는 공간이자 쉽게 자연을 오가는 공간은 흐름을 담고 있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주는 공간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적당히 넉넉한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주방에서도 마당으로 열려 있으며 기능적인 부분을 뒤쪽으로 넣어 부족함이 없게 계획했다. 마당은 자연스럽게 풍경이 되었고 활용도를 위한 석재데크를 가지고 있다. 

2층 :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윗층과 아래층의 중정을 함께 볼 수 있고 윗층 복도에 위도우 시트를 만들어 중정의 시선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사적인 공간이 있는 2층엔 프라이버시를 위해 고측창과 작은 창을 계획해 개방감과 안락함을 가지려고 했다.

2층 복도 끝을 비우고 마당으로 열리는 창을 계획하여 좀더 깊게 빛을 들였다. 자녀를 위한 방과 안방은 경사지붕을 활용해 층고를 높였다. 중정 너머 북측방은 평소엔 다용도실로 쓰이며 손님이 방문시 게스트룸으로 활용된다. 

2층 계단실 / 복도
2층 계단실 / 복도
2층 계단실 / 복도
2층 계단실 / 복도
2층 계단실 / 복도
2층 계단실 / 복도
2층 복도.
2층 복도.
2층 복도.
2층 복도.
2층 아이방.
2층 아이방.
2층 아이방.
2층 안방.
2층 아이방.
2층 작은방.
2층 복도 윈도우시트.
2층 복도 윈도우시트.
2층 복도 윈도우시트.
2층 복도 윈도우시트.
2층 화장실.
2층 화장실.
2층 화장실.
2층 화장실.

북측복도 끝에는 거실과 이어지는 작은 오픈을 두어 2층과 거실과의 소통공간으로 쓰이며 천창을 공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2층화장실은 가족이 다용도로 쓰기에 건식세면대와 변기, 샤워 및 욕조공간을 분리하였고 세탁실도 별도로 계획했다.   /나무신문

글 최성호 소장 / 정리 서범석 기자

DIAGRAM

건축개요
위치▷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지역/지구▷도시지역/제1종일반주거지역
건축구조▷경골 목구조, 철근콘크리트기초
대지면적▷196.30㎡
건축면적▷86.89㎡
건폐율▷44.26%(법정 50%)
연면적▷195.30㎡
용적률 산정연면적▷145.40㎡
용적률▷74.07%(법정 100%)
설계▷소하건축사사무소
시공▷브랜드하우징
사진작가▷이한울(나르실리온)

<지하 1층 평면도>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지붕 평면도>
<배치도>
<종단면도>
<횡단면도>
<배면도>
<우측면도>
<좌측면도>

 

소하건축사사무소 최성호 대표 건축사
“심심한 듯 소박하게 보여도 살아가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을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다”
소박하지만 따스한 정서가 느껴지는 건축을 추구하며, 사람의 감성이 묻어나는 디자인을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복락재, 온정당, 진월재, 고운숲, 담온가, 이유있는가, 소복소복 하우스 등이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정회원 / 한국목조건축협회 정회원 /한국시공학회 정회원 / 5STAR 품질인증위원(한국목조건축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