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무인양품의 조립식 주택 판매에 거는 기대
[전문가 기고] 무인양품의 조립식 주택 판매에 거는 기대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11.28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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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기 소장 (마스터빌더 대표)
무인양품이 지난 5월5일부터 6월18일까지 충북 진천에서 열린 ‘HOUSE VISION 2022 KOREA EXHIBITION’에서 선보인 ‘양의 집(House of the Sun)’. 사진 = 무인양품
무인양품이 지난 5월5일부터 6월18일까지 충북 진천에서 열린 ‘HOUSE VISION 2022 KOREA EXHIBITION’에서 선보인 ‘양의 집(House of the Sun)’. 사진 = 무인양품

운전 중에 지인이 보내준 기사의 제목만을 보고 휴게소에 들러 내용을 읽어 보았다. 

11월6일 매일경제에 실린 “한국서도 조립식 주택을 판매하겠다는 무인양품” 기사는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지금은 일본의 우수한 제품이 전 세계를 제패할 때만큼의 명성을 가지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직도 건축만큼은 그렇지 않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츠커상’ 수상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비수상자 중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다.

40여년 전 국내 전기밥솥이 툭하면 폭발하고 불이나던 시기에 일본의 ‘코끼리표 밥솥’은 일본에 가면 무조건 몇 개씩 사가지고 오는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사람은 없다. 오히려 국내 제품을 외국인들이 필수품처럼 사가고 있다. 그것은 그만큼 국내 제품이 세계적인 제품이 되었다는 것을 표면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수많은 노력과 아픔이 있었기에 이뤄낸 성과의 결과라 하겠다.

무인양품이 조립식 주택을 국내에 판매하게 되면 서서히 시장의 판도에 변화가 일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일본은 엔저현상으로 지금은 국내 소비자가 구입하는데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으로 구입이 가능하고, 사용하는 소비자의 평가 역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에 견출만한 또 다른 대기업의 준비도 진행 중이다. LG건설의 계열사인 ‘자이가이스트’이다. 자이가이스트도 나와 인연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얼마 전에 강의를 했다. 

한달여 동안 전 공정을 모두 실무에 포커스를 맞춰 강의를 했기에 시작부터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해보지만, 강의를 하면서 느꼈던 우려할 점도 적지 않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의 팀워크, 불분명한 전문성 그리고, 매뉴얼이 없는 문제 등도 염려가 된다. 

이런 점에서 자이가이스트가 외국의 30년 이상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DAN HOUSE’를 인수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동차를 샀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듯 앞으로의 과정이 더 험난하리라 본다. 

그리고 그에 따른 통찰력과 해결 접근방법의 부재와 미숙한 해결방법이 실패를 줄이고 성공시기도 앞당기는데 많은 상처를 만들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대기업은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쉽게 바꾸는 능력이 있다.

내가 어릴 적 시장에서 옷을 교환이나 환불을 하려면 3시간 넘게 욕을 하고 싸워도 불가했던 것을, 그들이 백화점과 마트에서 쉽게 해주면서 제래시장 문화도 한 번에 바꿨다. 나는 국내의 잘못된 건축문화도 대기업이 빨리 바꿔줬으면 한다.

얼마 전 몇 억짜리 도면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는 것을 보고 경악을 했다.

“발주처에서 제공된 도서로 작성된 도면이므로 현장과 상이할 시 감독관의 승인을 득한 후 시공할 것”이 건축도서마다 모두 표기되어 있었다.

이 문구의 내용대로라면 감독관이 중요한 판단과 결정을 하는 사람인데, 확인해 보니 건축에 ㄱ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결국은 이런 뜻으로 해석된다. 

“도면과 현장이 다르면 알아서 현장에서 결정해 정하고 우리에겐 묻지 말라.”

참으로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국내 건축은 이미 태생부터 이렇게 시작된 것이기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우리에겐 건축의 시련이 없었기에 지금까지 이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일본 건축제품의 국내 판매가 분명 국내시장에 아픔을 주리라 예상하지만 이것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손에 쥐고 있는 하찮은 기술과 먹고 살려고 숨기고 있던 노하우는 버려야 한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맞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분명히 잘못된 정보와 지식이 올바른 지식과 뒤섞여서 건축시장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