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면 돌아와 안식하는 세 食口가 사는 집, 안빈재 安貧齋
저녁이면 돌아와 안식하는 세 食口가 사는 집, 안빈재 安貧齋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10.27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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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빈재의 대지는 62평 정도 면적에 남북으로 길쭉하고 1.5미터 정도의 높이 차가 있다. 

주차장은 한쪽으로, 대문은 측면으로. 앞뒤로 긴 땅을 활용해 앞마당을 지나 집안으로 들어가면 주방(거실)을 거쳐 중정으로 나가면 다시 별채가 있는 구조다. 중정을 중심으로 모든 공간이 연결돼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공간구성에서 힌트를 얻어서 툇마루가 연결된 것과 같은 구조를 만든 것이다. 

2층에는 대학생 딸 방과 거실로 연결된 다락방이 있고, 다락은 손님방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별체가 있는데, 여기가 가족의 최애공간이다. 비대면 수업을 위한 서재이면서 파티룸 또는 손님방으로도 최고다.

중목구조와 경골목구조가 뒤섞인 구조로 목구조가 최대한 드러나도록 설계됐는데, 이는 욕실에 설치된 핀란드식 사우나와 매우 잘 어울린다. 전열교환기가 설치돼 있다.

실내 인테리어는 복도가 많고 이쪽저쪽으로 틈새 사이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장소와 느낌을 만들었다. 이곳에 건축주가 나중에 나무를 심었다. 

방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서 중정을 향해 열려있다. 내부 마감은 소박하고 목조 노출을 최대한 활용했다. 높은 천장도 거실과 안방 앞 복도에만 있고, 모든 조명기구와 타일은 건축사와 함께 선정했다. 2층은 모두 경사지붕이다.

외벽은 STO 외단열 미장마감, 담장은 모두 노츨콘크리트로 하고 싶었으나 비용을 고려해 블록을 함께 사용했는데, 이 부분이 건축사와 건축주 모두 후회되는 부분이다. 데크는 탄화목으로 변형 최소화하고, 처마를 최대한 빼내어 여름철 햇빛과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차탄했다.

다음은 건축가 이재혁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소장의 이 안빈재에 대한 친절한 설명, 

안빈재安貧齋는 안빈낙도에서 의미를 빌려온 ‘가난하지만 마음 편한 집’이라는 뜻이다. 평소 무박 산행을 즐기고 아파트 생활의 무료함을 큰 창으로 보이는 나무나 하늘로 달래고 싶었던 부부와 대학생 딸은 직장이 가까운 평택의 구시가지에 집 지을 땅을 장만했다. 

대지 주변은 오래된 슬레이트지붕의 단층 주택으로부터 최근 지어진 5층의 다세대주택까지 다양한 주택의 종류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한창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전형적인 구도심이었다. 

대지는 약간의 경사가 있었고 왼쪽은 5층의 다세대주택, 오른쪽은 1층 양옥인 남북 방향으로 길쭉한 땅이었다. 

주변 땅들의 개발행태와는 정반대로 부부는 자신들만의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을 원했고, 대지는 최대한 활용하되 건축의 면적은 최소화해 다양한 공간을 가진, 마치 한옥과 같은 작은 주택을 짓기로 하였다. 

건축의 외부공간을 여러 켜로 구성하여 장소마다 색다른 공간의 성격을 부여하는 전통건축의 방식을 이용해 공간을 여러 개로 나누고 각각의 시퀀스를 연결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때마침 다녀온 강릉의 선교장에서의 공간구성과 스케일감을 많이 참고하였다. 

먼저 진입부의 주차장은 대문 바깥쪽에 두고 차가 드나들기 쉽게 하였고 주차장쪽으로 주출입구를 두어 길을 지나는 보행자들로부터 시선을 차단하였다. 

앞마당은 본격적으로 식물을 키우고 마당을 가꿀 수 있는 정원이 되었다. 대지의 레벨차를 이용해 식당 앞 데크에서 정원을 내려다보게 하였다. 

식당의 남쪽으로는 목구조의 처마를 길게 내어 여름철 남향의 뜨거운 햇빛을 최대한 차단하였고 비오는 날 외부에 나와 있을 공간을 마련했다. 

현관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주방과 식당이 나온다. 이 집에는 거실이 따로 없고 주방과 식당이 거실의 역할을 대신한다. 주방과 식당은 건물의 가장 중앙으로 앞마당과 중정의 가운데 있어 한눈에 집안의 모든 곳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퇴근 후 세 식구가 함께 무쇠솥에 밥을 지어 먹는 것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고 한 것처럼 이 공간이 집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식당에는 작은 중정이 연이어 있다. 이 중정은 식당, 복도, 서재(별채)와 모두 연결되며 외부에서의 시선은 최대한 차단하고 내부에서의 시선은 최대한 모이는 또 하나의 중심공간이다. 

작은 중정의 끝에는 별채가 있다. 별채는 서재 공간으로 활용하는데 이번 코로나를 거치며 가족들이 각 각의 독립된 공간의 필요성으로 인해 생겨난 곳이다. 지금은 조용히 공부하고 사색하는 용도로, 손님이 왔을 때는 손님방으로 활용되는, 두 부부가 꼽는 집안의 가장 핫한 장소이기도 하다.    /나무신문

건축개요
대지위치▷경기도 평택시 비전동 
대지면적▷206.45㎡ 
지역·지구▷제1종 일반주거지역
용도▷단독주택
층수▷지상2층
구조▷중목구조+경골목구조
건축면적▷97.12㎡ 
연면적▷97.64㎡ 
건폐율▷47.04 %         
용적율▷47.29 %
주차대수▷1대
최고높이▷6.146 m
설계·감리▷(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스텝▷이재혁, 강현보, 김솔비, 이학섭
시공▷(주)위빌종합건설
전기·기계 설계▷거산ENG / 유영설비기술연구소
구조설계▷두항구조 
사진제공▷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사진작가▷김창묵
 

<1층 평면도> 1 주차장 2 마당 3 주방 4 식당 5 세탁실 6 사우나실 7 침실 1 8 서재 9 데크 10 침실2 11 다락방
<2층 평면도>1 주차장 2 마당 3 주방 4 식당 5 세탁실 6 사우나실 7 침실 1 8 서재 9 데크 10 침실2 11 다락방
1 주차장 2 마당 3 주방 4 식당 5 세탁실 6 사우나실 7 침실 1 8 서재 9 데크 10 침실2 11 다락방
정면도
좌측면도
배면도
우측면도
단면도 1 주차장 2 마당 3 주방 4 식당 5 세탁실 6 사우나실 7 침실 1 8 서재 9 데크 10 침실2 11 다락방
단면도 1 주차장 2 마당 3 주방 4 식당 5 세탁실 6 사우나실 7 침실 1 8 서재 9 데크 10 침실2 11 다락방
단면도 1 주차장 2 마당 3 주방 4 식당 5 세탁실 6 사우나실 7 침실 1 8 서재 9 데크 10 침실2 11 다락방

자재개요
단열재▷지붕_유리섬유단열재 R36 + 외벽_유리섬유단열재 R32 + 준불연EPS 50mm
2층 바닥_압출법단열재 110mm  + 기초하부_압출법단열재
외부마감▷벽_STO K1.5
지붕_ THK0.5 칼라강판
창호_PVC 시스템창호 + thk43 삼증유리 
VELUX GPL + thk24 복층유리 
내부마감▷바닥_thk8 구정마루
벽+천장_종이벽지
계단재_thk30 오크 집성목+투명 스테인
구조목▷스프러스 구조용 집성목
환기장치▷독일 Zehnder, 패시브웍스
수전 및 위생도기▷아메리칸스텐다드, 대림바스
외부 바닥 마감재▷리비오그린(주차장), 탄화목 데크, 마천석 버너
주차장 천장 및 대문▷탄화목

ⓒ김재경
ⓒ김재경

이재혁 Yi, Jaehyuk 
(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대표,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고 겸임교수, (사)목조건축협회 건축가위원장.
‘놀이터  같은 집’을 모토로 삼는 건축가. 재미있는 공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는다. 크고 작은 공간의 조합을 통해 공간의 밀도를 조절하는 작업과 구조로서의 목재 혹은 구조를 통한 공간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서울특별시 명륜1가에 자신의 집인 ‘달_놀이집’을 지어 살고 있으며 그곳에서 삶과 일의 통합인 직주일체(職住一體)를 실천하고 있다. 
주요작업으로는 안양시 e빌딩, 하남시 ㄹ빌딩, 올림픽프라자 리모델링,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 및 전산원, 상하농원 체험목장, 우계 기념관, 우장산근린공원 힐링숲체험센타, 가회동청사 리모델링, 충신연극공유센터 그리고 달_놀이집, 책_놀이집, 꽃_놀이집, 호와원, 동춘온실, Kelk house 등 다수의 주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