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삼각형 작은 땅에 하늘을 품고 내려앉은 협소주택_흙마당이 있다
골목길 삼각형 작은 땅에 하늘을 품고 내려앉은 협소주택_흙마당이 있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09.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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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적인 방의 공간보다는 계단과 공용공간에 공간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이 집의 이름은 켈크하우스(Kelk Haus). 초등생 남매가 있는 건축주 부부가 살았던 독일의 한 도시 이름에서 차용한 이름이다. 그만큼 독일 생활에서 얻은 여러 가지 경험들이 설계에 녹아들어 있다. 

독일 생활을 접고 아파트 생활을 시작한 부부가 단독주택을 지으려고 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층간소음 때문이다. 역시나 아들 꼬마건축주는 설계과정에서 “축구를 할 수 없다면, 그건 집이 아니다”는 주장을 펼쳤다.

1층을 쿠킹클라스 등 이웃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맨 위 다랑방에 부부침실을 둔 켈크하우스는 ‘도화동’이라고 불리는 서울 신당동. 상업지역과 아파트단지가 만나는 매우 복잡한 길 위에 얽혀 있는 미로와 같은 골목에 남아 있던 대지다. 경사면인 산쪽은 모두 아파트로 개발된 상태다.

필지 면적은 95㎡이지만 도로폭을 확보하고 남은 대지는 80.07㎡. 서울 중구에서 이곳 골목들을 도시재생 시범사업지로 정해 도로포장과 마을길 쉼터 등을 만들었는데, 인접 건물들이 그야말로 다닥다닥 붙어 있다.

건축가 이재혁 소장은 “중목구조로 작은 땅에서의 공간적 효율과 함께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세세한 가구 작업을 건축공사에 포함시켰다. 가구와 구조가 결합된 중목구조로, 목재 기둥을 최대한 노출시켜 인테리어 효과를 얻었다.”면서 “목구조는 단열에도 유리한데, 천창은 뜨거울 수 있으므로 외부셔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축구를 할 수 없으면 집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깐깐한 꼬마건축주를 위해 남쪽에 ‘흙이 있는’ 작은 마당을 만들고 테크와 폴딩창을 설치했다. 다음은 이재혁 소장이 밝히는 켈크하우스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다.

시작
이 프로젝트의 건축주는 독일로 장기간의 출장을 떠나기 직전 한 번의 상담 후 온라인을 통해 설계과정을 함께 진행했다. 

두 자녀를 둔 부부는 독일에서 잔디가 덮인 너른 마당과 계단이 있는 집에서 코로나로 인한 격리 생활에도 큰 어려움을 모르고 지냈다. 

아들은 “축구를 할 수 없는 것은 집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켈크하우스’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내부에 아주 특별한 계단과 공간을 갖추고 있다. 

구조
집의 구조는 중목구조다. 서울 중구의 협소한 삼각형 대지 위에 지어진 집은 여느 협소주택처럼 정면을 볼만한 곳이 딱히 없는, 사방이 집으로 둘러싸여 있다. 

좁은 골목길로 이어진 도심에서는 무엇보다 빠르게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구조를 공장 생산된 중목구조를 사용함으로서 공기를 단축했고, 목구조는 벽체를 얇게 만들 수 있는 효과가 있어 공간 활용에도 효과적이다. 

주택에서 필요한 주차 1대를 확보하기 위해 건물의 끝부분을 기둥이 없는 캔틸레버로 처리해 공간을 알뜰하게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목구조에서는 이런 캔틸레버구조는 처짐을 발생시켜 장기적으로 건물이 변형되기 쉬운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구조계산된 공학목재를 이용해 구조적 처짐을 잡아냈다.

공간의 구조적 특징
도심 협소주택의 특징인 주변 건물들과의 밀착된 배치로 인해 불편해진 큰 창 대신 기능적인 작은 창들을 적절히 배치해 주변 집들과의 간섭이 거의 없는 상태를 만들었다. 

창이 작은 어두운 1층의 현관을 지나 주택에 들어서면 중문에서 3층까지 연결되는 기다란 계단과 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가족서가家族書架’가 가장 먼저 보인다. 

이 가족서가는 책을 위한 역할뿐 아니라 책상, 옷장, 장식장 등 여러 용도로 쓰이는데 계단과 각각의 공간을 분리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계단을 따라 윗층으로 이동하면서 층마다 바뀌고 확장되는 공간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

평면 구성
평면은 삼각형 모양으로 가장 긴 변에 현관으로부터 3층까지 연결된 계단을 배치했다. 

1층은 지역주민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차장의 통창으로부터 남쪽의 작은 데크 공간까지 연결된다. 계단을 한 층 올라와 처음 만나는 2층은 ‘공부방’을 중심으로 아들과 딸을 위한 각각의 방을 좌우로 배치하고 욕실 공간을 그 사이에 배치했다.

2층 아이들 공간에서 보이는 둥근 형태의 문과 공간은 건축주가 머물던 독일 주택의 이미지에서 차용했다. 다시 계단을 오르면 3층이다. 3층은 가족 전체를 위한 공간인 거실과 주방이 있다. 이곳은 켈크하우스의 가장 넓고 높은 공간으로 두 개의 천창과 오각형 창을 통해 풍부한 광량과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천창으로부터 떨어지는 빛은 원형의 바닥 창을 통해 2층의 공부방까지 확대된다. 주방에서 계단을 오르면 다락 공간이 있다. 다락은 낮은 층고를 극복하기 위해 돌출된 천창을 만들었다. 이 공간은 부부침실로 쓰인다. 

개별적인 방의 공간보다는 계단과 공용공간에 공간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나무신문

<1층 평면도> 1 주차장 2 뒷마당 3 환기장치 4 근린생활시설 5 탕비실 6 놀이방 7 침실1,2 8 주방, 식당 9 세탁실 10 다락방
<2층 평면도> 1 주차장 2 뒷마당 3 환기장치 4 근린생활시설 5 탕비실 6 놀이방 7 침실1,2 8 주방, 식당 9 세탁실 10 다락방
<3층 평면도> 1 주차장 2 뒷마당 3 환기장치 4 근린생활시설 5 탕비실 6 놀이방 7 침실1,2 8 주방, 식당 9 세탁실 10 다락방
<다락 평면도> 1 주차장 2 뒷마당 3 환기장치 4 근린생활시설 5 탕비실 6 놀이방 7 침실1,2 8 주방, 식당 9 세탁실 10 다락방

건축개요
대지위치▷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 
대지면적▷80.07㎡ 
지역·지구▷제2종 일반주거지역
용도▷단독주택 + 근린생활시설
층수▷지상3층
구조▷중목구조
건축면적▷45.24㎡ 
연면적▷119.92㎡ 
건폐율▷56.50 %         
용적율▷148.76 %
주차대수▷1대
최고높이▷11.33m
설계·감리▷(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이재혁
스텝 : 이재혁, 임동연, 송시열, 강현보
시공▷(주)수피아건축
전기·기계 설계▷거산ENG / 유영설비기술연구소 
구조설계▷금나구조 기술사사무소
사진제공▷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사진작가▷김창묵

입면도
입면도
입면도
입면도
단면도
단면도
스케치
모형

자재개요
단열재▷지붕_수성연질폼 +외벽_준불연EPS 135mm +수성연질폼+기초하부_압출법단열재
외부마감▷벽_STO K1.5
                  지붕_THK5.0 칼라강판
창호▷PVC시스템창호(살라만더) + thk43 로이삼중유리
           VELUX GPL + thk24 복층유리
내부마감▷바닥_thk8 합판마루(구정마루)
                  벽+천장_종이벽지
                  계단재_thk30 스프러스 집성목+투명 스테인
구조목▷스프러스 집성목
제작가구▷SPF 구조목 +자작나무합판
환기장치▷독일 Paul, 패시브웍스

수전 및 위생도기▷아메리칸스텐다드, 대림바스
중문, 방문▷ABS도어(에이스홈데코_마노아), 제작문
바닥유리▷thk33 3중 접합유리 
외부데크▷thk24 탄화목(루나우드) 데크재

 

ⓒ김재경
ⓒ김재경

건축가 소개
이재혁 Yi, Jaehyuk 
(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대표,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고 겸임교수, (사)목조건축협회 건축가위원장.
‘놀이터  같은 집’을 모토로 삼는 건축가. 재미있는 공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는다. 크고 작은 공간의 조합을 통해 공간의 밀도를 조절하는 작업과 구조로서의 목재 혹은 구조를 통한 공간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서울특별시 명륜1가에 자신의 집인 ‘달_놀이집’을 지어 살고 있으며 그곳에서 삶과 일의 통합인 직주일체(職住一體)를 실천하고 있다. 
주요작업으로는 안양시 e빌딩, 하남시 ㄹ빌딩, 올림픽프라자 리모델링,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 및 전산원, 상하농원 체험목장, 우계 기념관, 우장산근린공원 힐링숲체험센타, 가회동청사 리모델링, 충신연극공유센터 그리고 달_놀이집, 책_놀이집, 꽃_놀이집, 호와원, 동춘온실, Kelk house 등 다수의 주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