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폐목재 REC 적용은 “공멸의 길”?
깨끗한 폐목재 REC 적용은 “공멸의 길”?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01.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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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업계, 재생칩 공급과잉 아니다…앞으로는 더 필요할 것

재활용업계, 일정수준 납품량 납품가에 대한 보장 있어야

물질재활용 우선으로 묶여 있는 ‘깨끗한 폐목재’의 판로를 에너지업계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논란이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폐목재를 파쇄해 목질보드 생산공장에 납품하는 목재재활용업계는 원재료가 남아도는 상황이라는 입장이고, 목질보드 생산업계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목소리다. 재활용업계는 물질재활용 우선 정책 해제를, 보드 생산업계는 우선 정책 유지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양쪽 모두 공생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른 듯하지만 결론은 한목소리다.

깨끗한 폐목재는 현재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미적용 대상이어서 발전소 등 에너지업계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목질보드류 중에서는 주로 PB(파티클보드) 생산에 투입되고 있으며 MDF(중밀도섬유판) 생산에도 일부 사용된다.

‘공급과잉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우드리싸이클협동조합은 “‘깨끗한 폐목재’는 물질재활용을 우선하기 위해 2012년부터 REC를 미적용해 왔지만 깨끗한 폐목재 발생량이 늘어나면서 목재산업계는 전국에서 생산한 우드칩을 전량 수용하지 못하는 공급과잉 사태가 5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면서 “‘깨끗한 폐목재’에 대한 재활용 규제를 완화해 다른 용도로 공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자원순환국 자원재활용과는 “폐목재의 재활용 촉진을 위해서 폐목재 분류의 간소화, 깨끗한 폐목재에 대한 목재 펠릿 또는 톱밥의 기준 설정, 순환자원 인정 도입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폐목재 재활용 업계는 또 10여년 전 톤당 6만원 가까이 하던 납품가격이 지난해 3만원 선까지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점과, 보드 생산업체의 잦은 납품 중단 통보와 폐목재칩 자체 생산시설 확충 등에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목질보드 생산업계의 원재료 수급이 안정화 됐다는 반증이라는 게 재활용 업계의 분석이다. <나무신문 기사 ‘생존위협 깨끗한 폐목재 재활용 산업, 숨통 트이나?’ 참조> 

물질재활용 우선 ‘깨끗한 폐목재’를 에너지 업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판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폐목재 재활용칩 생산업계와 목질보드업계 모두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판로를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나무신문 기사.
물질재활용 우선 ‘깨끗한 폐목재’를 에너지 업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판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폐목재 재활용칩 생산업계와 목질보드업계 모두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판로를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나무신문 기사.

‘물질재활용 우선 허물어지면 안 된다’

‘폐목재 재활용 업계의 보드류 생산업체에 대한 납품양도 줄지 않았고, 가격도 (폐목재 생산업계에서 주장하는 것만큼) 내려가지 않았다’는 게 목질보드 생산업계의 주장이다.

현재 깨끗한 폐목재 재생칩으로 목질보드를 생산하는 업체는 크게 세 곳 정도다. 보드류 생산업계에 따르면 A기업이 23만톤, B기업 17만톤, C기업이 15만톤 정도를 지난해에 사용한 것으로 업계는 집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수치는 예년에 비해 줄어든 양이 아니라는 것.

또 3만여원 대의 가격 또한 상차도(재생칩 트럭에 실을 때를 기준으로 한 가격) 가격이지, 운송비를 포함해 보드업계가 부담하는 가격은 5만원대 후반이라는 계산이다. 더욱이 재생칩 공장이 폐목재를 구매하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오히려 처리비용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보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생칩 자체생산 설비에 대해서도, (폐)목재를 파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목질보드 산업은 ‘파쇄 기능’이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설비라는 것. 때문에 목질보드 생산업체에 이와 같은 문제제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잦은 납품중단 통보’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납품중단을 통보하는 이유는 설비에 대한 연간점검이나 관계부처의 현장점검 등을 들 수 있는데, 특히 최근에는 환경설비 투자에 100여억원(A기업 기준)을 투자해야 했을 정도로 구청 등의 환경점검이 잦아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토로다.

특히 앞으로는 MDF 생산에도 깨끗한 폐목재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MDF 생산에는 주로 국산 원목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환경단체의 문제제기 등 원목 공급 불안이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MDF 생산공정에도 깨끗한 폐목재 재생칩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C기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A기업 역시 관련 설비를 확충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PB 원료로만 사용되는 지금보다 더 많은 깨끗한 폐목재 재생칩이 필요하게 된다. 한마디로 REC를 적용해서 물질 재활용 우선 정책이 허물어지면 안 된다는 게 보드업계의 절박함이다.

‘구매경쟁력을 보장해야 한다’

“공생하지 않으면 공멸한다.” 깨끗한 폐목재 재활용 문제를 놓고 재생칩 생산업계와 보드업계 간의 논쟁에 대한 한 업계 관계자의 조언이다. 

재생칩을 생산해 보드업계에 납품하고 있는 이 관계자는 “깨끗한 폐목재를 (에너지 업계에) 뺏기지 않고 우리(보드업계)가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매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며 “구매경쟁력은 물량과 가격인데, 최근에 (보드업계에 대한) 납품양도 줄고 단가로 내려가고 있다. 이래서는 목질보드 업계도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발전업계에 재생칩을 납품하는 업체에서는 지금도 발전용 폐목재가 부족할 때 깨끗한 폐목재를 섞어서 납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만큼 깨끗한 폐목재 가격이 에너지 업계에서 ‘급하면 녹일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가 있다는 이야기다”고 진단했다.

이어서 그는 “특히 발전업계에 납품하는 재활용 업체는 깨끗한 폐목재만 취급하는 우리보다 그 규모가 네다섯 배는 큰 게 보통이다. 깨끗한 폐목재가 REC 적용까지 받게 된마면 구매 경쟁력에서 그들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목질 보드업계에서 재생칩 납품업체에 대한 일정수준 납품량과 납품가에 대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말라죽느니 발전소 납품업체의 하청으로라도 살아남는 게 낫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