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위협 ‘깨끗한 폐목재’ 재활용 산업, 숨통 트이나?
생존위협 ‘깨끗한 폐목재’ 재활용 산업, 숨통 트이나?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01.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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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사태 5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환경부, 목재 펠릿 등 이용 다변화 방안 “검토 중”
‘깨끗한 폐목재’ 재활용 용도가 목재 펠릿 등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파쇄를 앞두고 있는 ‘깨끗한 폐목재’.

“하루에 20톤 차로 10대 정도 생산할 수 있는데, (PB) 공장에 납품할 수 있는 양은 일주일에 4대 정도 뿐이다. 공장 운영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자신을 ‘반 백수’로 지칭하며 자책하는 폐목재 재활용 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판매할 곳이 없으니 폐목재 재활용칩 생산을 못하면서 일을 하지 못하는 사정을 빗댄 푸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사면초가에 몰린 폐목재 재활용 업계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환경부에서 폐목재에 대한 목재 펠릿 또는 톱밥의 기준 설정, 순환자원 인정 도입 등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펠릿 등 에너지 업계로의 판로가 열릴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깨끗한 폐목재’는 물질재활용을 우선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도에서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미적용 대상이다. 

때문에 물질재활용 대상품목인 PB(파티클보드) 생산업체 말고는 판로가 전무하다시피 한 현실이다. 일부 MDF(중밀도섬유판) 공장에서도 사용하고는 있지만, 그야말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깨끗한 폐목재 재활용 우드칩의 톤당 공장납품 가격은 2010년 5만9000원에서 2016년 3만2000원 정도로 떨어지다가 2021년 말에는 급기야 2만원 대 중후반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이상한 것은, 지난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목재시장이 원재료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하던 시기라는 점이다. PB와 유사한 제품인 MDF 생산업체는 원재료난을 강조하면서 산림청이 목재공급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나무신문 기사 ‘MDF 대란? 수입은 끊기고 국내 생산업체는 가동 중단_산림청이 목재공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골든타임’ 참조>

그만큼 MDF 원재료 가격도 올라갔다. 그런데 유독 PB 원료인 깨끗한 폐목재 재활용 칩만 가격이 내려간 이유는 무엇일까. 

거의 유일한 소비처인 PB 생산업체들이 자체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등 제품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수급 안정화를 구축했지만, 재활용칩 생산업체들의 판로는 여전히 제도에 의해 물질재활용으로만 막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재활용칩 생산업체 대표는 “지난 2012년 깨끗한 폐목재의 REC 미적용에 우리 업계가 적극 동참하면서 스스로 판로를 묶어놓은 것은, 폐목재는 물질재활용이 우선돼야 한다는 선의가 있었기 때문이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물질재활용 업체의 원료수급이 안정화 되는 등 사정이 그때와 완전히 바뀌었다. 그때의 선의가 지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안 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우드리싸이클협동조합은 “생존을 위한 건의”라면서 “‘깨끗한 폐목재’는 물질재활용을 우선하기 위해 2012년부터 REC를 미적용해 왔다. 그렇지만 깨끗한 폐목재 발생량이 늘어나면서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목재산업계는 전국 곳곳에서 생산한 우드칩을 전량 수용하지 못하는 공급과잉 사태가 5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은 또 “오랜 기간 물질재활용 산업계와 공생하기 위해 협력했던 영세한 폐목재 재활용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폐목재’에 대한 재활용 규제를 완화해 다른 용도로 공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자원순환국 자원재활용과 담당자는 “폐목재의 재활용 촉진을 위해서 폐목재 분류의 간소화, 깨끗한 폐목재에 대한 목재 펠릿 또는 톱밥의 기준 설정, 순환자원 인정 도입 등의 방안을 검토 중에 있음”을 알렸다.

그는 또 “다만, 원활한 법령 개선 추진 및 인식 제고를 위해 깨끗한 폐목재의 구분·관리, 영업대상 폐기물 및 재활용 유형의 명확화 등 폐목재에 대한 철저한 현장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 같은 내용을 확인한 나무신문은 해당 자원재활용과 담당자에게 진행상황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13일 현재까지 통화하지 못했다.    /나무신문

재활용 폐목재 판로 다변화를 요구하는 청원(위)과 검토 중이라는 환경부의 답변(아래)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