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9칸집
은평 9칸집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2.01.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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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Square House

2021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준공부문 최우수상

부석(浮石)의 미학 
북한산으로 둘러싸인 주택단지에 자리한 은평 9칸집은 목조건축연구소를 운영하는 부부와 어린 두 아들이 사는 집이다.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는 이미 3채의 목조주택을 함께 고민하여 완성한 경험이 있었고, 서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주택에서 목구조로 실현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담아내는 데 마음이 맞았다. 그 결과 건축미와 건축기술이 융합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배치계획에서 도로경계 안쪽으로 들여 마련한 앞마당은 동네 가로풍경을 더욱 여유롭게 해주어 ‘동네에서 함께 산다.’라는 의미를 알 수 있는 집이다. 동네 아이에게 ‘도토리 닮은 집’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 이는 한국건축의 ‘무거운 지붕’을 재해석해 만든 독특한 외관 덕분이다. 

한국 전통문화 속에는 ‘무게의 미학’이 있다. 땅에 놓여있는 거석이 아니라 공중에 부유하는 ‘부석의 미학’이다. 전통 목조건축에 있어서 ‘부석’은 무거운 기와지붕이 거석을 대신한다. 9칸집에서는 지붕의 형태와 외장재를 사용하여 전통 지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9칸집 
9×9(m) 정사각형 평면을 기본으로 하는 아홉 칸 집으로, 3×3(m) 정방형 한 칸을 하나의 모듈로 삼아 칸마다 합치고 분리하기 쉽다. 장소와 장소는 개별공간으로 정의하지 않고 복도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이는 평면뿐 아니라 수직적으로도 적용하여 커다란 하나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기둥보 목구조의 아홉 칸 구성은 구조 변화와 공간 변화가 쉬워, 아직 어린 두 아이의 성장과 그에 따른 생활 방식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당 - 순환하는 동선 
주거란 가(家)와 정(庭)의 장소이다. 집과 마당으로 생생하게 생활하는 곳이 주거라는 뜻이다. 집과 마당이 존재하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연속될 때 ‘가정’이 성립된다. 9칸집은 앞마당을 줄이고 건물을 감싸고 있는 주변 곳곳에 마당 면적을 늘려서 다양한 마당을 만들었다. 집을 중심으로 각각의 기분 좋은 작은 마당이 순환하는 동선을 만든다. 

전면도로에 면한 개방된 앞마당은 마을 길의 개방감을 높이고, 이웃과 소통하는 공적인 마당이다. 진입 마당은 주차장과 현관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되며 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진입 마당 왼쪽으로 살짝 돌아가면 다용도실과 주방으로 연결되는 서비스 마당을 거쳐 식당과 연결되는 사적 안마당을 지나 다시 개방된 앞마당으로 연결된다.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동선은 현관, 지하, 다용도실, 데크와 맞닿는 모서리 통창 등 여러 동선을 유기적으로 연결함과 동시에 지하부터 다락 층을 한 번에 연결하는 계단과 이어진다. 층별 테라스는 다채로운 경험과 풍경을 제공하며 내·외부 모두가 ‘집’이라는 ‘주거’의 개념을 잘 보여준다.  

구조가 마감이다 
중목구조라 불리는 기둥보 목구조의 최대 장점은 건축의 구조가 그대로 노출되어 자연스럽게 건축의 마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9칸집에 들어서면 목구조의 구조적 구성미 뿐 아니라 마치 커다란 나무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기둥보 목구조를 사용하지 않은 다른 공간에서도 구조를 순수하게 노출하여 마감으로 선택했다. 

선큰 옹벽 및 수공간, 대지 경계선의 옹벽은 철근콘크리트로 마감하였고, 지하층의 천정은 목재장선(I-Joist)을 노출, 계단은 NLT 목구조를 응용하였다.   /나무신문

건축개요
위치▷서울시 은평구 연서로48길 50-27
대지면적▷330m2
연면적▷277m2
건축면적▷126m2
규모▷지하1층, 지상2층
주구조▷목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철골구조
준공일▷2018. 10
설계자▷도미이 마사노리, 강민정건축사사무소 강민정
시공자▷(주)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김갑봉
사진작가▷이재우

 


기술계획 1 - 복합구조
디자인을 실현하면서 구조적 합리성과 경제성을 고려하여 RC조, 철골, 중목구조, 경량목구조를 결합한 복합구조방식을 적용하였다. (각 재료의 수축팽창을 고려한 디테일)
- 지하 바닥, 옹벽 : 철근콘크리트조
- 1층 바닥 : 철근콘크리트조 + 경골목구조
- 1층, 2층, 다락 : 기둥보 목구조 + 철골구조
- 계단 : NLT 목구조
- 지붕 : 경골목구조

기술계획 2 - 쾌적한 지하
여름이 되면 지하층은 축축해지고 쾌쾌한 곰팡내가 난다. 원인은 방수보다 결로의 문제다. 땅과 접하는 지하 바닥과 옹벽에 외방수, 외단열을 적용하여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습기와 라돈으로부터 격리하여 결로를 방지한다. 결로가 해결되니 보호벽은 필요 없다.
선큰과 드라이 에어리어는 마주 보게 배치하여 바람이 맞통하도록 하고 충분한 크기의 창호를 계획해 채광과 환기를 통해 쾌적한 지하공간을 완성한다.

기술계획 3 - 저에너지 목조주택
- 목구조 및 외피의 물리적 현상을 고려한 건강한 외피 구성 및 디테일 적용 (5-Star 품질인증)
- 저에너지하우스 기준에 맞춘 단열재를 연속되도록 설치함
- 기둥보 목구조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기밀막을 외부 공기막으로 대체 (ACH50
= 0.37 (패시브하우스 기준 0.60 이하))
- 열회수환기장치(ERV) : 열회수 효율 80% / 쾌적한 실내공기 질 / 실내 CO2 농도 800ppm 이하 외부 공기의 유해물질 차단 /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라돈 배출
- 태양광발전 : 월평균 300kWh 전력 생산환기를 통해 쾌적한 지하공간을 완성한다.

자료 = (사)한국목조건축협회 / 정리 = 김오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