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으로 배열하고 수직으로 쌓아 올린 생각의 블록, 서리풀나무집
수평으로 배열하고 수직으로 쌓아 올린 생각의 블록, 서리풀나무집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0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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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은 옛날 이곳에 서리풀이 무성했다 하여 ‘서리풀이’ 혹은 ‘상초리(霜草里)’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되었다. 우면산 물이 이리저리 서리어 흐르다 서울교대에서 동쪽 경부고속도로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부지는 이곳 인근이다. 

블록 안쪽, 언덕지형의 입지는 재개발의 파고를 넘을 수 있게 해주었고 오래된 단독주택들로 구성된 마을 분위기는 정온하다. 

주택은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하나의 작은 도시이고 소우주다. 

건축주는 첫 회의에 층별로 분리된 골판지 모형을 가져와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는데, 그것은 마치 수평으로 배열하고 수직으로 쌓아 올린 생각의 블록 같았다. 

이제까지의 삶과는 확연히 다른 미래 즉 남편과 본인, 아들 각각의 영역이 존중되는 삶이 담겨있었다. 

설계는 가족 구성원의 영역을 구분하고 관계의 밀도를 조정하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집의 중심을 이루는 거실은 없다. 손님을 맞기도 하는 식당이 유일한 공동의 공간이고 음악감상이나 연주를 위한 홀과 서재 등으로 재편된다. 

이렇게 분리되거나 연결된 공간들이 배열되고 적층되어 집이 되고 마을을 이루는 단위가 되었다.

집은 길로부터 안쪽을 보호하면서 남서쪽을 튼 ‘ㄱ’자로 배치된다. 남측과 서측에 높은 담은 중정주택의 인상과 성능을 만든다. 남측 정원은 접이문을 열면 길과 연결된다. 길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면은 패쇄적인 인상이지만 후퇴된 면에는 내부를 암시하는 목재벽과 작은 정원이 가로에 활력을 준다.

철근콘크리트구조 외피 + Wood Infill System
적층된 블록의 배열은 미래에는 퍼즐처럼 변화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의 프로그램의 특성을 담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변화에 유연한 구축방식을 제안했다. 

서리풀나무집은 철근콘크리트조와 목구조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건축이다. 불소수지로 마감된 2개 층 높이 철근콘크리트구조 볼륨 안에 목구조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목구조는 2층 바닥슬라브를 이루는 중목 장선Joist와 경골목조벽이다. 외벽에서 반대편 외벽에 이르는 장선은 자유로운 평면의 기반이 된다. 1,2층의 경골목구조 벽들은 현재의 쓰임에 반응해 구성되지만 구조가 아니므로 요구에 따라 언제든 해체된 후 재구성 될 수 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자유로운 평면과 더불어 자유로운 단면도 가능하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목구조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공간은 가변적 공간구조와 더불어 목공간이 이루는 고유함을 경험하게 하는 장소다.  

글 = 조남호 소장 / 정리 = 서범석 기자 

건축개요
작품명▷서리풀나무집
설계▷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소장 조남호)
설계담당▷장문석
위치▷서울시 서초구 사임당로
용도▷단독주택
대지면적▷282.6㎡
건축면적▷139.78㎡
연면적▷299.24㎡
규모▷지하1층, 지상2층, 다락
높이▷8.3m
주차▷2대
건폐율▷49.46%
용적률▷76.76%
구조▷철근콘크리트+경골목구조
외부마감▷회벽(백색노출보수), 지정목재사이딩
내부마감▷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구조설계▷두항구조
시공▷지음재건설
기계·전기설계▷코담기술단
사진작가▷윤준환

Plan

다이아그램
<단면도>  1. 침실   2. 드레스룸   3. 거실주방   4. 욕실
<단면도>  1. 다락   2. 침실   3. 가족실   4. 욕실    5. 음악감상실  6. 현관  7. 침실
배치도
<1층 평면도>  1. 음악감상실 2. 서재 3. 현관 4. 화장실 5. 보조주방 6. 주방
<2층 평면도>  1. 침실1 2. 가족실 3. 세탁실 4. 욕실 5. 침실2 6. 드레스룸
<지하층 평면도>  1. 침실 2. 창고 3. 욕실

 

건축가 소개
조남호 소장 (주)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솔토지빈(率土之濱)은 시경(詩經) 북산지계편의 시귀절로써 ‘온누리’라는 뜻이다. 거친 자연을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건축을 통한 상보가 필요한 반면, 건축이 자연의 일부가 되기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요구로부터 자연을 닮은 인간중심의 환경을 창출해 가는 것이 솔토지빈이 추구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