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다는 것
첫눈에 반한다는 것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1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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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식 칼럼
신두식 이사장바이오매스협동조합(전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회장)
신두식 이사장바이오매스협동조합(전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회장)

오래 전의 일이다. 현재의 30∼40년 전 시대는 결혼 연령대가 지금 시대보다는 낮은 시기였고, 가끔은 중매로 혼사가 이루어지기도 하는 시대였다. 그래도 중매 반 연애 반 정도의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나 기간을 거치기는 했었다. 

하지만 필자는 뜻밖에도 맞선을 본지 20여일 만에 결혼식까지 하게 되었다. 젊은 혈기에 용감했을 수도 있고, 철이 없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분명한 것은 첫눈에 반한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 

20여 일의 짧은 만남에서 서로를 잘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까지 35년을 살아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맞추면서 나름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고, 크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물론 전적으로 필자의 생각^^).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진화의 숙명을 갖고 있다. 종족 번식을 위한 유전인자가 발달하지 않으면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이 어려워 퇴화하고 멸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생존을 위한 진화를 위해서는 크고 작은 시련과 갈등을 필요로 한다. 그냥 원래 타고난 유전인자만으로 예상치 못 한 변화무쌍한 환경에 모두 적응하기가 어렵다. 예상치 못 한 시련과 갈등 속에서 면역력이 생기고 더 튼튼한 개체로 만들어진다. 갈등과 시련은 삶의 불가피한 요소다.

우리의 삶 또한 대자연의 작은 한 부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생명체의 세포와 유기체는 소량의 독소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기 때문에 살아남는다고 한다. 계속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게 되고, 같은 독소에 치명적으로 노출되었을 때도 면역력을 강화하여 생존할 준비를 하게 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이와 비슷하리라 본다. 모든 인간은 저마다의 다른 독립된 개체로 타고난 유전인자, 교육,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호 의견대립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의견의 부조화는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대립은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어 해소를 위한 노력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남녀 이성간에 첫눈에 반하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본능일 것이다. 2세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본능이다. 부부의 성향이 다를수록 자녀들의 유전인자가 우수하다는 설이 있다. 

첫눈에 반하는 이성은 자신과 매우 다른 성향임을 나중에 깨달게 된다. 다름을 이해하면서 평생을 살아가다 보면 덜 지루한 삶이 될 수도 있다. 비슷한 성향의 이성이 함께 살아가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편하고 행복할 수도 있지만 긴 시간을 살아가는 과정에 조금은 덜 다이나믹한 삶이 될 수도 있다. 

열올리며 의견대립을 하는 커플이 더 행복하다고 한다. 비슷한 성향보다 의견대립 집단에서 더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생각들이 더 많이 생성되어 스스로의 능력향상과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 행복한 삶이 된다.    /나무신문